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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 전시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에게 듣는 아이콘 이야기

2016.11.30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Icon 전시 관람중인 디자이너들을 전시장 외부에서 본 이미지

Prologue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의 마지막 협업 전시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을 기념하기 위해 MoMA의 건축•디자인부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 이하 파올라)가 한국을 찾았다.

11월 11일,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This Is for Everyone: Acquiring @n Icon with Paola Antonelli〉 행사에서 파올라는 MoMA가 디지털 아이콘과 심벌을 소장하게 된 과정과 각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에는 강구룡 디자이너, 김영나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크리스 로(Chris Ro)•안병학•이연준 조교수, 지난 <Type in Motion> 전의 인쇄물과 월텍스트 디자인을 담당했던 국민대학교 정진열 교수, 이번 전시 공간과 인쇄물 디자인을 담당한 스튜디오 니모닉의 함영훈•조은주 디자이너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상규 교수 등 총 12명의 디자이너가 초대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전시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아이콘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먼저, 파올라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전시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0년대 매킨토시의 아이콘을 얻기 위해 애플을 거치지 않고 디자이너 수잔 케어(Susan Kare)에게 직접 접촉했던 이야기부터 ‘Google Maps Pin’의 직관성, 기술 발달로 인해 온/오프(On/Off)버튼이 합쳐져 탄생한 ‘The IEC Power Symbol’까지 각 작품의 탄생 스토리는 모두 처음 듣는 내용이기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파올라는 “아이콘마다 독특한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아이콘이란 단순한 그래픽 요소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목표가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MoMA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

물질과 비물질이 혼합된 세계

‘예술작품’을 소장하는 미술관에서 어떻게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아이콘을 소장하게 되었을까? 심지어 @사인이나 이모지 등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파올라는 MoMA가 아이콘을 소장하기까지 자신과 동료들의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실체’가 없는 작품이기에 소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상은 손으로 만져지는 물질적 요소와 디지털로 대표되는 비물질적 요소가 혼합된 곳이다. 파올라는 비물질인 아이콘을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한다는 사실은 현재의 혼합된 세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우리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의 전시 설명


아이콘의 힘은 강력하다

전시 투어가 끝난 후, 소장 작품을 선별한 기준에 대해서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MoMA가 디자인 컬렉션의 소장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형태와 의미’, ‘기능과 의미’, ‘혁신’, ‘문화적 영향’, ‘과정’, ‘필요성’ 총 6가지인데, 이는 아이콘이나 심벌을 소장할 때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파올라는 의미와 문화적 영향에 초점을 둔 아이콘을 예로 들었다. 대표적인 아이콘이 바로 3명의 활동가이자 예일대학교 교수들이 디자인한 ‘Accessible Icon Project’이다. 장애인을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표현한 이 아이콘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으며, 인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다른 예로는 1978년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디자인한 ‘The Rainbow Flag’가 있다. LGBT 운동을 대표하는 이 깃발은 2015년 6월, 미국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합헌 판결을 이끌어내며 세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심벌이 되었다. MoMA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이 깃발을 미술관에 걸었다고 한다. 아마 그 어떤 행위도 MoMA가 ‘The Rainbow Flag’를 소장하고 전시한 행위만큼 동성결혼 합헌에 대한 MoMA의 강력한 지지를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파올라는 앞선 두 가지의 예시가 “디자인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지를 절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아이콘이 가지는 힘을 강조했다.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의 아이콘 관련 설명


정말로 아이콘은 소장할 수 있는 것인가?

마지막 순서는 모더레이터 김상규 교수가 진행하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한자리에 모인 디자이너들은 파올라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며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우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디자이너와 파올라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일반적으로 미술관은 물질적인 작품을, 라이브러리는 비물질적인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이런 점에서 MoMA가 아이콘과 같은 비물질적인 작품을 소장한다는 사실은 미술관의 역할이 확장되거나,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떻게 아이콘을 소장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A. MoMA에서 근무하는 23년 동안 미술관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건축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건축•도시계획•바이오디자인(Biodesign)•인터렉션 디자인 등 실물을 소장할 수 없는 분야도 MoMA의 디자인 컬렉션에 포함시키고 있다. MoMA는 2006년부터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비물질적인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컴퓨터 바이러스까지 소장품으로 추가했다.


Q.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개념에 관해 설명해달라.


A. 아이콘을 소장한다는 것은 의자를 소장하는 것과 같다. 디자인적으로 가치를 지닌 의자를 미술관이 소장해도, 일반인들이 그 의자를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점과 마찬가지다. 간혹 @를 가지고 싶은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는다. 그럴 땐 “당신의 키보드에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최대한 원본과 비슷한 서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Q. MoMA는 소장한 아이콘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가지는가? 만약, 다른 미술관에서 소장한 아이콘들을 전시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여러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이미지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라이선스의 개념은 아니고, 중간 배포자의 권리다. 만약 다른 미술관에서 MoMA가 소장한 아이콘을 전시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빌리면 된다. MoMA가 법적인 절차를 다 해결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과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이나 심벌 같은 경우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Q. 시간에 따른 아이콘의 변화도 소장할 생각이 있는가?


A. 물론이다. MoMA의 아이콘 소장은 컬렉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을 시작으로 나뿐만 아니라 후임 큐레이터들도 계속 이 작업을 수행할 것이기에 아이콘의 변화를 컬렉션에 반영할 것이다.


Q. ‘Accessible Icon Project’의 장애인 심벌은 특성상 픽토그램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데, 아이콘으로서 이번 전시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 또, 픽토그램의 문자적 성격을 고려해 전체 시스템을 소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나?


A. 아이콘이 가진 이중적 의미, 특히 ‘Iconic’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둔 큐레이션이라 보면 된다. 물론 픽토그램 전체 시스템을 소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콘이란?


A. 나에게 아이콘이란 그래픽 이미지면서, 동시에 사람들 마음속에 강하게 인식된 것이다. 예를 들어 ‘The Rainbow Flag’는 엄밀히 따지면 아이콘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와 영향력을 고려하여 아이콘의 하나로 이번 전시에 포함시켰다.


Q. 공공자산인 아이콘이나 심벌을 특정 미술관이 소유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A.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Creative Commons Symbols’ 같은 경우는 대중들이 이 아이콘을 소장하는 우리의 목적과 진실성을 잘 이해했다. 또한 ‘The Rainbow Flag’는 뉴욕이라는 장소가 LGBT에 대한 인식이 열려있는 곳이기에 소장 가능했다. 오히려 비디오 게임처럼 너무 대중적이거나 세속적인 작품을 소장할 때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가디언지의 비평가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는 ‘어떻게 피카소 옆에 팩맨(Pac-Man)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피카소의 작품이 당대에는 팩맨이었을 수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Q. 아이콘의 비물질적인 특성 때문에 기존 전시처럼 이미지만을 전시하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혹시 이를 보충할 워크숍이나 학습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는가?


A. 디자인 전시에는 언제나 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 특히 ‘해석적 학습’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최근에는 구글 이모지 담당자와 협업하여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모지를 만드는 교육을 계획한 적이 있다.


Q. 아이콘처럼 비물질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A. 많은 사람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가 전시된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앞으로 부모님을 끌고 와서 이 게임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인지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또,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으로는 전 세계의 언론들이 MoMA가 1999년에 나온 최초의 이모지 세트를 소장했다는 뉴스를 대서특필한 사실이다.




전시 관련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와의 talk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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