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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다르게 생각하라, 그리고 욕망을 자극하라

2015.09.16


성공한 기업의 혁신과 경영 모델을 탐구하는 정혁준 기자는 최근 <욕망을 자극하라>라는 새 책을 출간했습니다. 부제는 ‘누구라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론칭 전략’입니다. 아마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주제가 더욱 흥미롭게 들리실 겁니다. 시장을 다르게 바라보고, 욕망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하는 법. 다음 세 가지 케이스를 통해 알아봅니다.





워크맨은 어떻게 머스트 해브가 되었나?


“머스트 해브(must have)가 뭡니까? 꼭 갖고 싶은 잇 아이템(it item)입니다. 지금의 아이폰처럼요. 1979년 출시된 소니의 워크맨도 그랬습니다. 워크맨은 당시 음악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누구나 워크맨을 갖고 싶어 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필수품처럼 여기며 애용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피(yuppie)입니다.”


그가 소개한 <The Yuppie Handbook> 커버를 보면 뉴요커이자 엘리트 전문직에 종사하던 여피들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한눈에 보입니다. 랄프로렌 수트, 버버리 트렌치코트, 코치 백, 구찌 브리프케이스 등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라 할 만한 그들의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 소니 워크맨이 있었죠.




 

“워크맨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지극히 일본적인 시각과 문화에서 비롯된 건데, 막상 여피들에게 어필한 이유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 워크맨을 샀어요. 제품의 의도와 고객의 욕망이 어긋났던 겁니다.”


‘고객의 욕망이 어긋나는 지점, 그 간극을 찾아라’ 이것은 시장의 욕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골리앗과 맞서 싸운 엔터프라이즈의 전략


워크맨은 당대 혁신을 일으킨 최초의 선발주자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렌터카 시장을 살펴보죠. 처음으로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허츠는 시장을 선점하며 독주합니다. 2위인 에이비스는 ‘우리는 2등이다, 그러나 더 열심히 일한다’란 요지의 광고를 전개하며 공격적으로 지분을 키워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엔터프라이즈는 후발주자였습니다. 자본이 없으니 도시의 주택가에서 차량 8대만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1,2위의 허츠와 에이비스를 물리치고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갔단 말이죠. 엔터프라이즈는 어떻게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걸까요?”





당시 미국 렌터카 사업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당연히 영업소는 공항에 집중돼 있었죠. 반면 엔터프라이즈는 여행객이 아닌 도시의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교통사고나 도난, 또는 공항에 가기 위해 차를 렌트하려는 고객의 잠재수요를 읽어낸 것입니다.


“선발주자가 되어라? 아뇨, 선발주자가 놓친 고객을 공략하면 됩니다. 누구나 선발주자가 될 순 없어요. 대신 강자가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를 가져야 합니다. 고객의 욕망을 꿰뚫어 봤던 엔터프라이즈처럼 시장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고객의 욕구를 재규정해야 돼요.”

  

  

빅토리아 시크릿이 비로소 날개를 단 이유


마지막으로 욕망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한 사례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랑 받는 란제리 브랜드입니다. 매년 열리는 ‘Victoria's Secret Fashion Show’에는 내로라하는 톱모델과 셀러브리티들이 총출동하죠. 작년 런던 쇼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에 맞춰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엔젤들이 날개를 펴고 걸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시작된 빅토리아 시크릿은 로이 레이먼드라는 남성이 탄생시킨 겁니다. 자신부터가 속옷가게에 들어갈 때면 부끄럽고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남자들이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을 만든 거예요. 애초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남성들의 취향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비밀을 엿보듯이 클래식한 소재나 디자인이 주를 이뤘었죠.”


이후 파산 위기에 빠진 빅토리아 시크릿을 구원한 사람은 더 리미티드의 창업자인 레슬리 웩스너였습니다. 그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180도 바꿔 버렸죠. ‘여성이 좋아하는 속옷을 만들어야 한다’ ‘엄마와 딸이 함께 쇼핑할 수 있는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가 그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이었습니다.


“관능미와 성적 매력은 남성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여성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게 포인트입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이 자신감과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에 새로운 욕망의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그렇게 비로소 날개를 달게 된 거죠.”


속옷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속옷을 패션으로 바꾼 빅토리아 시크릿은 실제 고객의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재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정혁준 기자는 누구라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론칭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만드는 욕망과 욕망의 근원이 되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야 합니다. 다르게 생각하세요. 그래야 욕망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정혁준 기자

<한겨레> 기자이자 디지털콘텐츠 팀장.

그간 <한겨레 21> 경제팀장,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조지아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했다.

<경영의 신 1, 2, 3>, <맞수기업열전> 등 다수의 책을 썼으며 ‘정혁준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BLOG.HANI.CO.KR/JUNE)’란 블로그 또한 꾸준히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