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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2014]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그 노래

2014.11.18


언제 어디서 누구와 듣느냐에 따라 같은 멜로디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혼자 이어폰으로 들을 때의 음악과 여러 청중과 함께 뮤지션의 아우라를 느끼며 들을 때의 음악은 하늘과 땅 차이. 연애 중이거나 이별했을 때 사랑에 관한 노래가 더 와 닿고 극적 전개를 동반하는 드라마 주제곡은 자꾸 머리 속을 맴돈다.

광고에 쓰인 음악이 더 잘 기억되는 것도 같은 이치. 광고가 나올 때마다 짧고 반복적으로 듣는 광고음악의 효과는 대단하다. 새롭고도 친숙한 스타일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광고음악만으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드는 마니아도 많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광고 아이템이 연상되고 광고 아이템을 접할 때마다 당시 광고음악이 떠오르는 현상을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제품과 함께 음악을 남긴 광고계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연식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지만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해진 현대카드의 광고음악들을 살펴보자.

  • 세인트 모텔의 <My Type>은 ‘작업의 기술’을 일깨우는 노래다. "당신은 내 취향이야. 우리 같이 나갈까?”라는 가사만 뜯어보면 참으로 노골적인 작업 멘트의 나열이지만, 노래의 진짜 매력은 메시지가 아니라 브라스를 핵심으로 하는 편곡에 있다. 듣는 순간 뇌리에 박히는 반복적인 멜로디가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성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음악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음악!
  • ‘될 대로 되라’ 장난처럼 느껴지는 이 말은 실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의 문장일지 모른다. 노래 제목인 스페인어 ‘케세라세라’의 의미를 확장해보면 ‘다 잘 될 테니까 걱정할 필요없다’는 뜻 일 것이다. ‘게으르게, 느긋하게, 나태하게, 단순하게’를 핵심 문구로 하는 지난해 현대카드X 광고와도 딱 들어맞았던 곡.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The Man Who Knew Too Much>(1956)에서 처음 흘러나온 곡으로, 배우 도리스 데이가 영화 속에서 부른 후 현재까지도 영어 버전으로만 20여 개의 리메이크 버전이 나왔다.
  • 한국의 일렉트로니카 밴드 글렌체크에 쏟아지는 일관된 반응은 한국음악 특유의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도시의 음악이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밴드이다. 결국 그들의 음악은 락페스티벌 청중이 환호하는 음악이자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광고가 원하는 음악이자, 더 나아가 유투(U2)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릴리화이트가 호기심을 갖고 공동작업을 제안한 음악이다. 대표곡<60’s Cardin>이 수록된 데뷔 앨범의 제목은 <Haute Couture>(2012).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옷을 맞춰 입던 시절을 모티브로 삼았다.
  • 뉴욕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프렌치 혼 리벨리온’은 결성 동기부터 재미나다. 형 로버트 펄릭 몰리나리는 프렌치 호른을 다루는 전문 연주자였고 동생 데이비드 펄릭 몰리나리는 엠지엠티(MGMT)의 프로듀서로 이력을 쌓았다. 어느 순간 자신은 하루에 열 시간씩 연습하는데, 동생은 컴퓨터로 순식간에 음악을 만들고 있는 모습에 허망해진 형은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그들은 호른과 전자 장비의 재치 있는 결합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대표곡<What I Want>의 뮤직 비디오에서조차 뜬금없이 63빌딩과 한강이 등장하고 경찰, 범죄자, 저격수의 이색 모험이 연출된다. 저예산이면서도 흥미 위주의 창작 방식은 이들만의 전매특허다.
  • 보스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크리스 가르노는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등과 함께 묶이는 서정파 뮤지션. 대표곡<Dirty Night Clowns>는 그 감수성의 원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화적인 감수성을 지닌 괴담이 노래로 표현된 것. <Dirty Night Clowns>는 마리오네트가 등장하는 인형극 형태의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진 곡이다. 팀 버튼 감독의 세계관으로부터 영감을 얻은듯한 장면들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반하고도 남을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쏟아진다.
  • 본명 닉 반 디 벌(Nick van de Wall), 네덜란드 출신의 성공한 DJ다. 그는 한때 패리스힐튼과 연애했고, 페라리 등 값비싼 자동차를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는 가장 기계적인 음악으로부터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뮤지션으로 각종 장비를 활용해 소리와 소리를 뒤섞는 것만으로 그가 다녀간 현장은 거대한 춤판으로 변한다. 그의 대표곡<The Way We See The World>는 그가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뮤직 비디오에 담아놨다. 음악에 미쳐 광분하는 청중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게 전부인, 별 것 없어 보이는 연출이지만 희한하게 심장과 몸을 뛰게 하는 마력이 있다.
  • 팅팅스는<That’s Not My Name>과 <Shut Up And Let Me Go> 등으로 2008년 반란에 가까운 데뷔로 유명해진 영국 밴드다. 이후의 앨범 활동이 미지근하긴 했지만 등장했던 무렵의 후풍이 세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도전자들 역시 팅팅스의 노래를 제법 즐긴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반응도 상당했다는 증거. 팅팅스의 또 다른 대표곡<Great DJ>는 케이티 화이트의 역량과 신선한 매력이 그대로 드러난 곡이다. 그녀에 따르면 노래를 만들 당시 ‘D 코드’만 몇 시간 동안 연주하다가(잡을 수 있는 코드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손가락을 잘못 놀려 엉뚱한 현을 건드리게 됐는데, 그게 화음과 딱 맞는 바람에 순조롭게 노래가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 최근 아이유가 해석한 산울림 원곡의 ‘너의 의미’나 ‘코스모스’, ‘간이역’ 같은 고전의 가사는 세대를 막론하고 마음을 울린다. 수수하나 선율과 문학적인 언어는 무언가를 그립게 만들기 때문이다. <El Choclo>라는 탱고곡을 영어로 번안한 루이 암스트롱의 <Kiss Of Fire>가 주는 감동도 이와 비슷하다. 1952년 발표한 이 노래는 금새 휘발되는 흥미 위주의 가사와 달리 사랑의 본질에만 집중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무기력한 바보가 되지만, 결국엔 택할 수 밖에 없는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옛 노래다.





Writer. 이민희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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