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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채식의 사회운동가 폴 매카트니

2015.03.17

 

“도살장 벽이 유리로 돼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

 

산울림의 김창완은 몇 년 전 채식주의자의 길을 걸은 적이 있다.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뙤약볕에 양철 지붕을 쳐다보고 불쌍하게 누워있는 돼지의 운명을 보고 고기를 단번에 끊은 것이다. 그때 그의 채식 온도는 락토(Lacto, 우유 등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 섭취는 하지 않는 단계) 쯤에 있었다.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을 두고 한 번의 고민 없이 그렇게 격변의 과정을 거칠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이 실감으로 다가온 건 오는 5월 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첫 내한무대에 오르는 '살아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꾸준한 캠페인 덕분이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한 캠페인에서 “도살장 벽이 유리로 돼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If slaughterhouses had glass walls, everyone would be vegetarian)라고 단언했다. 그의 캠페인이 허언(虛言)으로 읽히지 않는 건 이 캠페인 영상을 시청한 후 갖게 되는 잔영 속 죄책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폴 매카트니 공식 사이트

 

 

폴 매카트니는 적극적인 채식 권유 운동가다. 지난 2009년 유엔기후변화회의(UNFCCC) 본회의에 앞선 열린 토론회에 그가 나타나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채식을 하자는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를 제안했다. 하루 채식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친김에 같은 제목의 노래도 발표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재미있는 날이죠/미래를 생각해봐요/지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요~'('Meat Free Monday' 중에서) 단백질 섭취에 대한 고민도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과거에 우리는 채식만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지 걱정했어요. 간호사였던 우리 엄마도 육류 섭취만이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은 방법이 정말 많아요.”



출처: Meat Free Monday 공식 유튜브

 

 

모피산업 ‘비판’, 정치 지도자 ‘일갈’…채식의 사회운동가

 

매카트니는 1969년 사진작가 린다 이스트먼과 결혼한 이후 아내의 영향을 받아 채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은 불분명하다. 양고기를 먹는 와중에 초원을 뛰어다니는 양들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있고, 낚시 바늘에 걸려 물고기가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애처로움에 육식을 접었다는 설명도 있다.

매카트니를 포함한 그의 가족은 모두 유명한 동물 운동가이면서 채식주의자다. 특히 그의 딸 스텔라 매카트니는 모피와 가죽을 쓰지 않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출처: 폴 매카트니 공식 사이트

 

 

가족 안에서 결속된 동물 보호와 채식에 대한 그의 애정은 점점 사회적인 운동으로 번지면서 세계인의 귀를 더 확장시키는 촉매 역할로 다가섰다. 동물의 권리를 위해 모피로 사용되는 바다표범 사냥과 세계 최대인 중국 모피산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린다를 위해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암 치료제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매카트니는 한 영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육식하는 티벳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육식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밴드 트래비스의 보컬 프랜시스 힐리는 지난 2010년 자신의 솔로 음반 작업에 참여해준 매카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가족 전체가 채식주의로 전환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생선의 유혹에 못 이겨 채식을 포기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면 폴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며 “폴에겐 비밀로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남겨 화제가 됐다.


 

수 백명의 공연 스태프도 모두 '채식'

 

출처: PETA 공식 사이트

 

 

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매카트니에게 세 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 건강의 비결을 물었다. 매카트니는 ‘명상’과 ‘채식’의 힘이라고 했다. 그에게 채식은 어제와 같은 에너지를 오늘 계속 공급받는 힘의 원천인 셈이다.


매카트니의 채식 단계는 가장 낮은 등급인 비건(Vegan)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트니와 함께 공연 투어를 다니는 스태프는 ‘그의 제안(?)’에 따라 채식단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연 투어에서 빠질 수 있다. 몇 년 전 한 아티스트의 내한공연 때, 스태프 중 일원이 햄버거를 몰래 먹다 걸려 중도 하차한 일화는 유명하다.



출처: Meat Free Monday 공식 사이트

 

 

'PAUL McCARTNEY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은 비틀스 시절부터 개인 솔로 활동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2013년부터 시작된 23개 도시 투어 '아웃 데어'(Out There)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새 음반 '뉴'(New)의 수록곡부터 비틀스 시절의 히트곡을 망라할 예정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채식에 대한 그의 열정을 생각한다면, 'Meat Free Monday'가 어느 순간 울려 퍼져 5만 관객의 인식을 새롭게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뮤지션 이상의 그 '무엇'으로 지금 평가받고 있다.




 

 Writer.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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