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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Type in Motion, 타이포그래피의 존재에 관하여

2016.04.15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Type in Motion, 타이포그래피의 존재에 관하여 현장스케치 이미지

Prologue

현재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Type in Motion>>은 다양한 형식으로 모니터와 스크린에 존재하는 타이포그 래피의 양태를 다루는 ‘타입과 시간’에 관한 전시이다. 최근 디자인 영역에 대한 재매개화(ReMediation) 작업이 활발하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제품디자인이나 그래픽디자인 영역에 치우쳐 있었다는 측면에서 영상디자인 분야에 대한 전시는 반갑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 가상현실 등의 매체 환경 변화와 맞물려 타이포그래피 영역이 만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특별한 시사점이 있는 전시라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시간성을 가진 타이포그래피 작업들을 <Typographic Performance>, <Animated Infornation>, <Word Montage>, <Dynamic Display>, <Voice of a Text>라는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맥락화를 시도하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현재 실제 작업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언급되고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을 미디어 패러다임과 연결하여 정리해보고 창작자로서의 고민들을 나누고자 한다.


1.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 경험으로서의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란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활자의 형태를 창조하고 배치하는 기술과 예술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타이포그래피는 인쇄의 조판방식으로부터 발전했기 때문에 고정된 타입들의 배치와 디자인을 통해 보는 이의 시선의 움직임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영상 매체 안에서의 글자들은 시공간의 개념을 포함하여 움직이며, 독자/관람자/시청자의 시선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음을 시도한다. 영상매체에서의 타이포그래피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의지를 가진 생명체들이거나 혹은 그러한 생명체들이 우글거리는 생태계 그 자체이다. 이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창작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과 긴장감을 생성한다.

타이포그래피는 기능적으로 문자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 영화 오프닝 시퀀스 분야와 광고 분야에서 선구적으로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는데, 특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솔 바스(Saul Bass)의 작업들은 영화 오프닝 시퀀스 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디자인 영역으로 존재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디자인 사에 있어서도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훗날 오프닝 시퀀스의 예술성을 극대화시킨 파블로 페로(Pablo Ferro)나 세븐의 카일 쿠퍼(Kyle Cooper) 등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솔 바스의 선구적인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Type in Motion, 타이포그래피의 존재에 관하여 이미지



이후, 영상 매체의 발전과 함께 타이포그래피의 기본 개념과 원리도 크게 변화하였고 특히 현재는 모바일 디바이스, LED 미디어 파사드, 가상현실 등의 개념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활판이나 인쇄매체에서 자유로워진 디지털 타이포그래피는 데이터와 빛으로 존재하게 되면서 비물질성과 동시에 무한성과 공간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문자에 대한 낯설게 하기의 일환으로 공간/설치로서의 타이포그래피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a. 건축 + 무빙 타이포그래피

순수 예술 영역, 특히 개념 미술 영역에서는 언어를 중요한 수단으로 다루면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영역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특히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작업은 무빙 타이포그래피 영역의 공간적 적용 가능성을 일찍이 실험해왔다. 2008년 “For the Guggenheim”과 같은 시리즈에서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이용하여 건축물의 맥락과 텍스트의 맥락의 충돌을 만들고 그 충돌을 통해 메시지를 표현해왔으며, 이후 LED 사이니지 장비들을 이용한 일관된 방법론의 설치 작품들을 통해 텍스트가 어떻게 건축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

언어를 이용한 작품을 건축적 모션 타이포그래피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로는 장영혜 중공업이 있다. 웹아트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작업을 발전시켜온 장영혜 중공업은 무겁지만 위트 있는 텍스트와 경쾌한 재즈 음악의 낯선 만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왔으며 최근 미술관의 건축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 영역에서 경험적 무빙 타이포그래피로 해석 가능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색동 프로파간다” 작품은 건축 공간이 무빙 타이포그래피의 리듬감 있는 그리드와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기능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 받은 결과를 보여준다.




b. 가상 공간 + 무빙 타이포그래피

이번 전시의 “The Child”는 공간으로서의 타이포그래피를 시각화하고 있는데, 최근 모든 창조 영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텍스트 사용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적 타이포그래피의 맥락은 유고 나카무라(Yugo Nakamura)등으로 대표되는 웹 공간에서의 인터랙티브 작품들에서 초기의 선구적 실험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Type in Motion, 타이포그래피의 존재에 관하여 이미지



“WAR OF WORDS”라는 동일 제목의 전쟁에 관한 시를 가상공간 안에서 표현한 VR 작품은 평면적 웹공간이 입체적 가상현실 공간으로 발전하면서 독자가 관객으로 전환되며 자유도를 부여 받았을 때, 관객의 비선형적 해석을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한 구조적 측면에서의 고민에 대한 신선한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창작자들에게 새롭게 던져진 과제라 할 수 있으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대상이 더 이상 ‘읽는 언어’가 아닌 ‘경험하는 언어’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2. 콘텐츠로서의 무빙 타이포그래피

영상 매체에서 언어라는 기호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영화의 감동적인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배경에 보이는 작은 간판의 텍스트만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기에 충분하며 이는 실제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음악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이처럼 강력한 전달력을 가진 무빙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이너에게 콘텐츠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를 부여하였다. SNS 등의 바이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고 단순한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논리적 구성을 통한 설득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 중시되면서 정보 편집자로서의 디자이너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잇는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의 Social Film 시리즈의 예처럼 콘텐츠로서의 무빙 타이포그래피는 창작자가 사회를 읽어내는 시선과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MK12의 “Telephoneme”등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Type in Motion, 타이포그래피의 존재에 관하여 이미지



디자이너가 이토록 강력한 텍스트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시에서 또한 텍스트를 다루는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디자인 방법론을 보여주는데 표현적 무빙 타이포그래피와 맥락적 무빙 타이포그래피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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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표현적 무빙 타이포그래피

    두 영역의 작품들 모두 소리를 영상으로 옮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것처럼 보이나, “Rules of Fight Club”등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영상과 사운드 나레이션의 중첩된 표현은 텍스트의 뉘앙스를 극대화함으로써 텍스트의 해석 방법을 제한하고 그 만큼 강력한 힘으로 텍스트를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즉, 타입들에 시공간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언어는 음악이나 춤의 리듬적 특성과 영화의 내러티브적 속성을 띠게 되는데, 이를 증폭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b. 맥락적 무빙 타이포그래피

    반면 “Toy Baby Grand” 등의 작업들은 텍스트의 의미와 이미지적인 맥락을 분리하고 관객들의 몰입보다는 해석을 요구하는 보다 다층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즉, 영화에서의 몽타주 기법과 같이 표현 요소간의 거리감을 통한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리와 이미지, 텍스트와 이미지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하여 서로 다른 역할 분담을 통한 소통 방법이며, 이는 창작자의 연주자로서의 역할보다 지휘자로서의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론은 닮아 있으면서도 실제 관객들에게 극단적으로 다른 작용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디자이너의 전략적 판단이 적용되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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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영상에서의 타이포그래피 영역은 그간의 시간성에 대한 고민을 넘어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만나면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고민케 하고 있는 시점에 놓여있다. 이러한 시점에 기존 영상 영역에서 다루어진 언어를 다양한 맥락으로 구분하여 연구, 정리해준 본 전시는 창작자들의 입장에서 특별히 공부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반가운 전시임에 틀림없다. 또한 전시 내용에서 보다 확장하여 개념미술에서의 언어 사용과 타이포그래피에서의 언어 사용에 대한 비교 분석 연구 또한 흥미로운 리서치가 될 수 있겠고, 본 리뷰에서 언급한 유고 나카무라 등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의 인터랙티브 문자의 사용 역시 이번 전시에서 다룬 콘텐츠들과 비교하여 연구해볼 만한 주제가 될 수 있겠다. 이처럼 흥미로운 여러 질문들을 던지는 본 전시를 보다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이 꼭 만나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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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제  성
JE BAAK


서울대학교와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각각 학사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차세대 디자인리더 선정, 중앙미술대전 대상, VH 어워드 그랑프리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국민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과 서울에서의 5회의 개인전 및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 전, 사치 갤러리의 “Korean Eye” 전시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서울대학교 MoA, 중앙일보 등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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