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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2013년 상반기 해외 인디뮤직 추천 앨범들 2

2013.07.25

 

올 상반기는 내셔널, 뱀파이어 위켄드, 디어헌터, 보즈 오브 카나다 등 최근 발표한 앨범들이 연달아 큰 성과를 거뒀거나 오랜만에 컴백한 인디 밴드들의 작품들을 대거 만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걸작이라고 할만한 앨범은 많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좋은 앨범”이 많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였기에 한정된 목록 안에서 그러한 앨범들을 탈락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여기에 싣지는 않았지만, My Bloody Valentine, Yo La Tengo, Quadron, Cayucas, Deafheaven, Deerhunter, Kurt Vile, Camera Obscura, Disclosure, Marnie Stern, Sam Amidon 등의 앨범도 함께 언급하고 싶다.

 

 

Vampire Weekend – Modern Vampire Of The City

 

뱀파이어 위켄드는 영리했다.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앨범과 비교해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장점은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 위켄드의 세 번째 앨범은 바람직한 발전과 진화의 예를 보여준다. 전작의 수록곡들을 이어줬던 기타 연주와 이국적인 리듬 채널의 볼륨을 줄이는 대신 유사한 정서의 선율과 가사로 다리를 놓고, 그 위에 다른 색채의 카펫을 깔았다. 그 위를 유유히 걸어 들어가게 하는 것은 밴드의 유기적인 호흡이다. 예컨대, 속도를 줄이고, 조금 더 속삭이며, 키보드가 곡을 주도하는 ‘Step’을 들으면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은 이들이 데뷔 초기부터 갖고 있었던 클래식한 작곡 패턴은 그대로 남아 있다. ‘Hannah Hunt’처럼 느린 속도의 발라드를 만들더라도 평범하게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엘비스 시절에 탄생했을 법한 록큰롤 곡 ‘Diane Young’을 2013년의 방식으로 펼쳐 놓는 방식을 들으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프리칸 팝의 리듬이 줄어들었다고, 기타의 그루브가 덜하다고 이들의 열정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열정은 더 깊어지고 있고, 재능은 더 예리하게 발현되고 있다.

 

 

 

 

 

 

Savages – Silence Yourself

 

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 런던 출신 여성 4인조 밴드에게는 유머 감각도 없는 것 같고, 팝적인 코러스 같은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She Will’ 같은 곡에서 반복되는 리듬과 기타 연주가 주는 위압감은 가공할 만 하다. 새로운 장르나 음악을 발견했다는 흥분감은 덜하지만, 이 어두운 에너지는 확연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아마 라이브 무대라면 그 잔상이나 여운은 더욱 확연해 질 것이다. "Silence Yourself"라는 앨범 제목이나 ‘Shut Up’이라는 곡 제목처럼 말 없이 무표정하게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록음악적이다. 조이 디비전을 흔히들 떠올리지만, 이들의 음악 속에 담긴 분노는 어떤 밴드하고도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표출되기 직전까지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Mikal Cronin - MCII

 

샌프란시스코 싸이키델릭 록 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그는 Ty Segall 밴드에서 종종 연주를 한다.) 그의 솔로 앨범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팝과 록에 걸친 양다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팝(또는 파워-팝) 앨범을 만들어 내고 있다. 퍼즈 기타와 밝고 아름다운 멜로디, 때때로 등장하는 록큰롤의 영향력. 국내 인디 음악계를 둘러 보면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팀들이 늘어나면서 앨범들의 색채가 점점 더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크로닌은 그런 형태로 생겨날 수 있는 오류를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을 통해 잘 비켜가고 있다.

 

 

 

 

 

 

 

The National – Trouble Will Find Me

 

2005년에 "Alligator"로 평단의 극찬을 얻은 이래, ‘Boxer’, ’High Violet’, 그리고 이번 앨범 "Trouble Will Find Me"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수작을 발표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사운드와 곡 구성이지만, 여전히 영감을 주는 이 음악들은 천천히 스며들 듯 다가와서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혁신보다는 확신일 것이다. 이제 이들의 앨범에는 확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듣는 이들이 내셔널에 갖는 확신도 있겠지만, 이 밴드는 특별히 무언가를 포장할 필요 없이 자신의 세계에서 음악적으로 유영하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좋은 앨범’을 만들어 내고 있다. 템포나 편곡이 조금 다른 곡들이 군데군데 있지만, 차분하고 어둡고 드라마틱한 내셔널의 음악이 주는 감정은 여전하다. 이제는 세상살이의 무게를 공유할 수 있을 듯한 든든함마저 느껴진다.

 

 

 

 

 

Boards Of Canada – Tomorrow’s Harvest

 

마침내 돌아왔다. 늘 활동해 왔던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소리가 담겨 있고,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전작들이 갖고 있던 장점들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여전히 하나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해준다. 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여행마다 다른 느낌을 갖게 되듯, 이들의 사운드가 주는 경험은 변화무쌍하기도 하다.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수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들의 소리는 미래를 얘기하면서도 과거를 향해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에게 더 좋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미래를 향하는 것은 한편으론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 다프트 펑크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컴백 앨범들도 좋았지만, 이들의 컴백 앨범이 더 뛰어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과거와 미래가 교신할 수 있는 폭을 늘려 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렸을 때 탔던 자전거에 다시 오르게 한 후 이전에 가보지 않았던 세계를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음악 세계에서도 그런 경험은 흔하지 않다. 과거의 사운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불러 낸다는 것은 비범한 재주를 가진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Writer 김 영혁

 
회사원 자격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다. 레코드를 좋아해서 레코드페어를 시작했고,
공연을 좋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나
여전히 중심은 음악이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지만 유일한 저서는 부업인 까페창업에 관한 것이다.

 

[인디뮤직을 말하다] 2013년 상반기 해외 인디뮤직 추천 앨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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