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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프로젝트 28] 잊지 못할 완벽한 주말, 위켄드의 첫 내한 후기

'위켄드(The Weeknd)'는 알앤비라는 장르를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다. 이후 그는 안주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며 ‘PBR&B’계의 왕으로 군림했다. 세계적인 팝스타로 거듭난 뒤, 위켄드는 대뜸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공연을 진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던진 바 있다. 그렇게 그 물음표는 '아시아 투어'라는 거대한 느낌표를 낳았고, 지난 15일 밤, 그의 첫 내한 공연이 마침내 장대한 막을 올렸다.






'DJ 판다(DJ PNDA)'의 열정적인 오프닝 무대 이후, 기대감을 높여가던 관객들은 이윽고 불이 꺼지자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관중의 휴대전화 불빛만 보이는 고척돔 안은 마치 우주 안에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내 영화 <블랙 팬서>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한 'Pray For Me'의 인스트루멘털이 흐르며 위켄드가 무대 위로 등장했고, 라이브 세션의 묵직한 퍼포먼스와 함께한 완벽한 라이브로 인사를 대신했다.

 

공연의 전반부는 2016년 발매한 3집 [Starboy]의 수록곡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울하고 공간감 있는 'PBR&B' 사운드로 주목받았던 그의 초기 사운드와 달리, 박자감이 두드러지는 '뱅어'가 가득한 앨범이었으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프닝 곡이었던 'Pray For Me' 이후 'Starboy', 'Party Monster', 'Reminder', 'Six Feet Under'의 순서로 위켄드는 끊임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8 The Weeknd - Starboy ▲




'Low Life', 'Might Not', 'Crew Love' 등 사실상 곡의 스포트라이트를 뺏어갔던 피처링 벌스들을 소화해낸 후, 위켄드는 관객들에게 본격적인 인사를 건넸다. 자신의 오랜 팬들을 위한 곡들을 준비했다는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초창기 작업물 두 곡이 흘러나왔다. 바로 데뷔 믹스테입 [House of Ballons]와 동명의 트랙이기도 한 'House of Ballons / Glass Table Girls'와 1집 [Kiss Land]의 수록곡 'Belong to the World'였다. 초창기의 음울한 분위기를 기대하던 오랜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공연의 중반부에 이르자 위켄드의 곡 중 가장 댄서블한 트랙들이 총출동했다. 'Belong to the World'의 바통을 넘겨받은 'Secrets'는 효과적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또다시 뒤바꿨고, 이어 위켄드에게 첫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안겨 줬던 'Can't Feel My Face'가 흘러나오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후 흘러나온 'I Feel It Coming'에서는 위켄드 본인도 흥을 감추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귀여운 춤사위를 선보였으니, 아티스트도 관객도 최고의 감흥을 누리던 순간이었음이 확실하다.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8 The Weeknd - Can't Feel My Face ▲




관객들을 뛰놀게 만든 뱅어 트랙들이 지나간 후, 후반부는 또 하나의 초창기 트랙 'The Morning'을 기점으로 위켄드의 주 무기인 PBR&B 트랙으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The Morning'에서는 관중석에서 뜻을 모아 다 같이 휴대폰의 손전등을 키고 좌우로 흔드는 퍼포먼스를 위켄드에게 선물했다. 단연코 본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위켄드 또한 관객들과 함께 팔을 좌우로 흔들며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위켄드 역시 관객들에게 화답했다. 그는 공연 내내 중간마다 "Korea"라고 외치거나, 곡의 가사에 한국을 넣어 바꿔 부르는 등 국내 팬들을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내비쳤다. 특히 공연의 후반부에 선보인 'Wasted Times'에서는 원곡의 가사를 "한국 없이는 잠에서 깨기 싫어"라고 센스 있게 비틀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Or Nah’와 'Call Out My Name'을 부를 때는 새로운 편곡으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특히 새로운 버전의 'Call Out My Name'은 극적이었던 원곡의 인스트루멘털과 달리 기타 소리 하나에 기댄 간결한 연주로 대체되었다. 덕분에 듣는 이들은 그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영감을 받았던 걸까, 즉석에서 짧은 애드리브를 관객과 주고받는 등 진심으로 소통하는 무대였기에 더욱 뜻깊었던 공연이었다. 위켄드에게도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던 게 분명하다. 무대를 진행하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음은 물론, 거듭 허리를 숙이며 마치 큰절을 올리듯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표곡 중 하나이자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The Hills'와 함께 위켄드는 1시간 30분가량의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데뷔 이래 쉬지 않고 투어를 진행하며 노련해진 위켄드의 보컬 실력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후 위켄드는 다른 국가로 떠났음에도 계속해서 SNS 계정에 내한 공연의 사진을 게시하며 여운을 즐기고 있다. 그도, 우리도 서로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으니 그가 충분히 다시 한국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이번 공연에서 위켄드가 선물해주고 간 완벽한 무대를 곱씹으며 기다려보자.  





글, 유지홍 (HIPHOPLE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