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Refresh] Open Class – 영화, 평론가의 시각으로 보는 방법

2015.04.15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에 관한 또 다른 주제로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를 찾았습니다. 지난 1월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을 중심으로 감상하는 영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국내 영화 감독들의 연출 스타일을 살펴보는 앙코르 강연이었는데요. ‘평론가적 시선으로 영화 보기’에 대한 강연이었던 만큼, 모두가 영화평론가가 된 듯,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결국 감독의 예술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는 법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며 강연을 시작한 그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여타의 예술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수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감독의 연출력이 관건이라며 "영화는 결국 감독의 예술이다."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말을 인용했죠.



평론가의 시각, 디테일을 발견하다


“사소한 디테일이 모여 영화의 입체감을 만들죠.” 평론가의 시각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더 객관적으로 장면에 집중한다는 의미일 텐데요. 한국의 대표 감독들이 빚어낸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디테일을 보다 쉽게 캐치하는 방법 몇 가지를 전수받았습니다.



1. 카메라 워킹을 관찰하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한 장면. 배우 고아성과 이동호가 괴물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 탈출을 시도하는데요.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의 맺고 끊김이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에요.” 그는 봉준호 감독을 ‘뛰어난 테크니션’이라고 칭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배우 전도연이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 워킹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배우 전도연이 집에 아이가 없자, 이 방 저 방을 살피다가 유괴범의 전화를 받게 되는 모든 과정에서 카메라는 마치 주인공을 관찰하듯 따라다닙니다. “주인공의 참담한 감정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관객의 시선과 일치하는 카메라 워킹은 이 영화가 갖는 윤리적 태도이기도 하죠.”



2. 장면에 담긴 모든 것은 의도적이다




‘서편제’를 리메이크한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에서는 한 인물의 죽음을 그려내는 탁월한 연출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배우 오정해가 임종을 앞둔 친일파 백사 노인 앞에서 흥 타령을 하는 장면에서는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의 창 밖 너머로 매화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죠. “이 매화꽃 장면은 꽃이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며 날리도록 연출한 것으로 흥망성쇠의 덧없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중 유지태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 역시 매우 인상 깊습니다. “사랑의 생로병사를 다룬 영화죠.” 이 영화를 사랑에 관한 최고의 수작으로 꼽은 그는 젊은 시절 입던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골목길을 나선 할머니의 뒷모습을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것, 그림자가 드리워진 골목길 끝에 환한 햇살이 비치는 것. 이 모두가 죽음과 일상성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담긴 연출이라고 말합니다.



3. 사운드와 대사에 귀 기울여라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 ‘복수는 나의 것’의 주인공 신하균은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귀머거리의 일상은 세상의 온갖 소음과 함께 합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의 신음소리가 누군가에겐 쾌락의 소리로 받아들여지는 역설적인 현실은 주인공이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 극대화됩니다.





“홍상수 감독은 세상의 허위의식과 예술로 싸우는 감독이에요.” 찌질한 대사 한 마디로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홍상수 감독의 2006년작 ‘해변의 여인’에서는 고현정, 김승우, 김태우 사이에 오가는 대사만으로 세 남녀의 미묘한 감정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한국 영화 발전의 중심에 훌륭한 감독이 있다.”고 강조한 그는 “영화를 평론가처럼 보는 단 하나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짧고 굵게 답해주었습니다.“ 영화는 원래 의도적인 연출들을 관객이 눈치챌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어요. 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이러한 은유들이 눈에 보여,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죠.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영화 보는 법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을 얻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