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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대인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2_ 시그니처 상점

2015.07.23

전통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
시그니처 상점

201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는 현재 1,500여 개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쓰나미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 포스팅에 이어 우리는 시대에 흐름을 넘기 위한 전통시장의 노력과 변화 속에서 각각의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콘텐츠에 주목했습니다.

주말이면 대형 마트 못지않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은 전통시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시장만의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단을 사려면 동대문 종합시장, 한약재를 사려면 경동시장, 그리고 수산물을 사려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면 된다는 말처럼 인기가 높은 시장은 자신만의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특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 여럿이 모여 하나의 특화된 시장으로 완성된 예도 있지만, 반면에 하나의 시그니처 상점이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좋은 예도 있습니다.

직접 맷돌로 녹두를 갈아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뜨끈하게 부쳐 낸 빈대떡과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마약김밥은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상점으로 빈대떡과 김밥 골목을 형성하며 그 역사를 쌓아 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통인시장은 어떨까요? 국물 없이 기름에 튀겨 내듯 굽는 일명 기름 떡볶이는 오래 전부터 통인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명물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기름 떡볶이가 몇 해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통인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 시그니처 상점을 중심으로 시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독일 뮌헨의 전통시장 빅투알리엔 마르크((Viktualien Markt)는 무척 흥미로운 방법으로 시그니처 상점의 역사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특정 품목의 가게가 문을 닫으면 그 자리에 들어오는 다음 상인 역시 같은 품목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채소 가게에는 채소 상인이, 올리브 가게는 올리브에 정통한 상인만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입점의 기본 조건인 거죠. ‘질 좋은 올리브는 그 시장에 그 상점으로 가면 돼’라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는 올리브 가게일 테니까요.
이렇듯 마트와 비교해 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또는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시장 장보기를 고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격 경쟁이나 체계적인 인프라 면에서 오히려 마트가 싸고 질 좋은 상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우리는 단순히 전통시장의 낡은 시설을 반질반질 깨끗하게 정비하는 것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명쾌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상품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눈에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닌 전통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시그니처 상점의 도미노 효과를
기대하는 현대카드의 도전

현대카드 디자인 랩의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회사의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여 현업을 지원하는 디자인 입니다.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이 대표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중요시 하는 또 다른 역할은 사회 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하는 일 입니다. 그 도구가 바로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디자인 재능기부의 형태인 거죠.

현대카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드림실현>은 디자인 재능 기부의 좋은 예입니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전달하고 했던 핵심 메시지는 단순히 상점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간 디자인에서부터 상품 패키지, 판촉물까지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요소를 디자인하여, 소상공인 분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일선상에 바로 시장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주목한 곳은 광주에 위치한 대인시장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봉평장> 프로젝트를 통해 한 차례 전통시장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인시장>프로젝트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봉평장>프로젝트는 5일장이라는 비상설 시장의 특징에 맞게 시장 전체를 통일감 있게 분류하고 묶었다면, <대인시장> 프로젝트는 시장 내 존재하는 특정 상점만의 컨텐츠를 강화하고 다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즉, 상설시장의 상점은 마트와 비교해 무엇이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상인들이 스스로 지속적으로 유지, 운영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상인 하나하나의 어울리는 맞춤 옷을 만들어 주고 다듬어 주는 것, 상점 각각의 역사를 반영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존하는 것이 현대카드가 이번 대인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방법입니다. 시그니처 상점이 주변의 가게의 변화를 자극할 수 있는 시발점이자, 그리고 대표 모델로서의 역할을 하기 바랐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물결의 문턱에 선 대인시장

이제 대인시장보다는 대인예술시장으로 더 자주 불리는 이곳도 1990년대 황금기를 누리던 누구보다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에 도심 노른자 땅에 위치하여 유리한 지리적 요건, 그리고 원하는 건 모든 구할 수 있는 종합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대형마트가 중심이 된 장보기 문화에 밀려 빈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위기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상인들이 떠난 빈 공간을 예술가들이 레지던시 형태의 작업실로 채우면서, 대인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시장에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수 놓이고, 작품을 사고 파는 시장으로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객층에 맞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페와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자연스레 하나 둘 들어섰습니다.
이 흐름을 포착한 전통시장 사업단은 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은 야시장을 열었고 대도시에 비해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목 말랐던 많은 젊은 사람들이 격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대인시장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바로 예술시장으로부터의 변화입니다. 야시장으로 새롭게 다듬어진 대인시장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서울의 광장시장과 홍대 플리 마켓을 섞어 놓은 듯합니다. 고전적인 시장 분위기와 홍대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혼재, 그리고 막걸리와 더치커피 상점이 서로 마주하는 이 묘한 공간은 대인 야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하지만 반가운 변화의 물결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장을 바꾸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젊은 상인들과 달리 변화의 의지는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버거운 기존 대인시장을 지키던 상인들과의 간극입니다.
이번 <대인시장> 프로젝트는 상점의 오랜 역사로 시장의 오랜 풍파를 견뎌 낸 기존 상인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융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해 오던 장사의 기술을 새로운 변화에 맞춰 상인 스스로 깨닫고 바꿀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 그리고 좋은 시장 유입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잘 활용하지 못했던 대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대카드의 새로운 접근법으로부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대인시장의 터줏대감인 한과와 약초를 판매하는 두 상점을 선택했습니다. 다음의 포스팅을 통해 두 상점이 대인시장의 시그니처 상점으로서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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