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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지] 위트와 풍자가 가득한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기자 간담회

2016.10.12


영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현대미술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매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독특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이 지난 10월 6일 목요일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에서 열렸습니다. 전시 개막을 앞둔 하루 전, 국내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유쾌한 입담을 선보이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습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위트와 풍자가 가득한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기자 간담회 현장스케치 이미지



현대카드 스토리지와 영국문화원이 선택한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


“이번 투어전시는 세 번째입니다. 지난 11월 멕시코를 출발, 칠레를 거쳐 한국에서 전시하게 되었죠. 제 작품을 보여드리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신 현대카드 스토리지와 영국문화원에 감사 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현대카드와 영국문화원의 협력으로 진행되는데, 지난 6월 현대카드 스토리지가 문을 연 이후 현대카드 디자인의 진화 과정을 조명한 'Traces: The Origins of Hyundai Dard Design'에 이어 두 번째 전시이자 처음으로 열리는 현대 미술전시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개인전이기도 하죠. 이번 전시는 개성 넘치는 드로잉과 파격적인 설치 작업 등 20여 년에 걸친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작품세계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의미 깊은 컬렉션 입니다.



독특한 유머 안에 담은 성찰과 풍자


“이 점토 작품은 소시지를 닮았습니다. 총 400m, 1,000kg에 달하는 거대하고 무거운 소시지죠. 저는 소시지가 마치 인생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끝은 짧지만 중간은 매우 길고 많은 일이 일어나니까요.”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전시 작품 이미지

좌 : 'Beginning, Middle and End'(2009) / 우 : 'Eggs'(2011)



'Beginning, Middle and End'(2009)는 점토를 이용해 전시장 현장에서 직접 만든 설치작품으로 작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예술가는 절대적이거나 신화적 존재가 아니라는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즐깁니다. 예술은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죠.


“에그(EGG : 알)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발음이 짧아 쉽기도 하고, 의미도 있죠. 알이 없다면 새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내일 오지 않을 테니 말이죠.” 'Eggs'(2011)의 의미를 진지하게 설명하다가도 장난기 어린 유머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화법은 그의 작품 면면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전시 작품 이미지

좌 : 'EXIBITION'(2016) / 우 : 상단 'Drawing by The Artist'(2016), 하단 'The Artist'(2014)



전시를 뜻하는 단어 EXHIBITION에서 H를 뺀 네온사인 설치물 'EXIBITION'(2016)은 작가가 개입하여 의도적으로 오타를 냄으로써 일반 네온사인과 예술작품의 경계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다가도 “예술가의 장점은 아무거나 예술이라고 우길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사람의 머리 부분에 구멍을 뚫은 'I am a person'(2016)은 “스스로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싶을 때 구멍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익살스럽게 말합니다.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쓴 로봇예술가가 코에 펜을 꽂은 채 부지런히 캔버스 위를 돌아다니며 드로잉한 작품 'Drawing by The Artist'(2016)을 소개하면서는 “전 항상 추상화를 동경해왔죠. 그렇다고 제가 갑자기 추상화를 그리면 다들 당황할 테니 대신 로봇에게 시켰습니다. 누가 이 작품에 대해 뭐라고 한다면 저는 로봇에게 책임전가를 하면 됩니다.” 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의 모든 것


작품 곳곳에 유머와 장난스러움이 포진해 있지만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이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는 2013년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상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올 해 영국 예술가들의 최대 영예인 공공미술프로그램 ‘네 번째 좌대(The Fourth Plinth)’ 전시 작가로 선정되는 등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아티스트 중 한 명입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전시 작품 이미지

'Untitled Drawings'(2004~2014)



데이비드 슈리글리를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전시장 벽면의 드로잉 'Untitled Drawings'(2004~2014)을 주목해야 합니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삐뚤삐뚤한 선과 글씨가 엉성해 보이는 드로잉들은 데이비드 슈리글리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에 걸쳐 전개한 작품으로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모순과 좌절에 대한 풍자적인 시선이 가득합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드로잉 작가이기도 하죠.


그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로 'Ostrich'(2009)를 꼽습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고양이, 다람쥐, 원숭이 등 동물 박제 시리즈를 통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는데요. 'Ostrich'는 실제 타조의 머리를 제외하고 박제한 작품으로 그 간의 박제작품 중 가장 거대합니다. 당황스럽거나 우스꽝스럽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머리 잃은 타조는 인간과 동물이 맺는 관계를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전시 작품 이미지

좌 : 'Ostrich'(2009) / 우 : 'Insects-Untitled'(2007)



“처음에는 고철 폐기물을 이용해 작은 곤충 12개를 만들었죠. 10년이 지나자 413개로 늘어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전시장 바닥을 메우고 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벌레처럼 보이는 형상들. 'Insects-Untitled'(2007)는 언뜻 개미나 거미 등의 벌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특정 대상의 재현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소우주 입니다. 별다른 기교 없이 거침없이 쏟아낸 그의 드로잉이 입체적인 조형물이 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매체와 형식을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조각이 어울린다면 조각을, 드로잉이 좋다면 드로잉을 합니다. 캔버스, 고무, 세라믹, 철근까지 소재도 장르도 내게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죠.”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공간을 채우는 것’을 즐깁니다. 고무 낚시복으로 만든 'Cheers'(2007), 점토로 제작한 10켤레의 부츠 'Boots'(2010), 단단한 철을 연마해 만든 'Death Gate'(2009)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공간을 장악해 나갑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현대카드 스토리지 위트와 풍자가 가득한 데이비드 슈리글리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 기자 간담회 현장스케치 이미지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개념미술작가(conceptual artist)라 불러주길 바란다.”는 데이비드 슈리글리. 다양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적 실험을 지속해 온 위대한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David Shrigley : Lose Your Mind 전'은 2016년 10월 6일(목)부터 2017년 1월 8일(일)까지 현대카드가 만든 새로운 전시공간 스토리지(Storage)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시니컬한 태도 가운데 드러나는 유머와,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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