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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첫 번째 공연, 재닌 얀센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앙상블

2012.02.22


최정상급 클래식 공연을 선보여 왔던 현대카드의 15번째 무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2008년 영국 <그라모폰> 선정 세계 1위의 관현악단으로 뽑힌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만남으로 공연 전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독차지해왔는데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연주할 네덜란드 출신의 미모의 바이올린리스트 재닌 얀센의 협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은 졸탄 코다이의 흥겨운 헝거리 무곡, <갈란타의 춤>과 섬세하고 화려함의 극치로 평가 받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까지 바이올린 선율이 오케스트라에 녹아 든 고품격 클래식 향연을 선보였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담은 선율을 만끽하다, 졸탄 코다이 <갈란타의 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 아래 세계 최고의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모인 자리인 만큼 예술의전당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등장 역시 좀 더 특별했는데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의 경우, 악장을 맡고 있는 콘서트마스터가 오케스트라 단원보다 조금 더 늦게 나와 청중들의 박수를 받고 튜닝에 들어가는 반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단원은 모두 함께 입장하여 착석한 뒤, 다 함께 튜닝에 들어가는 준비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단원 개개인이 “쇼를 얼마나 잘하는 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서로의 소리를 긴밀히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로열 콘세트트허바우의 예술감독, 조셉 이든 프리드의 설명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단원이 가득 찬 무대는 그야말로 웅장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입장하고, 지휘자 단상에 오르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의 첫번째 레퍼토리, 졸탄 코다이 <갈란타의 춤>의 매혹적인 첼로의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헝가리 전통 민요의 특색에 집시적인 요소가 스며든 <갈란타의 춤>은 갑작스러운 곡의 전개 때문에 연주자들에게 있어 어려운 곡으로 꼽힙니다. 특히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어지는 클라리넷 솔로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섬세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재닌 얀센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춘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의 무대는 재닌 얀센의 첫 내한 공연으로 더욱 특별함을 간직해 왔습니다. 수 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 검은색 바탕에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준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등장한 재닌 얀센은 우아한 인사와 함께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재닌 얀센이 자아내는 낭만적인 선율이 가득했던 멘델스존의 1악장은 섬세하고 유연한 활 테크닉과 멘델스존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ff(포르테시모)와 PP(피아니시모)를 오가며 정확하고 기교 있게 음을 짚어 나가는 활 테크닉을 통해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임을 통감할 수 있었는데요. 또한 정말 많은 연습을 통해 다듬어진 그녀만의 따뜻한 비브라토 음색 역시 연주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이어진 2악장에서는 멘델스존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재닌 얀센의 절제된 음색이 어울려 부드럽고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3악장에서는 빠른 템포와 리드미컬하게 음을 치고 나가는 재닌 얀센의 안정적인 연주가 돋보였던 대목으로, 빠른 악장임에도 어김없이 묻어나는 재닌 얀센만의 낭만적인 스타일이 오히려 청각적 편안함을 선사했습니다. 재닌 얀센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콘체르토>는 재닌 얀센의 바이올린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녹아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재닌 얀센이 선택한 앙코르 곡, 바흐의 파르티타 제2번 BWV 1004 Sarabande
 

 

연주가 끝나고 3번의 커튼콜을 거쳐, 이어진 앙코르 곡은 바흐의 파르티타 제2번 BWV 1004 Sarabande로, 대위법의 엄격한 질서를 구현한 명곡이자 연주자들의 많은 연구와 연습이 필요한 곡으로 손꼽힙니다. 그 중에서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재닌 얀센이 선택한 바흐의 파르티타 제 2번 사라방드는 진중하고 무거운 주제를 가진 매우 느린 춤곡입니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활을 그으며 앙코르 곡의 서주를 시작한 재닌 얀센의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소리와 맑고 청아한 음색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며 긴 여운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녀만의 기품으로 원곡이 내포하고 있는 슬픔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죠. 비브라토의 미묘한 떨림을 세밀하게 표현해나간 재닌 얀센의 바흐의 파르티타 제2번 BWV 1004 Sarabande는 아름답고, 완벽했습니다.


천상의 앙상블을 만나다, 바르톡의 <관현악단을 위한 협주곡>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의 마지막 레퍼토리는 바로 현대 음악의 베토벤으로 일컬어지는 바르톡의 <관현악단을 위한 협주곡>으로, 정교함과 화려함을 모두 갖추었다고 평가 받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황금의 관’, 금관악기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맑고 청아하면서 연주의 중심을 지키는 무게감을 가진 금관악기 파트와 마치 하나의 악기가 연주하는 것처럼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현악기 파트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명성과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박수 갈채로 시작된 앵콜 곡,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 갈채 속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의 마지막 앵콜곡,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운명의 힘>서곡이 연주되었습니다. 힘찬 팡파레로 시작하여 오페라에 나오는 다양한 테마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은 베르디의 모든 관현악 작품 속에서도 가장 우수한 곡에 속하는 곡으로, 스페인 작가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형식의 곡입니다. <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운명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비극을 그려냅니다.  금관 악기 파트가 거대한 운명의 비장한 압박을 연주했다면, 현악기와 목관악기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동요를 섬세한 선율로 구현해냈습니다. 깊이 있는 관현악 연주와 함께 웅장한 피날레로 마무리 된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은 오늘 공연의 다채로운 감정들을 한 곳에 응축시켜놓은 듯한 완결성을 보여주었죠.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손짓과 눈짓 하나에 반응하고 소통하며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에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소리를 위해 서로의 연주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특별함을 찾을 수 있었죠. “정말 좋은 것은 우리 청중들”이라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맺음말처럼 한국의 청중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15번째 무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1년만의 국내 무대로 돌아올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으로 꾸며질 22일 공연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