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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vodka] it vodka 프로젝트 #3 현대카드 잇 보드카, it vodka

2015.12.21


보드카 마티니. 젓지말고 흔들어서.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 분)의 대사
일반적으로는 진과 베르무트를 섞고 살살 저은 후 마시는 술인 마티니에 제임스 본드는 진 대신 보드카를 넣습니다. 재료의 혼합 방식조차 젓는 것이 아니라 흔드는 것으로 마티니를 조금 더 거칠게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드는 자신만의 형식을 갖고, 그것을 품위 있게 즐기는 것이겠죠.

어두운 실내, 번지고 모아지는 불빛들, 긴장한 음악과 일렁이는 실루엣들, 색색으로 물들인 칵테일들이 있는 곳에는 보드카가 있습니다. 울리는 음악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 모를 설렘이 충동질하는 클럽에는 우리도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어쩐지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곳에선 우리들처럼, 보드카도, 보드카가 아닌 것처럼 존재합니다.

러시아에는 보드카 박물관이 있기도 하고, 보드카의 질과 가격이 정치가의 정책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추위를 견디면서 마시는 생명수의 의미가 깃든 보드카는 이미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알렉산드르 3세’의 의뢰로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보드카 생산 기준’을 정립하였고, 그에 따른 생산과정을 엄격하게 관리받는 각별한 술입니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와 우리가 자주 만나는 보드카는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어 보드카 본연의 맛은 사실 느껴지지도 않으니,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보드카는 아무래도 지금의 처지가 조금은 억울할 것 같습니다.

많은 보드카 브랜드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블랜드 된 보드카를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명한 병에 갖은 색들을 수놓은 패키지도 역시 새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술을 깨끗하게 비우고도 병을 버리지 못하고 꽃이라도 한 송이 걸어두고 싶은 예쁜 병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선보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색무취의 보드카의 존재가치를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보다는 보드카의 대중성을 꾀하고, 기존의 보드카 맛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패키지로 눈길부터 잡아야 한다는 방향은 의심할 여지없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버전의 보드카가 나오면서 본래의 맛과 향을 잃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드카가 가진 투명함은 꼭 그저 알코올의 향과 맛을 지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보드카야말로 훌륭한 맛과 그렇지 않은 맛이 깔끔하게 나뉘는 술이라는 생각입니다. 잘 정제된 알코올 도수 40도의 차가운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훅 털어서 목 끝으로 넘기면, 눈 한 스쿱을 입안에 넣은 것처럼 차고 부드럽습니다. 후에, 체온으로 덥혀지고 녹아내려서 목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그제야 불질러진 보드카에서 달큰한 알코올 향이 가슴 밑에서부터 식도를 태우고는 코 끝으로, 치아 밖으로 살금 풍겨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소비되는 것은 전체적으로는 푸근하고 선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루두루 살갑게 쓰이고자 가진 본질을 잃는 것은 역시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보드카를 아래에 두고 새로운 맛을 만들고, 또 그만큼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를 발견해내는 것은 마치, 보드카의 쓸모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보드카뿐 아니라 요즘의 우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취업이나 승진이라는 사회적 단계에서도, 우정이나 사랑이나 하는 감정의 단계에서도, 그러니까 다른 무언가와 관계를 맺는 지점에서 자주 스스로를 이리저리 바꾸고 물들입니다. 숫자나 점수, 성격이나 성향 심지어는 취향까지, 보편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는 동안 우리는 옆 사람과 그리고 그 옆 사람과도 비슷한 쓸모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런데도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어차피 문제나 갈등 그리고 작은 미끄러짐이 완벽하게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이 가진 색을 버리고 이리저리 바뀌고 싶어 하는 걸까요.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고 싶다는 마음이 결국 모두를 같게 만드는 삶 속에서 우리의 자 아는 조금씩 닳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광기가 없는 위대한 천재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현대카드 디자인 랩에서 이번에 출시한 ‘잇 보드카(it vodka)’는 이리저리 섞여 본래의 색을 잃은 채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드카의 복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래 가졌던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내밀어도 가슴이 뻐근하도록 뿌듯한 세계를 상상합니다.

it이라는 워딩을 앞세워 나오는 세 번째 시리즈답게 ‘잇 워터(it water)’부터 이어온 외형을 유지하여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보드카와 최상의 파트너쉽을 자랑한다는 벨루가 캐비어와 쨍한 겨울의 이미지를 녹여낸 색상, ‘블루 크롬’을 품고 있습니다. 보틀에 코팅이나 랩핑으로 색을 더하는 대신에 인체에 무해한 은도금 방식을 사용한 것 역시 보드카의 본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의 부수적 산물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벗겨지거나 닳지 않고 가진 빛을 유지하는 것이 보드카의 품격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디자인이 새롭다는 이유로 보드카 싱글 오리진을 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러니까, 아깝다고. 가진 풍미를 즐기기도 아까워서 칵테일로 변하기에는 아깝다고 느낄 정도의 맛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카드의 ‘잇 보드카(it vodka)’는 훌륭한 보드카의 기준과 엄격한 생산과정을 존중하여 최상의 맛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보드카는 알코올 도수 40도의 에탄올 화합물입니다. 대부분 에탄올을 생성하는 주재료는 감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자는 일반 곡류에 비해 메탄올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자를 증류하는 것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그렇기에 대량생산에 맞춰진 대부분의 보드카 브랜드들이 밀이나 호밀, 옥수수 등을 증류하거나 2가지 이상 곡류의 증류액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잇 보드카’는 500년 폴란드 전통의 제조방식으로 100% 감자 원료로 추출된 단일 원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많은 재화들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잇 워터(it water)’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류로 시리즈를 확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모든 술이 근본으로 들어가면 강한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술이라는 것은 여느 재화 못지않게 역사와 전통, 지역의 기후와 풍토 등 모든 것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복합되고 축적되어 방울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잇 보드카(it vodka)’는 그저 ‘Vodka Single Origin’이 아니라 무구한 역사와 본질의 회복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성공한’, ‘훌륭한’, ‘멋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본래 가진 고유성을 잘 정제한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 아무도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자신을 쉽게 물들이거나 모양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흔히 ‘똘끼가 있다.’라고 여겨졌던 위인과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세계에 위축되지 않고 자유로이 내면을 펼친 결과로 우리는 많은 사회 문화적, 기술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이야기를 진중하지만 심각하지는 않게 ‘잇 보드카’에 담고자 했습니다. ‘겉으로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이마 끝이 아릴 정도의 차가운 물성을 지녔지만, 그 본질에는 몸을 덥혀오는 따뜻함이 있는 술’이라는 보드카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블루 크롬’이라는 색상을 가진 이유도 역시 같은 결에 있습니다. 블루는 분명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과 하늘의 색이라는 점에서 어떤 포근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it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는 단순하게 연속된 이름과 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굳어진 생각을 자극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카드가 단순하게 카드의 디자인을 넘어 크고 작은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네. 최초에는 현대카드는 그저 ‘카드회사’였습니다. 현금의 사용을 대체하는 카드가 탄생하면서 생활은 획기적으로 편의로워졌지만 그로 인해 잡히거나 보이지 않는 거래가 무수하게 많아졌고, 그것은 분명 어떤 불안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그 감각, 그 물성마저 잊지는 않았습니다. 화폐의 형태를 닮은 외형, 개성적인 색, 특유의 홀로그램 등을 디자인하면서 개개인의 자산을 대변하고자 했습니다. 소비하는 것의 소중함, 그리고 신중함, 그리고 소비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카드의 디자인뿐 아니라 소비의 대상인 것들을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장강명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작두로 제본을 잘라내는 과격한 방법이 아니어도) 책 한 권의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현대카드는 그런 낱장이 수북한 브랜딩을 꿈꾸고 있습니다. 전체는 하나의 책이지만 낱장들은 각 페이지의 끝이면서 다시 페이지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현대카드는 그렇게 책등을 넓혀가며 하나의 끝과 시작을, 끝과 시작을, 페이지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it 시리즈를 포함한 현대카드 디자인 랩의 프로젝트들은 아래에서 위로 축적되어 높은 탑을 쌓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심에서부터 도미노처럼 넓게 세워지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한 곳을 건드린다면, 분명 다른 모든 것들도 반응하여 하나의 그림이 되고자 합니다.
쿵
가끔, 그저 다음 일정이나 시간에만 생각을 집중한 나머지 세심하게 닦인 유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쿵” 하고 이마를 부딪혀본 적 있으신가요. 모두가 모두를 표방하는 조심스러운 삶에서는 오히려 귀엽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의 존재를 잊었던 만큼의 아픔과 동시에 주변에 사람이 없나 둘러보게 되겠죠. 아무도 없다면 우리는 ‘유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었네.’하는 작은 쑥스러움과 ‘유리가 참 투명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도 느끼고는 잠깐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마를 문지르며, 친구나 연인에게 톡으로 “방금 유리에 부딪혔어.”라고 말할 것도 같습니다.

‘잇 보드카(it vodka)’는 일상에 존재하는 조금은 특별한 에피소드처럼 잘 쓰지 않던 감각을 살려내는 동시에, 혼자일지라도, 어디에서나, 갑자기라도 만날 수 있게 친근하고자 합니다.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바람을 가진 계절에는 ‘잇 보드카’로 유리에 부딪혀 느꼈던 “쿵”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심쿵도 좋습니다!

(그래도, 아프지는 마셔요.)

잇보드카 정보

  • · 원료 : 100% 감자
  • · 용량 : 300ml
  • · 가격 :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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