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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퍼블릭] 평화의 날에 울려 퍼진 원리퍼블릭 첫 내한 공연 리뷰

2018.05.04



2018년 4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27번째 주인공인 감성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 Republic)’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그리고 이날은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을 나눠 잡고 평화를 약속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온종일 들떴던 하루의 해가 저물고, 마침내 기다리던 원리퍼블릭의 첫 내한 공연 막이 올랐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건반, 현악기를 풍성하게 활용한 깊이 있는 사운드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원리퍼블릭은 미국 콜로라도의 고등학교에서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라이언 테더와 잭 필킨스를 주축으로 에디 피셔, 브렌트 커즐, 드류 브라운이 함께한다. 2016년 발표한 네 번째 앨범 <Oh My My>에서 원리퍼블릭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댄스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동시에 포크, 팝, 록, 댄스, 가스펠까지 다양한 장르를 앨범에 담아냈다. 원리퍼블릭은 그동안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평화를 노래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Truth to Power>는 연대와 믿음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니 남과 북이 다시 하나가 된 이 날, 서울에서 열린 원리퍼블릭의 공연은 가장 반갑고 충만한 축하의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 봄의 저녁, 올림픽홀 앞은 원리퍼블릭을 만나기 위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화의 날, 원리퍼블릭의 라이브를 직접 만날 생각을 하니 조금은 유난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탠딩석과 지정석 모두 빡빡하게 메워진 밤 8시 무렵, 불이 꺼지자 Calvin Harris의 경쾌한 음악이 환영 인사처럼 흘렀다. 객석 뒤 편에 마련된 음향 팀 자리에 모여 있던 원리퍼블릭의 스태프들은 긴장을 풀겠다는 듯 제 방식대로 몸을 흔들었다. 피라미드를 닮은 무대 위 삼각형 LED 조명이 유난히 푸른색으로 물들었고, 손때 묻은 피아노 앞에 앉은 원리퍼블릭의 보컬 테더가 등장했다. 피아노와 함께한 첼로 연주의 울림은 공간 전체를 향해 가득 퍼졌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7 OneRepublic - Stop And Stare



원리퍼블릭은 공연 시작부터 아무것도 아낄 것 없다는 듯이 그들의 히트곡을 쏟아냈다. ‘Stop and stare’에 이어 바로 ‘Secrets’이 연주되자 객석은 뜨거운 환호로 덜컹거렸다. 모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손뼉 쳤고,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스탠딩석 맨 뒤에 서서 그 순간을 지켜볼 때의 희열은 여전히 생생하다. ‘Good Life’, ‘Wherever I go’, ‘I Lived’, ‘Feel Again’등 원리퍼블릭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경쾌하고 신나는 사운드가 쉼 없이 이어졌다. 





원리퍼블릭의 보컬리스트이자, 프로듀서로도 활발한 활동을 쉬지 않는 테더는 자신이 작곡한 비욘세의 ‘Halo’와 에드 시런의 ‘Happier’를 피아노 연주에 맞춰 새롭게 불렀다. 지난 4월 20일 돌연 세상을 등진 스웨덴 DJ 아비치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때는 공연장 전체가 숙연해졌는데, 테더는 고인의 생전 히트곡 ‘Wake Me Up’을 발라드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객석에서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그를 추모했고, 반딧불처럼 작은 빛이 모여 공간을 환하게 밝혔다.





테더는 이번 서울 공연이 원리퍼블릭에게도 특별하다는 말을 남겼고, 객석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돌아가신 내 할아버지도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1947~1948년 한국에 머물면서 DMZ를 지키셨죠. 한국은 내 할아버지가 가보셨던 유일한 외국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CNN을 통해서 남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지켜봤습니다. 오늘 이 밤은 여러분 못지않게 우리 밴드에도 가장 멋진 공연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7 OneRepublic - Something I Need



공연은 끝을 향해 달렸지만, 그럴수록 분위기는 더욱더 뜨거워졌다. ‘Something I Need’를 부를 때 테더는 객석으로 돌진했고 1층과 2층에 둘러싸인 관객들 품에서 노래했다. 관객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월드 스타의 도도한 모습 대신 쿨하고 친근한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그제야 내내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2층의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7 OneRepublic - Counting Star



공연의 막이 내리고 ‘앙코르’를 외치는 팬들을 위해, 테더는 ‘예쁘다’라는 한국어를 외치며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Counting Stars’, ‘Love Runs Out’ 이 두 곡을 앙코르 무대로 선보였다. 이어서 ‘우리는 별을 세게 될 거야. 우리는 별을 세게 될 거야’라는 후렴구를 모두가 따라 불렀다. 주문을 외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별이 지듯, 서서히 그리고 아쉽게 공연은 끝이 났다. 





그렇게 별을 외쳤던 마지막 앙코르 무대가 끝이 났고, 관객 모두 긴 여운이 남았는지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했다. 4월 27일 평화의 날로 자리 잡은 역사적인 순간, 별과 평화를 외치던 원리퍼블릭과 관객들은 어떤 마음을 먹었을까  




 

Writer. 최지웅
데이즈드 코리아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