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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힙합 #1 철학과 역사적 배경

2018.06.25






2018년 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4번째 주인공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로 발표되자, 수많은 국내 힙합 팬은 환호했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국내 첫 내한 공연을 앞둔 지금, DJ소울스케이프와 함께 켄드릭 라마의 음악이 탄생하게 된 역사와 철학적인 배경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힙합의 배경, 그리고 문화적 코드"



힙합, 특히 랩의 인기는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대중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소울과 일렉트로닉, 재즈 등 과거의 수많은 음악적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비트는 자연스레 듣는 이의 몸을 들썩이게 합니다. 더 나아가 나날이 등장하는 신선한 스타일의 패션과 비주얼은 서브컬쳐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거리의 은어나 속어부터 문학을 넘나드는 언어적 표현이 때로는 중독적인 ‘말장난’부터 심오한 문학적, 사회적 메시지로 표현됩니다. 이렇게 시대의 언어 질서와 용법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랩은 더욱더 놀랍습니다. 랩이 과거의 대중문화를 바탕에 두고 있음에도 참신하고 종합적인 대중 예술로서 자리 잡은 현상은 주목할 만 합니다.


▲ 켄드릭 라마 – Humble 뮤직 비디오 


힙합, 특히 랩은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미국의 랩 뮤직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문화적 코드를 모른 채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과거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듯, 힙합∙랩의 내용 역시 과거의 역사, 관습, 사건 그리고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켄드릭 라마의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즘으로써 힙합"




▲ 켄드릭 라마 퓰리처상 수상 장면 


2018년 켄드릭 라마의 <DAMN.> (2017)앨범이 힙합계 최초로 퓰리쳐상을 수상한 것은 문학과 저널리즘으로써 힙합, 랩이 갖는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전후로 대중문화에 뿌리내린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가 빚어낸 눈부신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DAMN.>은 현대 아프리칸-아메리칸의 삶이 가진 복잡한 특징을 포착하면서 토착어의 진정성과 다이나믹한 리듬을 통합한 명작이다.”

- 퓰리처상 위원회


켄드릭 라마는 강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제기를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이 충돌하는 내면의 다양한 가치들을 가사에 문학적으로 담아냈습니다. 가사 밑바탕에는 20세기 미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그리고 수십 년간 누적되어온 철학과 음악적 성취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통찰력과 높은 문학성이야말로 이 시대가 그에게 최고의 래퍼이자 뮤지션이라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일 것입니다. 




"컴튼에서 탄생한 스토리텔러, 켄드릭 라마"





▲ 켄드릭 라마 - A.D.H.D 뮤직비디오 


켄드릭 라마는 믹스테잎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Section 80> (2010)을 통해 컴튼(Compton)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토리텔러로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첫 메이저 정규 앨범인 <good kid, m.A.A.d city> (2012)는 그가 컴튼에서 자라난 10대 시절에 겪었던 일화들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그가 겪어야만 했던 슬럼가의 현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 그리고 부조리가 얽혀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인 문학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Man, I swear
My nigga trippin off that shit again
Pick him up, then I set him in Cold water, then I order someone to bring him Vicodin
Hope to take the pain away

이봐, 내가 장담하는데
내 어린 친구는 다시 그 망할 것에 취해 있어
그를 일으킨 다음 난 차가운 물속에 집어넣었지
그런 다음 누군가에게 그에게 바이코딘을 가져다주라고 시켰어
그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 켄드릭 라마  'A.D.H.D'  가사 중


2015년 발매된 <To Pimp a Butterfly>에서는 역사와 사회적인 맥락에 비추어 다시 한번 사색적이고도 현실적인 메시지를 선사합니다. 또한 노예제도에서 근간한 미국 사회에서의 차별이 오늘날까지 아직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곡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노력과 고민, 좌절과 희망이 나타나는 앨범입니다.


퓰리처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2017년 발매된 연작 <DAMN.>은 다시 현재에 초점을 맞춥니다. 성공적인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주변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사건과 논쟁들. 그리고 자신의 심적 상태를 사악함(wickedness)과 나약함(weakness)이라는 양극단에서 바라보며 동시대 아티스트들과의 호흡을 맞춥니다.


Is it wickedness?
Is it weakness?
You decide
Are we gonna live or die?

사악함일까?
나약함일까?
네가 결정해
우리는 살아갈까 아니면 죽을까? 

 - 켄드릭 라마  'BLOOD' 가사 중 


켄드릭 라마의 가사와 이야기들이 시작하는 곳은 언제나 ‘컴튼’입니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0세기 중·후반 LA 지역에서 심화된 인종차별의 역사, 지역 사회의 반작용.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과 그것이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야합니다.




"와츠 그리고 켄드릭의 컴튼, 힙합의 뿌리가 시작되다."




▲ TDE’s XMAS Free Concert 현장 ▲


2017년 12월, 켄드릭 라마와 그가 소속된 레이블인 TDE의 아티스트들, 리한나(Rihanna), 얼 스티븐스(E-40) 등이 와츠(Watts)에서 무료 자선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LA 남부의 와츠 지역은 지금도 ‘우범지대’로 묘사되지만, LA 근교에서 최초로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가 자리 잡은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와츠는 주 정부의 인종 간 분리 정책과 경찰의 탄압에 맞서 벌어진 역사적인 사건, 와츠 폭동(Watts Rebellion, 1965)의 근거지입니다.   


켄드릭 라마를 비롯한 수많은 서부 힙합 뮤지션들의 고향인 컴튼은 와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컴튼과 와츠, 두 지역이 공유하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은 LA와 미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1960년대 이후 컴튼의 아프리칸-아메리칸 인구가 급증한 것은 와츠 지역의 성장으로 인한 위성도시의 필요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차별로부터 항거하다, Watts Riots"




1965년 8월 11일 경찰의 차량 단속으로 촉발된 '와츠 폭동'은 경찰과 주 경비대, 아프리칸-아메리칸 계 주민들의 폭력적인 대치가 수일간 이어졌습니다. 무려 34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온 LA 지역 최초의 대규모 폭력 사태였습니다.



Wednesday I watched the riot
I seen the cops out on the street
Watched 'em throwin' rocks and stuff

수요일 난 폭동을 봤어
경찰들이 거리에 깔린 것을 봤지
그들이 돌과 물건들을 던져 대는 것을 봤어 

- 프랭크 자파 'Trouble Every Day' 가사 중



오랫동안 이어져 온 억압과 분노의 정서가 폭발한 와츠 폭동. 프랭크 자파(Frank Zappa)는 폭동 현장 뉴스를 보고 느낀 참혹함을 <Trouble Every Day>라는 곡에 담아냈습니다. 또한 영화 <사회에의 위협 Menace II Society, 1993>은 비참했던 와츠의 현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주민들의 현실을 담아내며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와츠 폭동은 아직도 수많은 논쟁이 오고 가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동안 쌓여왔던 인종 차별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집단적 행동으로 항거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 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훗날 주 정부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와츠 폭동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교육 환경, 저소득, 그리고 처참한 주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가사뿐 아니라 서부, 나아가 미국의 랩 뮤직 전반에는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등장합니다. 와츠 폭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언급되는 인종 차별, 그 분노의 알레고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사건입니다.



And hoppin' out while harrassin' the corner blocks
Crooked cops told Anthony he should kick it
He brushed them off
And walked back to the Kentucky Fried Chicken

간간이 차에서 내려 모퉁이에 선 이들을 괴롭혀
부패한 경찰이 자기랑 거래 하나 트재
그는 그들을 떨치고
KFC로 다시 걸어 들어갔지

- 켄드릭 라마 'Duck Worth' 가사 중



와츠 폭동은 지역 주민들과 미 전역의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시의 뮤지션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고, 찰스 라잇 & 더 와츠 103스트릿 리듬 밴드(Charles Wright & The Watts 103rd st. Rhythm Band)의 <Express Yourself> 같은 지역 뮤지션들의 곡에도 기록되었습니다.



Express Yourself!
You don't ever need help from nobody else. 

너 자신을 표현해
너는 다른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아

- 찰스 라잇 & 더 와츠 103스트릿 리듬 밴드 'Express Yourself' 가사 중




"시민권 운동이자 뮤직 페스티벌, Wattstax"





1972년 LA 콜리세움(Coliseum)에선 와츠 폭동의 7주년을 맞이한 뮤직 페스티벌 와츠스텍스(Wattstax)가 개최되었습니다. 미국 최고의 소울 뮤직 레이블 중 하나인 스텍스(Stax)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여 음악을 통해 아프리칸-아메리칸이 외치던 시민권 의식을 고취시켰습니다.




▲ Wattstax 현장 다큐멘터리 


와츠스텍스는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에 대한 현실 자각과 스스로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자생적인 시민권 운동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때 참여한 뮤지션들은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부터 바 케이스(Bar-Kays), 블루스의 전설 알버트 킹(Albert King), 가스펠의 전도사이자 그래미 어워드 평생 공로상 수상자인 스테이플 싱어스(The Staple Singers), 최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 리차드 프라이어(Richard Pryor) 등이 함께했습니다. 


동명의 앨범과 다큐멘터리 또한 이듬해 발매되어 오늘날까지 록/팝 페스티벌의 역사 속 기념비적인 공연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와츠스텍스는 LA 근교의 아프리칸-아메리칸 커뮤니티가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꾼 한순간이었고, 이러한 음악적 전통은 지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컨셔스 랩 그리고 최초의 랩 그룹의 탄생, Watts Prophets"




▲ 켄드릭 라마 – I  뮤직비디오 ▲



다시 켄드릭 라마의 가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To Pimp a Butterfly> (2015)에 수록된 < I >는 곡의 형식이나 메시지 면에서 와츠스텍스의 실황에 담긴 소울 칠드런(Soul Children) 공연 실황을 연상케 합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어.
신의 가호와 함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



이 곡의 메시지는 큰 관점에서 보자면 긍정적인 메시지와 건설적인 자의식 고취, 사회적 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와츠스택스 공연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힙합에서는 컨셔스(conscious) 랩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대중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컨셔스 랩 (Conscious Rap)의 역사는 LA에서 갱스터(Gangster) 랩의 역사와 인기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컨셔스 랩이 와츠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랩(Rap)의 탄생을 처음 목도하게 된 지역이 바로 와츠라는 역사적 사실은 서부 힙합 역사에서도 자주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1967년 와츠 출신의 시인과 뮤지션들이 모여서 결성한 ‘최초의 랩 그룹’인 와츠 프라핏(Watts Prophets). 그들은 즉흥시 낭송과 재즈, 소울의 리듬이 결합된 독창적인 방식으로 오늘날 랩의 원형과도 같은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1970년 앨범 <Rappin' Black in a White World>(이미 이 당시에 Rappi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에 주목)은 <The Last Poets, Gil Scott Heron>과 더불어 최초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룬 랩 (Political Rap)을 선보인 작품입니다.



Inside these 4 walls, I am a king
But beyond that door, it doesn't mean a thing
I pay all my dues, till I have only a portion of membership in world happiness
And my blood runs freely in Vietnam
So I threw another log on the fire

네 벽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 나는 왕
그러나 문 밖을 나서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때까지 나는 나의 의무를 다한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나의 피는 자유로웠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장작을 지핀다.

- 와츠 프라핏 'What is a Man' 가사 중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과 아티스트들이 닦은 토양은 LA 힙합 씬이 보다 깊고 다양한 철학적 전통과 현실 인식의 틀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와츠, 컴튼, 미국 서부 지역으로 이어지는 LA 근교의 슬럼가가 공유하는 정치적, 철학적 토대입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두려움을 모르고 놀라운 재능을 지닌 한 엠씨에 의해 다시 한번 세상에 큰 목소리로 울려 퍼지게 됩니다. 

켄드릭 라마의 가사가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는 이러한 역사가 만들어 낸 열악한 사회적 환경과 그로 인한 개인적인 고난, 부조리와 밑바닥 폭력으로 가득한 삶을 더욱 유의미한 것으로 비추기 위한 고민과 노력입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극복과 성장, 그리고 나아가 사회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그의 가사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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