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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Class]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

2018.03.16




흔히들 디자인(Design)이라고 하면 작품이나 제품을 형체로 꾸미거나 이를 도안해내는 작업을 떠올립니다.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를 미술사적 영역으로 보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접근입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영역에서 디자인을 본다면 디자이너는 개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버(UBER)’는 일찍이 개발 단계에서의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영향과 발전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디자인을 요했습니다. 그에 따라 우버앱을 개발하고, 현재는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우버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디자이너의 영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있어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픈클래스에서 김누리 우버 수석 디자이너를 만나 자율주행기술 개발과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디자이너의 영역과 아닌 것?





흔히들 우버의 디자이너라고 하면, 앱 디자인을 떠올립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버 드라이버가 쓰는 어플을 예로 들자면, 탑승객 요청이 왔을 때 여정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에 대한 플로우(flow)를 짜고 앱에 들어가는 내용을 디자인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앱을 디자인하는 것만이 디자이너의 영역은 아닙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의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요. 첫째, 자율주행차가 운영될 때 차 안에서 벌어지는 경험을 탑승객의 입장에서 파악합니다. 둘째, 디자인적인 부분을 뒤에서 어떻게 운영할지를 계획합니다. 즉, 디자이너는 유저 차원에서 생각하고, 운영적인 면에서 시스템과 워크플로우(Work Flow)를 짭니다. 그 중 오늘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흔히들 디자이너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죠. 운영적인 측면은 주로 개발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개발과 디자인은 분리되어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발과 운영 단계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모든 개발과 테스팅은 안전한 교통수단을 만드는데 있습니다. 일 년에 130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고, 이러한 사고는 보통 음주운전, 운전자 부주의 등 인간 실수에 의한 것이죠. 이에 우버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테스팅을 네 가지 단계로 진행 중입니다. 


1단계는 시뮬레이션 중 이상한 부분이 발생 시, 엔지니어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는 시뮬레이션 테스팅. 3단계에서는 시뮬레이션 테스팅을 무사히 마친 차량이 테스트 트랙에서 드라이브를 합니다. 어느 정도 좋은 버전이 되었을 때 어려운 상황을 배치해 자동차 알고리즘이 이를 잘 판단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4단계는 실전입니다. 차량은 실제 도로로 보내져 도시를 돌며 고객을 태웁니다. 또한 피드백을 받아 차 안에서의 경험과 차량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쓰입니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컨셉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기술을 잘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발과 테스팅의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요? 당연히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때 기반이 되는 컨셉트를 디자인하기 마련인데,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는 어떠한 콘셉트로 나아가야 할 지 비전을 제시합니다. 프로젝트 오너, 엔지니어 매니저, 디자이너가 함께 하는 이 단계에서는 크게 사용자의 경험이 1년 뒤에는 어떻게 갈지를 결정하는데요. 디자이너는 이렇게 컨셉트를 짜 나가는 초반 단계에 투입되면서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죠.



자율주행차 시대의 디자이너


자율주행차를 디자인하고 앱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끝 없는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디자인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피드백이 오면 디자이너는 언제든 이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힘든 과정이 지속되지만 물론 배울점도 많습니다. 이는 모든 분야의 디자이너에게도 해당이 되는 얘기입니다.



1) 잘 모르는 영역에서 디자인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디자인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좋은 디자인이 맞을까?’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은 매번 변화하고 있고, 기존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제한된 정보로 기획하고 디자인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념을 새로 정립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디자이너는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스케치를 팀원에게 공유합니다. 디자이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점을 개발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디자이너에게 협력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곧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준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러한 것들이 협력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버 내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는데요. 회사 곳곳에는 화이트 보드가 놓여 있고, 누구나 여기에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 누구나 상관없습니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 갈등을 줄여 나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2) 사람과 로봇, 사람과 기계를 위한 디자인은 어떻게 할까?


자율주행차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사람, 그리고 자동차와 동시에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로봇의 입장이 되어 롤플레이를 하고요. 이어서 로봇이 하는 일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합니다.

‘내가 차라면 어떻게 나의 데이터를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기계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에 도움이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기계가 잘 하는 것과 사람이 잘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겪은 후 완성된 정보는 탑승객에게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의 모든 정보를 탑승객에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정보는 오히려 이해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디자이너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탑승객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는 데 주력합니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디자이너의 영역과 역할에 대한 김누리 수석 디자이너의 관점은 오픈클래스를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디자이너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개발자는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대변하듯 강연 이후 많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Q1. 자동차 입장에서 생각하는자동차 롤플레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획하는가?


A. 내가 자동차라면, 나를 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들을 먼저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마주한 상황이 네 가지라면, 그 네 가지 시나리오의 주요 유저가 누구인지를 각각 따로 보고, 그 시나리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합니다. 이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 목표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합니다. 즉, 시나리오를 짜고 유저에 맞는 시나리오를 파악한 뒤 유저에 따라 어떻게 기획을 하는지로 나눕니다. 



Q2. ‘Mock up’이 나오기 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 어떤 얘기를 나누는가요?


A.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모르는 부분은 많습니다. 엔지니어 역시 생각이 다를 때가 있고요. 하지만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통일된 용어를 쓰고 개발해 나가야 하죠. 이러한 부분 때문에 자연스레 함께 모이게 됩니다. 특히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디자이너가 테크니컬한 부분을 이해 못하면 나중에 탑승객도 이를 이해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간자의 입장에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게 되고, 그런 문화 속에서 미팅을 이어나갑니다.



Q3. 개발자들이 쓰는 컴퓨터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시나요? 커뮤니케이션 팁이 있다면?


A. 엔지니어와 대화를 하고 이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조금 더 명확히 대답을 한 사람과 더 친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웃음) 그리고 엔지니어가 컴퓨터 언어로 대답한 것을 내가 다시 표현해서 되묻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계속해서 인간의 언어로 바꿔 나가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엔지니어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4. 서비스를 기획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나 철학이 있다면


A. 우버 드라이버 앱을 예로 들자면, 앱 서비스를 운영할 때 먼저 기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했습니다. 기사님들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미팅에 가져가 전하는 것이죠. 일례로 인도의 한 기사님은 우버 앱을 통해 월 수입이 네 배 이상 늘었다고 해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와서 팀에게 전합니다. 즉, 서비스를 기획할 때 어떻게 임팩트를 전할지, 실제 이야기를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이것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이죠.  


Q5.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A.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동차가 문제없이 잘 간다고 해도 이를 믿고 탈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여줄 때는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 적당량의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사람의 신뢰를 쌓고, 적당량의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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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도래할 자율주행차 시대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디자이너의 역할 범위 역시 점차 달라지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회사가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조금 더 인간 중심적인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