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Refresh] Open Class -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이 보여준 현대 건축의 방향성

2017.03.07


건축은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 구조물에 불과했던 건축은 현대에 들어서며 보다 다양한 의미를 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 '프리츠커상 위원회'의 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에드워드 리프슨(Edward Lifson)이 오픈 클래스에 찾아왔습니다. 


현재 그는 <ADFF: Seoul> 참석을 위해 내한 중인데요. ADFF는 미국 최대의 건축&디자인 필름 페스티벌(Arechitecture & Design Film Festival)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행사입니다. 올해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 9회 ADFF에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주거건축’,‘건축가 아버지’,‘여성 건축가’,‘건축과 커뮤니티’라는 다섯 개의 주제 아래 총 20편의 영화를 엄선해 상영 중입니다. 3월 26일까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방문하시면 <ADFF: Seoul>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리프슨은 <ADFF: Seoul>에서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강연에서는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살펴보고 현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 중인 에드워드 리프슨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프리츠커상


1979년에 제정된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 있는 상입니다. 그렇다면 프리츠커상의 수상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예술적인 디자인 요소에 큰 점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에드워드 리프슨의 답은 달랐습니다.


“단지 예쁘고 멋진 건물에 수여하는 상이 아닙니다. 프리츠커상은 사람과 환경에 기여한 건축가에게 수여합니다. 과학과 예술, 재능과 기능, 비전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건축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줘야 하죠.” 즉, 프리츠커상은 특정 건축물이 아닌 건축가의 건축세계 전체를 평가하는 상입니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건축의 르네상스를 재현한 건축예술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 / USA / 1989 Laureate)


“그의 작품은 건축물이라기보단 오히려 예술품에 가깝습니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구겐하임 미술관,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등 세계 각지에 굵직굵직한 건축물을 세운 프랭크 게리는 20세기 건축의 대가로 불립니다.


에드워드 리프슨은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인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스페인의 낙후 지역이었던 빌바우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선보이며 도시 전체에 르네상스를 일으킵니다. 이게 바로 건축이 가진 힘이죠.”


디즈니 콘서트홀,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디즈니 콘서트홀의 구조는 객석과 무대가 마주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과 음악가들이 하나되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죠. 또한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는 스피커가 천장에 달려 있어 좌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음악을 감상하게 됩니다.”



강연 중인 에드워드 리프슨_2




전통과 역사를 지키는 로컬 히어로, 왕슈


(Wang Shu / China / 2012 Laureate)


왕슈는 중국인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입니다. 그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역사와 함께 지역성, 전통성, 재료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건축에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그는 폐 건축물에서 수거한 재료를 기와나 벽돌에 재사용하거나 중국 전통 대나무 문양을 건축물에 그대로 적용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거죠.” 왕슈는 자신의 건축물을 통해 중국의 수 천년 역사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강의를 경청하는 청중의 모습




세상을 살리는 종이건축가, 시게루 반


(Shigeru Ban / Japan / 2014 Laureate)


“그는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에요.”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 역시 활발한 사회 참여활동으로 높이 평가 받은 건축가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재난, 재해 현장에서 종이를 건축 자재로 활용한 임시 거처를 제공했는데요. 1994년 르완다 난민을 위해 종이 관으로 만든 거주지를 제안하고,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는 파손된 성당을 대신해 종이 대성당을 설계하는 등 건축을 통해 활발한 재난 피해 복구 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시 그가 고안한 피난소 칸막이 시설은 큰 호평을 받았죠.


“시게루 반은 사람들을 돕는 게 건축가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건축 설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종이 튜브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등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이 그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죠.”



경청하는 청중




재난 현장에서 얻은 건축의 지혜, 프라이 오토


(Frei Otto / Germany / 2015 Laureate)


프리츠커상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건축가들을 수상자로 선정합니다. 2015년 수상자인 프라이 오토는 이러한 취지에 적합한 인물인데요. 2차세계대전에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그는 수용소에서 건축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재해, 재난으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 틈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텐트였습니다. 가볍고 유동적인 텐트야말로 소외 계층을 위한 보금자리로 적합했던 거죠. 이후, 그는 경량 구조물에 큰 흥미를 보이며 이를 건축에 접목시킵니다.


“오토는 텐트 구조물 전문가로 다수의 선구적인 작업을 해왔습니다. 1972년에는 천막 같은 지붕을 올리고 이를 기둥으로 고정한 대표적인 텐트형 건축물인 뮌헨 올림픽경기장을 선보입니다. 벽체와 지붕이 건축의 기본이던 당시, 제한된 재료를 활용해 만든 오토의 건축물은 고정관념을 깨트린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실제로 뮌헨 올림픽경기장이 세워진 이후 세계 각국의 대형 건축물들의 구조가 프라이 오토의 텐트형 설계와 닮아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직원들의 집중하는 모습




공동체와 함께하는 사회참여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Alejandro Aravena / Chile / 2016 Laureate)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칠레의 ‘사회참여’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에드워드 리프슨은 그를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한 건축가로 평했습니다. “알레한드로는 자연재해의 피해와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켜 보다 안락한 공공 건축을 구현해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죠.”


실제로 알렉한드로는 칠레 사막 한가운데 100세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혁신과 영감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건축에 대해 고민한 결과죠. “건축가라면 건물의 겉모습보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겠죠?”



에드워드 리프슨의 강의 모습





이번 오픈 클래스에서 만나 본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에게선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향한 건축을 지향하며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단 점인데요. ’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우리의 손으로 빚어낸 건축은 다시 우리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들이 보는 것은 건축가의 나이나 유명세, 건축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전통, 대담성, 디테일한 스토리텔링 등 좀 더 큰 원칙을 살피죠. 우리가 찾는 건 시대를 초월한 건축과 건축가이니까요.” 매년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온 프리츠커상. 2017년 수상의 영광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지 더욱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