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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USEUM PASS 프로모션]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 각 도시를 대표하는 현대의 미술관들

2015.02.03

현대의 미술관들. 각도시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들이 관객을 유혹한다.

미술품의 무덤, 혹은 상류 사회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미술관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확 바뀌었다. 세계의 주요 미술관들은 ‘현대미술은 어렵다’라는 선입견을 허물고, 관객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는 다각적인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개관 10주년 특별 전시로서 <교감>을 마련해, 관객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제, 현대미술관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각기 경쟁하듯 독특한 건축 양식을 내세우고, ‘경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람 방식을 통해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의 MoMA, 파리의 퐁피두센터, 런던의 테이트모던, 도쿄의 모리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moma, 모마

New York, 뉴욕

미술관/박물관의 역사는 프랑스대혁명이 있던 18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미술관’은 미국이 먼저다. MoMA는 1929년 11월 7일 개관했다. 1928년 미국의 갑부 존 D. 록펠러의 부인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를 중심으로 릴리 P. 블리스, 메리 퀸 설리반 등의 미술 애호가들이 모여 미술관을 만들었다. MoMA는 단순히 장소로서의 미술관이 아닌, 미국의 추상미술, 즉 모더니즘 아트의 심장부의 구실로 현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상상할 때 가장 먼저 새하얀 정방형의 공간, 즉 ‘화이트 큐브’를 떠올리게 하는 것의 시초가 바로 MoMA라 할 수 있다. 그 장본인은 MoMA의 첫 번째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Jr.)다. 오로지 미술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주변의 배경을 최소로 배제시키는 장치인 화이트 큐브는 미국 모더니즘 미술 작품을 대하는 관장의 엄숙함이 깔려 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만지거나 크게 말하면 안 되는 기본매너는 물론이고 육체는 없이 눈만 둥둥 떠다니는 것을 작품 감상의 최고의 상태로 간주하는 것이다.

최근 MoMA에 방문했을 때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하는 상설전시장 한 켠에서는 카레 냄새가 진동했다.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작품 <무제(1992)>은 다름 아닌 관객에게 태국의 전통 음식 그린 커리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줄을 서서 종이컵에 자스민 라이스에 커리를 얹어 먹은 뒤에는 그 다음 방에서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사탕을 디저트로 먹을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관장도 바뀌고 더욱이 미술 작품의 경향도 바뀐 것이다.

MoMA는 개관한지 75년 만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일본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가 설계를 맡아 총 공사비 8억 5,800만 달러를 들여 2004년 재개관했다. 맨해튼53번가 자리는 그대로 지키지만, 전시 공간의 50%를 늘렸다. 공사 이전에는 하루 평균 입장객이 6,000명이었다면, 현재는 동시 수용 인원이 6,000명이다. 예전부터 MoMA의 명물이었던 1층 조각 공원 등 전체적인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연구동을 마련해 관객을 대상으로하는 교육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MoMA는 콘텐츠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회화와 조각, 드로잉, 판화와 삽화, 사진, 건축과 디자인, 미디어와 퍼포먼스까지 총 7개의 부서로 나뉘어 있는 MoMA의 학예팀은 미국 미술뿐 아니라, 아시아 등의 다른 지역으로도 눈을 돌렸고 특히 디자인 같은 다른 장르를 특화시켰다. 현재 MoMA에서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2015. 2. 8까지), 로버트 가버(Robert Gober, 2015. 1. 8까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centre pompidou, 퐁피두센터

paris, 파리

미술의 전통이 시작된 유럽에서 현대미술이 가장 활발하게 부흥하는 도시는 런던과 파리다. 먼저 파리를 대표하는 동시에 오늘날 전세계에서 현대미술관의 전형을 제시한 퐁피두센터는 1977년 12월 31일 개관했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에 기인하는 퐁피두센터는 미술전시장인 국립현대미술관뿐만 공공 정보 도서관(Bibliotheque publique d'Information), 실험음악 음향 연구소인 IRCAM(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Musique), 그 밖에 영화관, 극장, 강의 홀, 서점,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있다.

스타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퐁피두센터는 지을 당시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건축의 구성 요소들이 건물 바깥에 노출된 상태로 지지 구조체 및 파이프는 흰색, 운송 수단(계단, 에스컬레이터)은 빨간색, 전기 배선은 노랑색, 수도관은 녹색, 공기 정화 시스템과 관련된 파이프는 파랑색으로 채색되어 기능과 장식을 동시에 겸하고 있다. 마치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듯한 퐁피두센터는 안과 밖,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뮤제올로지를 강조하는 듯하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MoMA처럼 화이트 큐브처럼 정돈된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된 건축 양식은 미국의 모더니즘 미술이 아닌 문화다원주의 사회를 반영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퐁피두센터의 야심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곳에서 1989년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전시가 열렸다. 큐레이터 장 위베르 마르탱이 기획한<지구의 마법사들(Magiciens de la Terre)>전이다. 그는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 100여 명을 소개했다. 당시 서유럽과 북미 중심으로 전개되던 미술계의 편협한 시각을 공격하는 동시에, 오늘날 미술의 국제화 물결이 일기 시작된 가히 혁신적인 전시다. 지난 여름 이 전설적 전시의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퐁피두센터에서는 아카이브 전시를 대대적으로 꾸려, 당시 직접 보지 못한 관객들도 과거의 전시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현재 퐁피두센터에서는 지난 여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던 제프 쿤스(Jeff Koons, 2015. 4. 27까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퐁피두센터는 또 한 번의 획기적인 도전을 했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3시간 남짓 걸리는 메츠에 분관을 개관한 것.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2014)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해, 프랑스 국경의 작은 도시지만 미술 애호가들의 새로운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tate modern, 테이트모던

london, 런던

테이트미술관은 런던에 테이트브리튼과 테이트모던을 두고 그 밖에 세인트아이브스, 리버풀까지 총 4곳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테이트모던은 4곳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도 대중적인 곳이다. 테이트모던은 과거 화력발전소였던 공간을 리노베이션해 개관했다. 99미터에 이르는 굴뚝을 그대로 둔 것이 트레이드 마크로 템즈 강변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에 2000년 5월 12일 개관했다. 연간 5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관람객을 꾸준히 끌어 들이며, 그 성공을 바탕으로 헤르조그 앤 드뫼론(Herzog & deMeuron)의 설계로 2016년 확장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테이트모던의 가장 대표적인 전시 공간은 1층 입구에 들어서자 펼쳐지는 터빈홀이다. 뻥 뚫린 공간의 높은 천정과 넓은 전시 면적은 웬만한 작가가 아니라면 압도하기 어렵다. 루이스 부르주아(2000), 아니시 카푸어(2002), 올라퍼 엘리아슨(2003), 레이첼 화이트리드(2005), 티노 세갈(2013) 같은 대가들이 전시를 열었다. 100% 신작으로 이 넓은 곳을 채우려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 개관부터 최근까지 터빈홀 프로젝트는 유니레버에서 후원해 왔다. 그러나 최근 그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스폰서가 선정됐다. 바로 한국의 현대자동차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상태라, 앞으로 한국작가의 터빈홀 전시를 기대해 봄직하다.

moriart  useu, 모리미술관

tokyo, 도쿄

마지막으로 일본현대미술의 가장 높은 곳, 실제로도 가장 높은 빌딩에 위치한 모리미술관을 소개한다. 외국인 중심의 상권이 발전한 롯폰기힐즈의 중심부에 위치한 모리타워. 그 건물 53층에 모리미술관이 있다. 특히 동선 상 ‘도쿄시티뷰’라는 전망대를 함께 봄으로써 도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있다. 2003년 개관해 현대미술을 기본으로 한 건축, 사진, 패션, 디자인 작품들을 주로 전시, 소개하는 가운데 인근에 국립 신미술관과 산토리미술관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며 도쿄의 예술 1번지로 통한다. 미국의 아트 칼럼니스트 파블로 엘구에라는 저서 <현대미술 스타일 매뉴얼>에서 미술계를 체스게임에 비유해 미술관장을 ‘킹’에 빗대고 있다. 그 밖에 퀸은 컬렉터, 룩스는 큐레이터, 나이트는 화상, 비숍은 평론가, 폰은 미술가. 이렇듯 오늘날 미술계에서 미술관에 쏠리는 ‘힘’은 부정할 수 없다.

영국 미술잡지 <아트리뷰>에서 매년 세계 미술인 파워 100인을 선정하곤 하는데, 올해 1위는 테이트미술관의 니콜라스 세로타가 차지했다. 갈수록 미술관장의 능력은 미적 취향이나 예술적 역량보다는 경영 능력, 즉 돈을 구해오는 일이 가장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영국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은 세로타 경은 지난 3월 현대자동차와의 터빈홀 스폰서 계약서에 서명하고자 방한한 이후 한국을 종종 찾고 있다. 절대로 노골적이지 않은, ‘우아한’ 처신술이야말로 미술계 파워 1위의 비결이 아닐까.




Writer. 호경윤
월간 <아트인컬처> 편집장
출처: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 2014 Vo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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