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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9.11 모건스탠리의 기적은 반복학습의 결과!

2014.06.13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전 사회적으로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 관리 수준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매해 언론에서는 폭발, 화재, 유독 물질 누출 등 사고 관련 뉴스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 유출 사고가 대표적 예다.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작업자의 실수로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부상자만 18명이 나온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당시 구미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대한민국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기업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영업연속성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사실 아무리 예방에 힘쓴다고 하더라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고 발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사고 이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느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블랙 스완’ 현상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21세기엔,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조업이 중단되더라도 재빨리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는 일련의 위기 대응 역량, 이른바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는 체계적인 업무연속성관리(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BCM의 핵심은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관리다. 비상 대응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구체화하고, 비상시 행동 요령 및 업무 재개 지침을 조직원들이 철저히 숙지할 수 있도록 모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핵심 업무 및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재난 발생 시 어떤 업무, 어떤 프로세스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지, 또 어떤 순서대로 복구해야 하는지, 프로세스 중단에 따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회사 평판 및 브랜드 이미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일찍부터 BCM에 힘써 예기치 못한 재난이 닥치더라도 그 피해와 충격을 최소화하며 신속하게 핵심 업무를 복구하는 역량을 축적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다.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를 타깃으로 한 9·11 테러 당시 이 빌딩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는 테러 발생 바로 다음 날 업무를 재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수년간의 대피 훈련 경험 덕에 건물 붕괴 직전 2,687명의 직원이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특히 임원 및 핵심 업무 담당 인력들은 사건 발생 30분 만에 대체 사업장으로 이동해 비상지휘 본부를 꾸렸으며 IT 백업 사이트 등 이중화된 재해복구 시스템을 통해 테러 발생 24시간 만에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문서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시스템 구현이 필요한 시점

 

BCM을 이야기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업무 연속성을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단순히 ‘문서’ 작업에서 끝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위기 상황을 가정해 반복적으로 모의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직원들이 ‘몸’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제아무리 문서상으로 철저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모의 훈련을 등한시한다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아무리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매뉴얼을 만들었다 해도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매뉴얼을 곧이곧대로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모의 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위기 시에 필요한 건 매뉴얼이 아닌, 매뉴얼에 제시된 수칙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고 현장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혔을 때에만 배양할 수 있다.

 

9·11 테러 당시 ‘모건스탠리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지속적인 대피 훈련 때문이었다. 모건스탠리는 1993년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계기로 매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것도 1년에 네 차례씩이나. 20층도 넘는 높이에 있는 사무실에서 계단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가라는 훈련을 3개월마다 받다 보니, 1분 1초가 아까운 고액 연봉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당시 기업보안담당 부사장이었던 릭 레스콜라(Rick Rescorla)는 “연봉보다 중요한 건 당신들 생명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인간의 뇌를 움직이는 최상의 방법은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것뿐이다”라며 뚝심 있게 밀어 부쳤다. 2001년 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레스콜라의 지휘 하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이는 8년 넘게 지속해 온 모의훈련의 결과였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현대카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BCM>

 

 

선진국에 비해 위기관리를 전사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현대카드가 BCM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현대카드는 전사업무를 (1)재해대응·지원 업무, (2)최우선 재개 업무(목표 복구 시간 1일 이내), (3)우선 재개 업무(1주일 이내), (4)기타 업무(2주일 이내) 등 4가지로 나눠 지진이나 정전, 화재 등 각종 재해가 발생했을 때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영업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데 역점을 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신입·경력 입사직원은 공히 1개월 안에 소방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가용/지하철 사고 시 대응 요령, 전기안전사고 대응 요령, 오피스 증후군 예방법, 계절별 건강관리법 등 직원들이 실생활에서 노출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실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현대카드가 안전 관리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쓸데없는 ‘낭비’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성장 일변도 전략을 추구해 왔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일어날지 확실치도 않은 일에 돈을 쏟아 붓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다. 효율성과 대량생산이 중시됐던 20세기엔 이 같은 사고방식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21세기엔 효율성 지상주의만 고집하다간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조직이론의 거장들로 꼽히는 퍼로(C. Perrow) 교수나 마치(J. March) 교수는 기업이 예기치 못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의도적인 완충 장치를 마련하거나 여유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이나 느슨함, 즉 ‘슬랙(slack)’이 불확실한 환경과 불안정성으로부터 조직의 생존을 보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전 교육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안전한 직장을 만든다


듀폰은 1802년 화약 제조로 시작해 20세기엔 굴지의 화학기업으로, 21세기엔 종자, 식품, 농업 등 생명 공학에 이르는 종합 과학회사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런 듀폰이 200년 넘는 기간 동안 지켜온 핵심 가치가 있다. 바로 ‘안전보건환경(SHE, Safety, Health, and Environment)’이다. 이와 관련한 사규만 따져도 100여 개에 달한다. 예를 들어, 듀폰에선 사람들이 걸어 다니다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사무실 문턱을 없애고, 쓰레기통은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스틱이 아닌 철제 제품만 쓰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계단으로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난간을 붙잡은 채로 걸어야 하며, 필기구를 꽂아놓을 때에는 반드시 뾰족한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 안전을 위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정해 놓고 있다. 그 결과 듀폰은 조직원 각각에게 ‘안전 DNA’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랜 기간 효율성 지상주의를 추구해 왔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안전 경영을 새로운 조직 문화로 만들어가기 위해선 듀폰이 지난 2세기 동안 실천해 왔던 것처럼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카드가 실시하고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마치 듀폰의 사례를 보는 듯하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듀폰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현대카드가 위기관리의 모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Writer. 이방실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