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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Class] 우리 시대 인문학의 세 가지 키워드, 몸∙사랑∙돈

2018.05.08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중요한 질문을 잊고 살아갑니다. 이번 오픈클래스에서는 ‘우리 시대 인문학의 세 가지 키워드 몸, 사랑, 돈’이라는 주제로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시선을 따라 위 질문의 해답을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


몸을 모르면 내 몸에 대한 주권을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우리는 의사에게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죠. 사실상 자신이 몸의 주인 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객체가 되어 내 몸에 대한 이야기를 의사에게 듣게 됩니다. 내 몸과 건강에 대해 의사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두려워하고 전적으로 의사의 말을 의지하면서, 몸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이런 문제의식을 시작으로 몸에 대한 공부를 <동의보감>을 통해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동의보감이 주는 몸에 대한 인문학적 교훈을 지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간은 자기로부터 가장 먼 존재라고 니체가 말했는데요.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절대 볼 수 없는 구조로 태어났습니다. 거울은 그저 반사된 모습을 비춰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했던 판단, 감정, 태도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몸은 자기도 모르는 일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데요. 암이라는 세포가 나도 모르게 커져 나가듯, 우리는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이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내 몸을 다 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할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명 속 몸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요.


제도와 서비스의 과잉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이 몸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현대인들의 몸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즉, 육체는 가만히 있고 뇌는 계속해서 일하니 육체와 정신의 괴리감이 발생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우리는 발전된 디지털 문명을 축복으로 여기지만, 제도와 서비스는 우리의 몸을 노화시키며, 각자 삶의 주도권을 잃게 합니다.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자기 자신과 소통하며 몸의 잠재력을 일깨워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덜 먹고, 활발히 배변 활동하고, 푹 자는 패턴을 유지하는 마이너스 건강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먼저 덜 먹기 위해서는 야식을 끊어야 합니다. 야식은 우리 위장과 간에 야근을 시키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요. 야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이 밖에서는 야근이 부당하다고 외치면서, 자신의 몸은 수시로 야근시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야식을 줄이고 위의 부담을 줄이면 잠도 더 수월하게 잘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이너스 건강법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귀족처럼 삶을 유지해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많이 걷는 것입니다. 직립보행은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참 중요한데요. 많이 걸어야 머리의 뇌세포가 활성화되고, 사용하는 언어 폭 또한 넓어진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직립보행은 내가 걸을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되새기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많이 걸으며 몸의 잠재력을 일깨워야 합니다. 





<사랑>


몸을 가장 역동적으로 쓰는 순간은 ‘사랑을 할 때’ 입니다. 사랑은 인류의 세대와 세대를 가로질러 누구에게나 절대적 과제이며, 본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인간이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 의례라고 할 수 있죠.





동의보감 생체주기에는 남자는 16세, 여자는 14세가 혼인 적령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결혼 적령 나이는 32세입니다. 약 100년 전보다 지금의 결혼 시기는 2배가 늘어났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30대 후반은 진기가 다 소모된 기진맥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20대에 출산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지금의 생체주기와 결혼적령기가 이렇게나 연장되었을까요?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그 이유를 집과 차의 소유욕에서 발견했습니다. 지금의 집 그리고 차의 소유는 결혼의 절대 명제가 되었고, 차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온 정신을 일과 돈에 쏟으며 결혼은 나중으로 미루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짝짓기라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은 이제 희귀한 일이 된 것이죠.





또한, 갈수록 짝짓기가 어려워진 것에는 멜로드라마, 포르노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비현실적인 멜로드라마를 통해 연애의 정석을 주입 받고, 남성들은 스토리 없이 결과만 보여주는 포르노를 통해 성과 연애를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남녀는 성에 대한 자의식이 너무 다른데요. 우리는 이런 다른 점을 억지로 맞춰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랑, 그리고 스위트 홈이라고 착각합니다. 이제는 착각의 오류에서 벗어나 스위트 홈이 얼마나 씁쓸한 것인지 인정해야 합니다. 남녀의 정신이 서로 어긋난 채 만든 가족은 공동체를 이끌어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렇게 우리 젊은 세대는 성에 대해 탐구할 시간도 없이 젊은 날의 성 에너지를 스펙과 생산, 그리고 돈에 소진해버리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행복을 누리고, 사랑하는 법조차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내곤 합니다. 니체는 행복도 훈련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행복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면, 자신을 한없이 추락시켜 상대에게 원한 감정을 돌리며 불행을 가져오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가 필요합니다. 그 시작점은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것을 먼저 인지하는 것인데요.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 이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생명의 리듬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상대의 변한 감정에 실망하며 늪에 빠지는 사랑이 아닌 변하지만, 생명이 약동하는 사랑을 하길 바랍니다. 





<돈>


마지막으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며 고미숙 평론가는 돈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돈의 욕망에는 반드시 삶의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삶의 스토리가 없을 때 돈은 맹목적인 욕망이 될 뿐이죠. 돈에는 모두 피, 땀, 눈물과 같은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스토리에는 사람, 사건, 그리고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돈은 이 사이를 매개하는 윤활유일 뿐, 사람과 환경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결국 재물이 오고, 노년에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지성과 지혜를 쌓아 인복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이런 훈련의 일환으로 끊임없이 인문학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는데요. 오래전 선조와 학자들이 발견한 인생의 지혜와 지식이 담긴 인문학은 사람과 관계에 깨달음을 주는 가장 좋은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봉사나 취미 동아리와 같은 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활동은 결국 개인의 노후대책이 되고 사유대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명과 생명이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돈을 목적으로 여기지 않게 되고, 소비를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는 길이라며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강연을 끝마쳤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고전 속에 담긴 지혜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픈 클래스는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우리들의 관점을 전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