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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디지털 시대, 지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2015.11.03


디지털, 빅데이터의 등장,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 등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전망과 미래 예측이 곳곳에서 쏟아집니다. 어찌 보면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죠. 프랑스의 기술철학자인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는 미래에 조금 색다른 물음을 던집니다.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생산성을 재분배할 것인가? 서로의 지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의 답을 들어보겠습니다. 


 



경제와 노동의 개념이 바뀐다  


“디지털 시대는 1993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흔히 디지털을 컴퓨터와 연관 지어 생각하시는데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는 우리가 인터넷을 검색하고 사진을 찍는 이 스마트폰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디지털 시대는 인간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또한 기존 경제관념에도 크나큰 변화를 몰고 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온라인에서의 협력이 훨씬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고 노동은 다른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인간의 노동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됐습니다. 베르나르는 우리가 알던 경제적 유형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단언합니다.


“향후 유럽에서는 일자리의 50%가 사라질 겁니다. 20세기에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거대한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19세기 당시 생산자가 프롤레타리아화 된 것처럼 20세기의 소비자도 프롤레타리아화 됐습니다. 이제는 웹 기술에 의해, 그리고 디지털로 인해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가 생겨 난 겁니다. 기계적인 환경은 드라이브에 기반한 데이터와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디지털은 빛이나 신경세포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식은 스킬이 아니다


신경세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계적 환경 속에서 인간의 지식은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디지털로 인한 자동화가 ‘지혜의 상실’을 가져올 거라 말합니다.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저 과학적, 기능적으로 살아가는 삶. 베르나르는 빅데이터가 지배할 시대를 예고한 도발적인 칼럼 한 편을 보여 주었습니다. ‘롱테일의 법칙’으로도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이론의 종말(The End of Theory: The Data Deluge Makes the Scientific Method Obsolete)>입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2008년 6월,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었던 와이어드지(WIRED)에 이 글을 기고했습니다. 



Illustration: Marian Bantjes

Chris Anderson <The End of Theory>



“크리스 앤더슨은 빅데이터 시대를 예고하며 이론의 종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메모리에 개입해서 기억을 조작하거나 디지털로 자동화시키는 일이 불가능할까요? 우리는 엔트로피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지식은 스킬이 아닙니다. 스킬은 업무에 대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지식은 그렇게 단순한 분석이 아니죠. 이해가 없으면 논리도 없습니다. 이해와 논리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새로운 지식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지식을 서로 재분배해라


베르나르는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매우 쉽고 간단한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지금 제 눈 앞에 여러분도 필기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왜 필기를 할까요? 정보를 뇌에 저장시키려면 손으로 뭔가 적는 행동이 도움이 됩니다. 또 단순히 강의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필기할 수도 있겠고요. 무엇보다 필기를 하면 텍스트가 풍성해지고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필기는 각자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노트를 서로 공유하며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색을 활용해 생각을 정리하는 필기법을 제안했습니다. 


초록 강의의 요약

빨강 이견이나 반대의 생각

파랑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코멘트

노랑 강의의 핵심 키워드


이렇게 정리한 노트를 서로 바꿔 보면 같은 강의에 대한 다른 시각과 관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와 나는 중요하다고 표시한 포인트가 다를 수도, 완전히 다른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죠. 직관적인 색상으로 생각이 정리되어 있으니 쉽게 대조가 가능합니다. 간단한 프로토콜을 통해 생각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식은 서로 간의 생각과 논의가 있어야 발전합니다. 미래의 생산성은 자본으로 재분배되기 힘들 것입니다. 서로의 역량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 앞으로 우리는 이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기술철학자. 2006년부터 퐁피두센터의 문화발전 위원장을 맡아 현재 조사혁신연구소(IRI·Institut de recherche et d'innovation)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시간> 1-3권, <상징적 빈곤에 대하여> 1-2권 등 수십 권의 저서를 펴내며 독창적인 사유를 펼쳤다. 국내에는 그의 스승 자크 데리다와 펴낸 <에코그라피>가 출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