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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e Pompidou] 퐁피두 센터 - Marcel Duchamp. La peinture, même [2014.9.24~2015.1.5]

2014.10.23


Marcel Duchamp. La peinture, même

24 September 2014 - 5 January 2015

Galerie 2 - Centre Pompidou



프랑스 파리의 퐁피듀 센터에서는 지난 9월 말부터 내년 1월까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기존 뒤샹의 유명한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들이 아닌 그의 100여 점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최초의 전시로, 예술사에서 ‘회화의 죽음’을 주장해온 뒤샹의 철학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재조명한다.



레디메이드, 일상의 기성품이 예술이 되다


 

 

Fountain, 1917

© Succession Marcel Duchamp/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4



뒤샹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이 바로 <샘물(Fountain)>이다. 뒤샹이 한 전시장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성품(Readymade)인 변기에 ‘R.Mutti, 1971’이라는 서명을 하고 <샘물(Fountain)>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작가의 의도에 의해 우리가 변기라고 바라보는 사물이 작품으로 채택되어 새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튜브 물감조차 이미 완성된 물건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작품은 레디메이드이자 아상블라주(Assemblage, 미술에서는 기성제품을 수집하는 것을 의미)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작품 <샘물(Fountain)>은 기존의 선보였던 작품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 <병 걸이(Bottle Rack)>와 함께 전통적 미의 기준을 허물었고 예술과 일상의 경계 그리고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토론거리를 안겨주었다. 이러한 작가의 창작방식은 이후 팝 아트(Pop art)와 신 사실주의(New Realism) 그리고 개념주의(Conceptual art)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Bicycle Wheel, 1913

© 2014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 Estate of Marcel Duchamp



회화 작가에서 레디메이드의 창시자로


6남매 중 무려 4명의 예술가 형제를 둔 뒤샹은 가족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뒤샹의 초기 작품들은 스케치나 유화였는데 파리의 줄리앙 아카데미(Académie Julian)에서 수학하며 인상주의부터 입체주의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회화를 연습하고 창작해왔다. 그는 다다이즘(Dadaism)과 초현실주의의 작가들과도 교류했고 입체파(Cubism)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결국 반복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그의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번(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2)>을 뉴욕 아모리 쇼(The Amory Show)에 출품하면서 평단에 화제가 되었다. 이후 아방가르드를 내세운 예술인들의 폐쇄성에 실망한 그는 기성제품을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관습적인 미학을 완전히 뒤엎음으로써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의 창시자가 되었다.



‘La peinture, même’ 뒤샹 회화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 


‘La peinture, même’라는 타이틀대로 그의 유명한 오브제 작품들을 배제한 회화 작업에 초점을 맞춘 파리 전시회는 그가 끈을 놓지 않았던 회화라는 장르에 대한 연구, 작품에 드러난 넌센스(nonsense)와 유머를 조명하여 전체 작품세계를 폭넓게 이해하고 새로운 방향까지 점쳐볼 기회다.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The Large Glass)

Date: 1915-1923

Medium: Oil, varnish, lead foil, lead wire, and dust on two glass panels

Dimensions: 109 1/4 x 70 x 3 3/8 inches (277.5 x 177.8 x 8.6 cm)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 Estate of Marcel Duchamp Update July 17, 2012
© 2012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 Succession Marcel Duchamp



뒤샹의 초기 드로잉 작품을 보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엿보인다. 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메인 작품은 <큰 거울, 구혼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The Large Glass,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Suitors)>로 뒤샹이 입체주의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시기인 1910년에 그리기 시작해 1923년에 미완성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큰 유리를 창틀에 넣어 도금, 호일, 물감, 철사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입체 설치 작품인데,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남녀의 성적인 소통을 다루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이 작품은 뒤샹 특유의 유머와 기존 예술을 비트는 그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의 초기작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문학과 단어에 대한 성찰, 물리적인 기계에 대한 관심도 드러나있다. 또한 뒤샹이 20여 년의 세월 동안 행한 다양한 리서치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예술계에 느낀 환멸 등은 오히려 그가 회화라는 매체를 부정하기보다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아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다양한 미술 사조의 영향을 받으며 창작된 20세기 초반의 뒤샹 회화를 영화와 오브제 그리고 그의 노트들과 함께 전시하면서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작가가 보여준 진보적인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작품을 떠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류를 거부하고 시대를 저만치 앞서나갔던 뒤샹의 실험정신과 부단한 노력 자체가 큰 영감을 줄 것이다. 한 예술가의 시도가 얼마나 많은 이에게 자극을 주었는지, 동시대 미술사에 어떤 획을 그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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