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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두 번째 공연, 김선욱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2012.02.23


22일 저녁,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의 두 번째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과 음악계의 샛별을 넘어 스타가 된 피아니스트 김선욱, 네덜란드 120여년 전통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베토벤과 브람스의 연주는 클래식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1800년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베토벤이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 곡임과 동시에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서 유일한 단조 조성의 곡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의 1악장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선명하면서도 여린 선율로 시작되었습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모든 파트가 균형적이었습니다. 어떠한 파트도 더 튀어나오거나 빠지는 곳 없이 조화로움을 보여주었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균형감은 김선욱 역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호평한 바 있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독주의 주고 받는 선율은 서로 간의 긴밀한 호흡을 드러내주었고, 김선욱의 탄력적인 긴 트릴은 오랜 시간 동안 단련해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김선욱과 발을 맞추어 걷는 느낌으로 음악을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C minor의 으뜸화음이 강하게 강조되면서 곡이 마무리 되자, 콘서트홀은 숨죽여 지켜보던 관객들의 짧은 호흡으로 잠시 분주했습니다. 지체 없이 시작되는 2악장은 김선욱의 독주로 가장 여리면서도 감성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Largo의 템포로 선율은 신중하게 진행되었고, 천천히 반복하여 나오는 화음은 지극히 경건하여 잔잔한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교회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김선욱의 단단한 터치가 돋보이는 독주가 끝나자 오케스트라도 조심스레 선율을 이어 받으며 주제 선율을 뚜렷하게 드러냈습니다. 2악장은 느린 템포의 곡이지만 결코 테크닉적인 면에서 쉽지 않았는데요. 여린 소리의 세밀한 표현력이 크게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김선욱은 이러한 우려를 저 멀리 떠나 보내기라도 하듯이 평온하게 음악을 만들어갔습니다. 한 편의 묵상기도 같던 2악장이 오케스트라의 큰 울림으로 끝나고, 3악장이 C minor의 조성으로 생기 있게 시작되었습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였습니다. 정명훈은 연주 내내 오케스트라의 전 파트를 세심하게 챙겼는데요. 오케스트라가 독주자와 톱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는 듯한 호흡을 가지도록 악기 편성 파트와 파트간의 여백을 조율하는 지휘가 돋보였죠. 김선욱의 독주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대립’이라는 개념보다 ‘대화’로 음악을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마침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마지막 맺음 연주가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습니다. 김선욱은 관객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한 뒤 정명훈과 진한 포옹으로 연주의 감격을 나누었습니다.

김선욱이 선택한 앙코르 곡은 브람스 <인터메조 op. 118, no.2>로, 총 6개의 곡들이 모인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짧은 소곡들임에도 탄탄한 구성을 가진 곡입니다. D Major에서 F# minor로 이어지는 조성은 곡의 애절한 분위기를 더욱 드러냅니다. 청중들이 숨죽여 귀 기울이는 가운데, 김선욱은 관객들의 사랑에 답하는 듯 담담하게 연주를 이어 갔습니다. 절제된 표현의 김선욱의 연주가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순간이었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브람스 <교향곡 2번> 


브람스의 교향곡은 고전적 소나타 형식과 고전주의 음악의 기법에 충실하면서 낭만주의의 풍부한 화성과 다양한 리듬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1877년에 작곡된 교향곡 2번은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느낌으로,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교향곡 2번은 브람스가 1877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위해 떠난 오스트리아의 ‘펠차하’라는 작은 도시의 풍경을 보고 쓴 곡이죠.

1악장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현악기 파트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음역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관악 파트와 현악 파트의 주고 받는 주제 선율은 전혀 이질감이 없이 하나의 소리로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에서 나타나는 주제 선율은 하늘과 맞닿은 넓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듯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2악장은 첼로 파트의 긴 선율로 시작되었습니다. 먼 고향을 동경하는 듯한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율은 첼로를 비롯한 현악기 하나의 파트에서 두 개의 파트로, 다시 모든 파트가 함께 움직이며 파트 간의 호흡을 여실히 드러냈죠.


앞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지휘했던 때처럼 악보와 보면대 없이 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의 완급조절과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명훈은 과도한 표현에 치우치지 않도록 전 파트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갔는데요. 이것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요소의 균형을 추구했던 브람스의 이상과도 그 맥락을 함께했습니다. 3악장은 오보에의 주제 선율이 잔잔한 첼로 파트의 반주에 맞춰 평화롭게 시작되었다가 날렵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현악 파트의 빠른 스타카토로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4악장은 브람스의 관현악 음악의 공간 구성력이 더욱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여린 현악 파트의 선율이 끝나고 콘서트홀을 울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총주는 정명훈의 정열적인 지휘에 맞춰 모든 파트는 활기차게 움직이며 에너지를 분출하였습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자유롭고 유려한 선율로 청중을 사로잡다


악보와 보면대가 없기 때문이었는지 정명훈은 온 몸으로 자유롭게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연주’ 하였습니다. 곡의 거친 호흡은 발전부에서 한결 여유로워지지만 이내 곧 재현부에서 현악 파트와 관악 파트의 싱코페이션(당김음)이 가미된 유려한 선율로 계속 질주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듯한 정명훈의 지휘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곡을 장대하게 마무리하자, 관객들은 함성에 가까운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하였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한 정명훈은 “일평생 마지막으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본다는 마음으로 들어주십시오.”라는 말을 끝으로 곧바로 연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오페라 역사에서 손꼽히는 수작,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이 선택한 앙코르,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독일의 민족성을 오페라 안에 담아낸 수작이자, 독일 낭만 오페라의 효시로 평가 받습니다. 유랑 극단의 음악감독이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수많은 공연경험을 쌓은 베버의 유년기의 기억이 이 한 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죠. 긴장감 있는 오프닝에 뒤이어 나온 호른의 주제 선율은 유명하여 찬송가 선율로도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독일 민요의 특징이 악장 사이사이에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는 보헤미아 숲을 배경을 사랑을 얻기 위해 마탄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콘서트홀을 잔잔하게 울리며 관객 모두를 음악 속으로 몰입시킨 호른 파트의 연주는 친밀하게 이 이야기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또한 곡 중간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냥꾼의 합창’(오페라 3막에 등장) 선율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통해 격렬하면서도 명랑하여 극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앵콜곡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전체가 기립하여 열렬하게 박수하였습니다. 지칠 줄 몰랐던 관객들의 박수갈채는 어쩌면 또 다른 앵콜곡 연주를 듣고 싶은 강렬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풍부하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을 이끌어가면서도 격정적인 마무리로 감성적인 면과 훌륭한 테크닉까지 겸비한 김선욱의 완벽한 연주와 때로는 웅장하면서도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순조롭게 항해하는 듯한 연주 흐름으로 따뜻한 위로마저 느끼게 해주었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공연의 여운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감동으로 남기에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