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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vodka] it vodka 프로젝트 #2 현대카드 잇 와인, it wine

2015.12.21


와인은 언제나 옳은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옳고, 그냥 옳습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옳습니다. 한 잔도, 한 병도 옳습니다. 그런데도 숫자나 문자로 이루어진 논리적 기준에서 좋은 와인인지, ‘와인은 어떻게 무엇을 마셔야 하는 것인지’와 같은 지식의 분야는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신의 물방울」을 열심히 본 정도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사실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면 우리는 그저 선한 마음으로 즐기기만 해도 괜찮지 않으려나 하는 마음입니다. 네임태그에서 흙의 보드라움이 느껴진다고 하면 그것을 느껴보려 노력하고, 제비꽃 향이 코 끝을 간질인다 하면 코 끝에 집중해보는 정도로도 충분히 즐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와인은 확실히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커티스가 머리 칸에 도착했을 때 윌포드는 태연하게 스테이크를 구우며 “배고픈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앉은 자리에는 와인이 곁들어진 식사가 준비됩니다. 그 식탁 위의 이미지가 우리가 그리는 와인의 스테레오 타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와인은 주로 격식이 있는 자리에서 마시거나 선물용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죠. 이상합니다. 다행히 아직 인류의 종말이 오지 않았고,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와인을 마실 수 있지만 그럼에도 와인에 대한 인식은 조금도 대중성에 가깝지가 않은 것은 왜 일까요.

1인 가구가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편의점 매출 증가의 이유는 역시 ‘수입맥주 4캔에 만 원’이라는 은혜로운 행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종 우리는 편의점 냉장고 앞에 매미처럼 붙어서는 맥주 4캔을 신중하고 살뜰하게 꾸리고 있는 동지들을 만납니다. 사려깊은 동지들의 시선 바깥쪽에는 간혹 이제 막 먼지가 앉은 와인병들이 비스듬히 누워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의점 와인’은 맥주에 밀려 별 관심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와인이 먼지를 덮고 있던 것 때문은 아닙니다. 마치 편의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편의점에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는 와인은 겸연쩍은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인은 코르크 마개가 거치대 밖으로 튀어나와서 마치 다연장 로켓포처럼 보이고, 본래 기름진 초록이었을 병의 표면에는 앞으로도 먼지가 쌓여 두터워질 것 같습니다. 와인은 편의점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니, ’그럴 수 없어!’라고 꽤 단호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단호한 생각이 무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기저에는 와인은 ‘고급스럽다’, ‘진중하다’, ‘섬세하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지금까지 마셔버린 와인이 한강인 사람들도, 어디 가서 “와인을 아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치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와인을 사랑하는 길은 오로지 빈티지나 와인의 전문용어를 공부하는 방법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와인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 못하는 이들은 ‘와인 경력 10년’을 ‘와인 짝사랑 10년’이라고 고쳐 적어야만 하는 걸까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
짝사랑을 앓고 있는 이에게 현대카드는 조용히 ‘잇 와인(it wine)’이라는 백합꽃 모양의 머들러를 쥐여줍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이라는 머들러로 잘고 예쁜 거품을 일으킵니다. 와인 답지 않은 쾌활한 목소리로 다가온 잇 와인은 “와인이라는 술, 이렇게 즐겨도 어때?”라고 묻습니다. “으응? 너, 내가 알던 와인 맞아?”라고 할 정도로 ‘잇 와인(it wine)’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꽤 다릅니다. 2012년 현대카드에서 출시한 생수 ‘잇 워터(it water)’의 원통 모양의 용기와 크기를 유지하고, 그 위에 현대카드가 개발한 4가지의 팝 컬러(Pop color)를 꼬까옷처럼 입은 잇 와인은 오프너가 필요 없도록 생수처럼 돌려서 따는 마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잇 와인(it wine)’은 늘 먼저 다가가야 했던 짝사랑이 옆으로 성큼 다가온 기분이 듭니다. 팝아트를 연상케하는 컬러와 원통형 텀블러 같은 외형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던 와인의 성격을 변화시킵니다.

팝아트가 일상에서 소비되는 것들을 예술로 만듦으로써 대중에게 획득한 이미지는 잇 와인에게 고스란히 도포되어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은근한 불빛의 레스토랑, 깜깜한 밤의 다이닝 테이블, 설국열차의 머리칸에서 와인을 가지고 와서는 여러분의 손에, 퇴근길 위에, 사람이 앉는 대로 모양지는 잔디 위 담요 위에 가져다 놓습니다. 와인을 두고 펼쳐지는 장면들은 이제 좀 더 일상적이고, 환하고, 소란스러워집니다.

사실 와인이라는 술은 본질 자체가 어렵게 고안된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저 캐주얼하고, 쾌활한 디자인을 입었을 뿐인데 와인은 본질을 잃지 않고도 우리에게 가까워집니다. 그저 높은 힐을 신고 있던 와인에게 운동화를 선물했을 뿐인데도 와인의 자아는 넓어졌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결국 디자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란 지도에서 본 적 없는 나라의 언어와 감정을 모양이나 재질, 온도나 색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가져오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왜 와인은 쉬울 수 없는 거야?’라는 생각만 지니고 있는 것은, “내 인생이 소설이야.”라고 말만 하시는 어른들과 같습니다.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디자인은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다시 묻고, 다시 대답하면서 시각화하는 부지런함의 과정 전반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디자인이란 생생한 육체성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와인에게 “캐주얼해져라! 얍!”이 아니라 최대한 무심한 척 “오다 주웠다.”라며 선이 고운 운동화를 건네는 일입니다.

현대카드가 ‘잇 와인(it wine)’이라는 물성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 구역의 와인은 나야.”가 아닙니다. 기존의 와인에게 대답이나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질문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디자인은 완전히 새롭지만 결국 그 속에 든 메시지는 그저 우리 생각하는 곳에서 조금만 고개를 갸웃하면 볼 수 있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만 고개를 기울여도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카드회사인지 디자인 회사 인지 모를 현대카드의 브랜딩과도 같은 결은 아닐까요.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조금씩 옮겨 작은 점들을 찍고 있는데, 그 점들이 별처럼 무궁한 것.’이 현대카드가 지향하는 세계와 닮아있습니다.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옵니다. 다연장 로켓포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든 ‘잇 와인(it wine)’이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맥주 4캔을 사들고 집에 갔는데, 도착하면 봉지 속에는 3캔이 남아있을 때가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길’ 위에서 ‘맥주 한 캔’이 사라지는 마법을 때때로 경험합니다. ‘잇 와인(it wine)’이라면 ‘와인 한 병’도 역시 ‘길 위’에서 증발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덤으로 ‘아무도 내가 길에서 와인을 나발로 불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지?’라는 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잇 와인(it wine)’이라면, 우리와 와인은 이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편의점에서나 마트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it wine

잇와인 정보

  • · 원산지 : 남아프리카산
  • · 블루, 그린병 : 화이트와인 (샤도네이 2012년산)
  • · 퍼플, 오렌지 : 레드와인 (까베르네 소비뇽 & 쉬라즈 블랜딩 2013년 산)
  • · 용량 : 300ml
  • · 판매처 : 판매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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