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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실현 프로젝트] 프롤로그. 동네의 작은 다윗들

2016.01.27

우리 동네의 다윗들

21세기 우리나라는 단적으로 ‘골리앗 전성시대’다. 주요 산업은 물론, 동네 상권에도 슬금슬금 침투하던 덩치 큰 기업은 막강한 자금을 바탕으로 도심의 소비 거리와 똑같은 모습을 우리 눈앞에 내보이고 있다. 통일된 디자인과 깔끔한 외형에 익숙한 우리는 편리함과 신뢰라는 이름 아래 대형 프랜차이즈와 마트, 서점의 분점을 찾는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의 급속한 발달 또한 공간적으로 우리를 가까운 동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예전 동네 가게가 구석구석 우리를 반겨주던 따뜻함과 다양함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획일적인 복장과 서비스를 앞세운 모습이 우리 지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이런 골리앗의 맹공과 동네 가게의 외마디 비명이 가득 찬 보이지 않는 전쟁터인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해 현대카드는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소상공인의 자활을 돕고 꿈을 실현해주는 드림실현 프로젝트는 물고기를 잡아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걸 목표로 디자인, 금융, 컨설팅을 융합했다. 기존 가게를 분석해 각 가게만의 장점을 찾아 극대화하고 맞춤형으로 새롭게 재구축하며 지금까지 9개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드는 성과를 보였다.

이번 대망의 10번째 드림실현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동네 빵집과 함께 구멍가게의 셀 수 없는 몰락을 상징하는 슈퍼다. 이 동네 슈퍼를 개선하기에 앞서 대기업에 비하면 상황이 턱없이 열악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로 풍부한 생명력을 피우는 ‘동네의 강한 다윗’을 살펴봤다. 그들이 주변 가게들의 끝없는 몰락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법은 무엇일까? 수십 년 된 동네의 터줏대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성 넘치는 젊은 분위기의 힙한 가게도 아니면서 자신만의 느낌을 고집스럽게 가져가는 이들의 비밀이야말로 ‘골리앗 전성시대’에서 힘겹게 분투하는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참기름 집, 정육점, 슈퍼, 서점, 빵집 등 전통적인 몰락 업종에서 빛나는 ‘동네의 다윗’ 5곳을 살펴보도록 하자.

01. 동네 기름집 – 건강을 최우선으로

 

 현대카드 사회공헌활동 드림실현 프로젝트 프롤로그. 동네의 작은 다윗들 이미지

역삼동 참기름집 쿠앤즈 버킷
깨는 영양 가득한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기존 참기름 공법은 고소한 냄새를 더하기 위해 고온에서 볶느라 발암물질인 벤조피렌도 함께 나오면서 이 좋은 걸 마음 놓고 먹기에는 거북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동네마다 고무대야에 깨를 쌓아두고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차던 기름집은 하나씩 자취를 감추어갔다. 역삼동 주택가 구석에 자리잡은 쿠앤즈 버킷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첨단(?) 참기름 집이다.

전직 식품 담당 MD였던 터라 깨의 우수성을 잘 알던 주인장은 벤조피렌 없는 좋은 기름을 만들고 싶었고 결국 170도 미만의 원적외선 볶음기를 사용해 볶은 후 의료용 여과지로 필터링해 안전한 참기름 만들기에 성공했다. 특히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은 독일산 착유기로 70도 미만에서 짜내 오메가-3와 향미가 풍부한 덕분에 의사가 섭취를 권장한다고 한다. 오직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주인장의 의지는 생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으로 만든 쿠키와 스콘을 만들고, 종국엔 수수, 조리, 미역, 감, 꿀 등 수 년간 발품 팔아 건진 전국의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데 매장의 절반을 할애하도록 했다. 단순히 기름 짜는 집이 아니라 동네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것이 21세기 참기름 집 성공기의 핵심 아닐까.

02. 동네 정육점 – 숙성육부터 육회초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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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정육점 두뿔이야기
고기 없는 우리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던가. 하지만 새빨간 조명의 동네 정육점은 들어가기에도 부담스럽고 좋은 고기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결국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마트나 백화점을 찾게 되면서 기존 정육점은 큰 위기를 맞게 됐는데 구기동의 두뿔이야기는 이런 단점을 세세히 손 본 좋은 사례다. 정육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긴 가게는 MEAT CRAFT란 간판을 달고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하지만 카페를 연상시키는 진회색 외관에만 매달린 건 아니다.

두뿔이야기는 15년 경력의 대표가 경매로 소를 사고 지하 창고에서 직접 정육 작업을 하는 까닭에 맛 좋은 1++급 한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육회 초밥까지 판매할 정도로 신선도를 보증한다. 또한 동네 정육점에서는 다루지 않은 고급 숙성육인 드라이에이징 고기까지 선보인다. 2등급 한우는 45일 간의 숙성을 거쳐 감칠맛이 풍부한 고기로 탈바꿈하는데 적당한 숙성일을 택한 덕분에 특유의 치즈향도 덜하고 같은 무게의 최고급 한우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 동네에서 드라이에이징을 사보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가게 한 쪽에 로즈메리, 바질, 정향 등이 담긴 허브병을 나란히 놓고 고기와 어울리는 향신료를 무료로 소분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점도 독특하다. 두뿔이야기가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은 이렇게 좋은 고기와 알맞은 향신료에서 비롯되는 풍성함과 행복감에서 시작한다.

03. 동네 슈퍼 – 동네 맥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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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동 슈퍼 우리 슈퍼
슈퍼만큼 동네 골목 상권의 몰락을 상징하는 업종은 없을 테다. 동네 만물상이었던 슈퍼는 편의점과 마트의 파상공세에 하나둘 쓰러져갔다. 때 낀 간판에 어두컴컴한 내부, 낮은 제품 회전율을 좋아할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런데 6호선 녹사평 역에 내려 차 소리 들리는 도로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부류의 슈퍼가 존재한다. 바깥을 가득 채운 가지각색의 맥주 포스터와 기념품, 빈 병으로 장식한 우리 슈퍼는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펼쳐지는 맥주 파티의 중심이다. 우리 슈퍼는 음악 선곡까지 신경 쓰는 멋쟁이 주인 아주머니의 수입 맥주 컬렉션으로 가득 차 있다.
대략 70~80종에 달하는 맥주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으로 계절 맥주나 한정판까지 갖췄 지만 동시에 슈퍼의 필수 품목인 잡화와 식품 또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주머니는 맥주 전문가 로서 친절하고 단호한 큐레이션을 담당한다. 취향을 말하면 거침없이 냉장고로 다가가 몇몇 맥주를 콕콕 찍어주는 데 하나같이 가격이 좋다. 모든 맥주를 다 먹어본 입장에서 초심자, 마니아 할 것 없이 그들이 원하는 걸 척척 집어주는 장면을 보면 믿음이 생길 수 밖에. 사실 옛부터 인기 있는 과자와 싱싱한 과일을 팔던 슈퍼는 동네 생필품을 책임 지던 큐레이션의 보고 아니었던가. 이름도 낯선 수입 맥주를 파는 우리 슈퍼에는 옛 동네 슈퍼의 스스럼 없는 매력이 남아있다.

04. 동네 서점 – 북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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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책방 북바이북
상암동 먹자골목 구석에 숨어있는 북바이북은 사람이 계속 모이는 동네 책방이다. 사실 대형서점도 아니고 인디 서점처럼 특정한 팬층을 갖추지 않는 기존 동네 책방은 먼지 낀 문제집 뭉치와 가게 지키는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이미지가 바로 떠오를 만큼 동시대성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책이 너무 좋아 책방을 차렸다는 자매는 북바이북에 개성을 부여했다. 1호점은 소설책만을 다루고, 얼마 전 확장한 2호점에서는 책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개성은 외면일 뿐 책방이 순조롭게 굴러가는 중심에는 책과 사람의 연결이 존재한다.

북바이북은 독특한 책 카테고리 분류법과 책꼬리가 눈에 띈다. A, B로 규격화한 카테고리 대신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코너를 즐겁게 꾸며놨다. ‘그린라이트인가요’, ‘글빨 땡기는 날', ‘이 작가 홀릭중’, ‘경제, 잘 몰라도 상관없어’ 등 제목도 발랄하다. 특히 책을 읽은 사람이 짧은 감상평을 종이에 남겨 책 사이에 끼워두는 ‘책꼬리’는 마치 댓글의 오프라인 화를 보는 느낌이다. 두 요소 모두 기계적인 틀이 제공할 수 없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게다가 북바이북은 책을 넘어 문구류부터 쨈, 핸드폰 케이스, 책과 어울리는 음반까지 판매하고 ‘작가 번개’라는 이름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며 카페 기능까지 겸하니 ‘동네의 문화쌀롱’이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다. 이런 북바이북을 보노라면 동네 서점의 진화판이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05. 동네 빵집 – 효녀가 파는 건강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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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 빵집 슬로우브레드에버
서촌 통인시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시장을 빠져나오면 저 골목 구석에 작은 빵집이 간판도 없이 숨어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온갖 할인 혜택과 목 좋은 위치 선점에 메말라가는 동네 빵집의 현 주소와는 사뭇 다른 서촌의 명물 동네 빵집 슬로우브레드에버다. 이 곳은 당뇨 때문에 제대로 빵을 즐기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시작한 효녀 빵집이다. 대부분의 빵이 첨가물을 최소화한 건강빵이라 자연에 가까운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점점 관광지로 변하는 서촌에서 유명한 집이라는 건 행복함과 곤혹스러움의 양립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이 일품이라 주말에는 외지인들이 빵을 몽땅 사 가는 일이 빈번해 정작 동네 단골들이 먹을 빵이 부족한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빵을 주문받고 보관해주는 ‘예약제’를 실행 중이다. ‘빵은 집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갓 구워낸 것을 맛보는 게 제격’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작은 공방을 연상시키는 이 소박한 가게에는 빵을 사러 저 멀리 강남에서 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먹는 사람의 건강과 관계의 지속성을 중시하는 이 동네 빵집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앞서 살펴본 5곳의 동네 다윗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결국, 가게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다. 돈을 쥐고 있는 소비자가 아니라, 내 공간에 찾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을 여는 것, 곧 ‘사람’이란 본질에 집중하는 다윗들은 거친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빛을 내는 등대처럼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커뮤니티의 지원 아래 뿌리 깊은 나무처럼 제 기둥을 견고히 하는 새로운 다윗들이야 말로 거대 자본 아래 숨도 제대로 못 쉬던 동네 가게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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