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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테이지] 장르를 넘나드는 밴드, The Police의 프런트맨 - STING

2017.05.22

장르를 넘나드는 밴드,  

The Police의 프런트맨 - STING 

스팅(STING)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 아마도 지성미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우리는 스팅을 ‘지적인 아티스트’로 인식하고 칭송한다. 딴지를 걸려는 게 아니다. 실제로도 스팅은 지성미가 철철 흘러 넘치는 뮤지션이다. 그가 얼마나 지적인지는, 그가 직접 쓴 자서전만 봐도 알 수 있다. 음악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니, 그의 자서전을 읽고 한동안 절망감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출처: Wikimedia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것, 그건 다름 아닌 한 명의 아티스트를 단일한 이미지로 고착하는 행위 아니겠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대상의 예술적 영역에 족쇄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실 스팅에게 지성미 넘치는 아우라를 부여한 건, 솔로 시절 음악 성향의 덕이 컸다. 이를 테면 ‘Shape of My Heart’나 ‘Fragile’, ‘Field of Gold’ 같은 곡들. 처연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 곡들에, 나이가 들면서 도리어 더 멋져지는 스팅의 외모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를 ‘지성적이다’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긴, “그는 카드를 명상을 하듯 다루지”(‘Shape of My Heart’)라는 노랫말을 보고 누가 지성적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그의 시작은 엄연히 솔로가 아닌 폴리스(The Police)라는 이름의 밴드였다는 사실을. 일단 이 글의 나머지를 읽기 전 폴리스가 1978년 발표한 데뷔작 <Outlandos d'Amour>의 첫 곡 ‘Next To You’를 들어보기 바란다. 만약 시간이 조금 더 허락된다면, 이어지는 곡 ‘So Lonely’까지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어떤가. 젊음의 패기 비슷한 감정이 넘쳐 흐르지 않는가.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름 아닌 1978년이라는 시간적 좌표다.
출처: Youtube
주지하다시피 스팅은 영국 뮤지션. 그리고 1978년의 영국 경제는 최저점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바로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를 중심으로 펑크(Punk)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스팅과 폴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목만 놓고 보면 ‘Next To You’는 참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허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참혹한 영국 젊은이들의 현실이 그려져있음을 알 수 있다.

I sold my house(집도 팔고)
I sold my motor, too(차도 팔았어)
What can I do(뭘 할 수 있을까)
All I want is to be next to you(내가 할 수 있는 건 네 곁에 있는 것뿐)

그래서 다음 곡에서 스팅은 “너무 외로워”라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외친다. 즉, 이 두 곡만으로도 우리는 폴리스가 당대 영국 펑크 밴드의 적자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펑크 특유의 스트레이트한 진행에 당대 영국의 절망적인 현실을 꿰뚫는 가사쓰기만 봐도 폴리스는 펑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밴드임에 분명했다. 자연스레 솔로 시절의 고급진 음악이 아닌 폴리스의 프런트맨 스팅을 더 애정하는 팬들이 꽤 많은 건, 아마도 이 때의 펄펄했던 음악적인 기세를 선호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출처: Youtube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리고 이 이유는 폴리스라는 밴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정리해도 과언은 아니다. 간단하게, 폴리스는 펑크로부터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펑크를 뛰어넘은 밴드였다. 대표적으로 폴리스는 클래시(The Clash)가 그랬던 것처럼, 펑크에 자메이카의 레게를 도입해 명곡들을 다수 빚어냈다. 그 중에서도 1집에 실린 ‘Can’t Stand Losing You’는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 받는 ‘레게 록’의 결정판이다. ‘Every Breath You Take’와 함께 폴리스를 대표하는 곡이라 할 ‘Roxanne’ 역시 연주를 들어보면 느슨하게 구축된 레게 리듬이 뒤를 받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이런 지향은 1년 뒤인 1979년 발표한 2집 앨범 제목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Reggatta de Blanc>, 해석하자면 ‘하얀 레게’인 이 음반에서 폴리스는 레게 색채를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었다. 1집에서 6위를 기록했던 영국 앨범 차트 순위는 이 음반에서 1위로 치솟아 올랐고, 싱글로는 ‘Message in a Bottle’, ‘Walking on the Moon’ 등이 역시나 정상을 밟았다. 이렇듯 펑크라는 장벽을 깨고 다채로운 음악 실험을 추구한 이 앨범을 향해 음악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태그를 붙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뉴웨이브’였다.
출처: Youtube
기실 폴리스의 뉴웨이브적인 지향은 1집에서부터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2집은 그것을 본격화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뉴웨이브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그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록 계의 새로운 흐름(New Wave)를 총칭하는 장르명이다. 뭐랄까. 사운드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 없어 다소 헷갈릴 수 있는데, 펑크를 기반으로 대개 2가지로 수렴되는 방법론을 엮어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바로 ‘레게’와 ‘신서사이저’다.

폴리스는 둘 중 레게 쪽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 새 시대를 위한 밴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 멤버들의 탁월한 연주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성취였다. 실제로 폴리스의 세 멤버, 스팅, 스튜어트 코플랜드(Stewart Copeland, 드럼), 앤디 서머스(Andy Summers, 기타)는 결성 이전부터 이미 탁월한 기량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들이었다. 즉, 펑크의 극히 한정된 그릇으로는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다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연주자들이었다는 의미다.

출처: onwallhd.info
그들이 레게를 끌어들인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유인즉슨, 당대에 레게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국가가 다름 아닌 영국이었던 까닭이다. 그들은 레게에서 어떤 자유를 느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펑크를 기조로 하되 한층 확장된 사운드스케이프를 도모할 수 있는 자유. 레게 록 밴드로서 폴리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통산 5집이자 최후의 레코드인 <Synchronicity>에서 정점에 올랐다.

과연 어떤 사람이 ‘Every Breath You Take’의 매혹적인 라인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곡은 1983년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인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사 내용을 오해’한 덕도 좀 있었을 것이다. 언뜻 낭만적인 러브송처럼 들리는, 그래서 1997년 퍼프 대디(Puff Daddy)가 핵심 구절만을 샘플링해 빌보드 정상에 오르기도 했던 이 곡은 사실 스토커(stalker)에 대한 노래였다. 이 곡에 대한 스팅의 다음 언급이 이를 증명한다.

“대단히 끔찍하다 못해 사악한 노래죠. 질투와 감시,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는.
(I think it's a nasty little song, really rather evil. It's about jealousy and surveillance and ownership.)"

이 외에 3집과 4집에도 폴리스가 써낸 보석 같은 곡들은 즐비했다. 3집 <Zenyatta Mondatta>(1980)의 수록곡 ‘De Do Do Do, De Da Da Da’, 4집 <Ghost in the Machine>(1981)의 하이라이트라 할 ‘Every Thing She Does Is Magic’ 등은 스팅이 지금도 라이브에서 즐겨 부르는 단골 레퍼토리들로 손꼽힌다. 나의 경우,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위에 언급한 노래들을 라이브로 본 경험이 있는데, 정말이지 과장 하나 안 보태고 환상적으로 끝내주는 퍼포먼스였다. 스팅이 너무 멋있는 나머지 내 자신이 오징어로 느껴져서 참담하긴 했지만.

출처: fanart.tv


“믿고 듣는”이라는 표현, 자주 접해봤을 것이다. 고작 5년 남짓한 커리어의 가수에게도 이런 수사를 습관적으로 붙이는 시대에 스팅이라는 뮤지션은 이걸 거의 40년간 지속적으로 해내왔다. 따라서 장담컨대,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로 넘치는, 20대 시절의 곡들을 이제는 대가의 능란함으로 소화하는 풍경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Writer.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모던 팝 스토리'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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