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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심플함은 궁극의 품격이다

2014.06.24


우리는 복잡성의 시대(Era of Complexity)에 살고 있다. 손가락으로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탓에 ‘쉽고 편리해진 시대’라고 느끼지만, 이는 복잡다단한 상황·조건·기능을 단순화(Simplification) 시킨 숨은 노력 덕분이다. 휴대폰의 기능은 늘어나지만 크기와 버튼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택배 받을 고객이 간단하게 택배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는 건 복잡한 IT 기술 덕분이다. 140자짜리 단문 메시지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명료하게 보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됐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Simplicity의 가치가 빛난다. 여기 Simplicity를 종교처럼 여기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말한다. “Simple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의 저자 켄 시걸(Ken Segall)이 지난 6월 12일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하 현대카드) 임원 대상 특강을 하기 위해 여의도 사옥을 찾았다. 그가 1시간 동안 강조해 마지않은 Simple의 힘은 이렇다.





심플함은 소비자가 기업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한다. 소비자는 ‘쉽고 간편하다’고 느낀 기업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게 되고, 그 제품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전파한다. 기업에게 아무리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기업에 밀착되어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다.


미국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켄 시걸은 스티브 잡스와 8년간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친듯이 심플’을 썼다. IBM, Dell, BMW, Intel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일해 본 그는 ‘애플은 다르게 일한다’고 단언한다. 그가 찾아낸 애플과 다른 기업의 차이는 ‘단순함(Simplicity)을 추구하느냐, 그렇지 않고 복잡함(Complexity)에 빠져 허우적대느냐’였다. 


사실 Simplification은 현대카드가 전사적 과제로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올 초 ‘Simplification’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Simplification은 누더기처럼 돼 있고 과도한 프로세스나 회의, 보고, 일의 방법, 조직 등을 다시 보아 쓸데없는 일들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줄이고, 본질과 핵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Simplification은 우리의 업무에서 비능률적인 부분을 줄이고 업무의 순도를 높여서 더욱 경쟁력이 높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캠페인입니다. 몸에서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빼는 운동입니다. - 2014년 2월 CEO 전직원 공지



켄 시걸 초청 특강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태영 사장은 ‘미친듯이 심플’을 임원 전체에게 나눠주며 필독을 권해왔고, 이번 켄 시걸의 방한 소식을 접하자마자 초청을 추진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이뤄진 켄 시걸의 특강에는 정태영 사장을 포함 80여 명의 임원이 참여했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켄 시걸은 “처음 한국에 오고, 현대카드라는 회사도 몰랐지만, 정말 인상적이고 Simplicity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의 강연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Simplicity Never Fails


“Any Size for Only $1” 몇 년 전 미국 뉴욕의 길거리와 버스 등에 붙은 맥도날드 광고다. 사이즈에 상관없이 모든 커피를 1달러에 판매한다는 광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됐다. 켄 시걸은 “맥도날드의 커피 프로모션 기간 동안, 뉴욕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며 “이것이 Simplification의 힘”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표 가운데 ‘First Class Forever’라는 우표는 그야말로 한번 사놓고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 원래 우표는 액면가를 가지고 발행되지만, 이 우표의 경우 우편 요금이 오르더라도 늘 사용할 수 있다. 30센트짜리 우표를 샀는데, 우편 요금이 50센트로 오르더라도 ‘First Class Forever’를 사용해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수십센트에 불과한 우표를 만드는 데 돈이 더 들자 미 정부에서 고안해냈는데, 호응이 좋아 국제 우편에 대해서도 ‘Global Forever’ 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켄 시걸은 “단순함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며 “당신이 어떤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그것이 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지 아닌지를 따져보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즉시 실행해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가 좋을수록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내놓은 온라인 음원 구매 프로그램을 비교했다. 애플의 아이튠스에서는 노래 1곡당 99센트였고, 5곡을 사려면 4.95달러를 내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포인트’로 음악을 결제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에선 80포인트가 1달러였고, 800포인트가 10달러였다. 그런데 노래 1곡은 79포인트였고, 이는 99센트와 동일했다.


결국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노래 1곡당 99센트라는 동일한 가격을 책정했지만, 승자는 애플이었다. 켄 시걸은 “맥도날드의 1달러짜리 커피, 미국의 영원 우표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은 내가 보살핌 받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됐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정교한 계산을 통해 만든 자신들의 포인트로 수익을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고객’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애플이 아닌 많은 기업에서 일을 할 때, 내가 항상 들어야만 했던 이야기는 경영 지표와 비용, 실적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일을 한다면,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했고, 실제로 그랬다. 애플에서 비용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1980년, 25세의 스티브 잡스는 한 연설에서 왜 회사 이름을 Apple로 지었는지를 설명했다. 미국의 컴퓨터 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동영상에서 잡스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입니다. 제가 회사 이름을 Apple로 지은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정제된 정교함’입니다. 저는 Apple이 이를 잘 상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미술가, 과학자, 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단순함이야말로 최상의 정교함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함을 도출해내기 위한 과정은 고통스럽고, 복잡하다. 자동차의 기어변속기를 생각해보자. 자동변속기는 쉽고 단순하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동 변속기를 만드는 것보다 몇 배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소비자가 쉽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려면, 만드는 사람은 엄청나게 생각하고 정교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애플의 제품을 제작하는데 적용된 기술은 매우 복잡하지만, 애플은 이를 단 두세 단어로 표현할 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1세대 아이팟을 출시했을 때, ‘5기가바이트 드라이브에 파이어와이어(FireWire) 포트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등의 기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단지 ‘당신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이라고 했다. 결과는 열광적이었고, 이것이 애플이 가진 소통 방식이었다.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말하기는 쉽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말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다. 켄 시걸은 “쉬워 보이려면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이 선언하는 것만으로 손에 넣어지지 않으며, 단순함을 향해 전부를 걸어야 겨우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복잡한 상황을 소비자가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 그래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고 선택하지만, 그 뒤에는 수천 방울의 땀과 눈물이 있는 것이 Simplicity이다.



Simplicity is the Competitive Weapon 


켄 시걸은 “Simple은 산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도 했다. Simple하다는 것은 불필요함을 제거한 것이며, 그 결과 궁극의 효율성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수많은 선택권을 주면, 고객은 “기업이 날 위해 많은 선택지를 주고 있구나”라고 감동할까? 켄 시걸의 답은 ‘아니오’다.


Dell은 소비자, 정부, 학교 등 판매처에 따라 자신의 상품을 41개 모델로 세분화했다. 이름 또한 길고 어려웠다. 인스피론, 보스트로, 엑스피에스, 옵티플렉스, 프리시즌 등 전혀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이름들은 고객에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델은 신제품을 내놓고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때마다 제품명이 고객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애플은 단 6개 모델만을 내놨다. 이름도 맥북에어, 맥북프로, 맥북 프로 레티나 단 세 가지였다. 나머지는 모니터 인치수(11, 13 등)로 구별했다. 켄 시걸은 “애플 매장에 와서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 느끼고 간 고객은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고객을 배려한 심플함에 만족하고 갔다”고 말했다. 물론 애플이 처음부터 이 같은 ‘심플 전략’으로 나갔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애플은 노트북, 스캐너, 프린터, 카메라 등 20종류 이상의 제품을 팔았고, 각 제품마다 모델도 다양했다. 하지만 잡스는 “우리의 상품 라인을 붕괴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매년 그는 모델들을 없애나갔고, 단순한 모델은 개발 및 관리비용의 절감을 가져왔으며, 고객은 오히려 단순한 모델을 만드는 애플에 신뢰를 보냈다. 단순함을 끝까지 추구한 결과는 전 세계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현재의 애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문가 칼럼] All That Simple! 현대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