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대인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대인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3_ 하루에 약초

2015.08.18

전통은 남기고
특색을 더하다

오랜 시간 대인시장을 지켜온 빛 바랜 상점의 외관은 초라해 보일 수 있어도 금수강산이 두 세 번은 족히 변할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굳건한 전통과 역사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현대카드의 <대인시장> 프로젝트는 긴 시간 시장의 희로애락을 거쳐 온 기존 상인들이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고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 대인시장은 격주마다 열리는 야시장으로 떠들썩합니다. 금요일 저녁이면 젊은 상인을 필두로 열리는 벼룩시장과 먹거리 장터로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는 데, 가족 나들이와 데이트 장소로 자리잡으며 제2의 번영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공간을 시대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젊은 상인들의 행보가 기존 상인들에게는 어쩐지 어색하고 낯선 도전이 되었습니다.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상점이 젊은 상인과 기존 상인의 간극을 줄여줌과 동시에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대인시장의 터줏대감인 한과와 약초 가게를 리뉴얼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선정했습니다. 상인회의 추천을 받은 여러 가게 중 선정 된 한과와 약초 가게는 긴 역사와 시장 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 그리고 변화의 의지가 강한 상점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품목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변화의 재미가 요소가 짙은 가게이기도 했죠.

한과와 약초 가게의 진화가 시장 내 다른 가게의 변화를 자극할 수 있는 모델숍으로서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하며 현대카드 <대인시장>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약초 가게,
하루에 약초

약초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약초의 다양한 종류와 그 효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특히 섭취하기 편한 정제 형태의 건강보조식품에 친숙한 젊은 층에게 약초는 더욱 생소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어지럽게 물건이 진열된 약초 가게 인테리어의 전형은 약초 가게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이끌려 들어간 약초 가게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은밀한 곳’으로 남아있지는 않나요?
18년간 대인시장을 지켜 온 ‘대흥인삼약초’ 가게 역시 일반적인 약초 가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한적인 구매층, 정체성 부재, 상품 정보 부족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였죠. 대인시장에서 약초가게를 하던 지인의 상점을 이어받아 ‘대흥인삼약초’의 주인이 된 윤남주(56세) 점주님. 약초 가게 특성상 미리 약초에 대해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최근 대인시장에 불어 온 젊은 바람에 따라 적극적으로 약초를 홍보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몰라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단골손님 위주였던 한정된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가 떠올린 키워드는 ‘일상의 습관’이었습니다. 단골손님을 벗어나 대인시장을 찾는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판매 방법이 필요한 법.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해 신뢰를 얻고, 소포장을 통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구축한 새로운 판매방식을 일상적인 판매영역으로 바꾸는 습관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야시장의 부흥으로 몰려 든 젊은 고객을 품고 싶은 점주의 희망과 구매층 확대를 위한 소매에 집중하고자 우리가 생각한 콘셉트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친절한 약초 가게였습니다. 쉽고 간결한 정보로 약초를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상점의 포인트로 여기에 하루에 1리터를 챙기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슬로건을 덧붙여 콘셉트를 완성했습니다. 약초 사용법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일의 건강을 위한 약초’라는 짧고 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셉트에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하루에 약초’라는 이름이 붙여져 18년간 이어져 온 ‘대흥인삼약초’의 역사는 ‘하루에 약초’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가게 전면에 붙여진 효능별 색인표와 각 약초 효능에 관한 인포그래픽은 상점의 변화를 대변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인체 부위와 색을 짝지어 그림과 색으로 효능을 구별한 덕분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조차 필요한 약초를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는 형태의 안내판은 ‘찾아가는 상점’에서 ‘마주치는 상점’으로 변화를 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약, 오미자, 둥글레 등 들어 본 적은 있어도 효능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약초가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친숙한 재료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죠.
일상의 건강한 기호 식품으로서 약초를 제시하기 위한 방법은 간편하게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소포장으로 풀어냈습니다. 물 1리터에 맞춰 우려낼 수 있는 소포장은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 대신 텀블러에 차를 들고 마시는 젊은 트렌드에 발맞춘 아이디어로 하루에 약초에서 판매하는 70가지 약초 중 차로 우려내면 좋은 것을 차의 방식으로 바꾼 제품입니다. 효능별 색인표와 색을 맞춘 포장 디자인으로 더욱 찾기 쉽고, 소포장으로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게 부담은 낮춰 적극적인 소매업의 연결고리를 완성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약초를 담은 묶음 상품은 선물용으로도 손색없어 선물을 사려면 백화점으로 가야 한다는 공식을 깨기에 충분한 아이템으로 다가서지 않을까요?
약초 가게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 역시 디자인에 담겼습니다. ‘하루에 약초’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동그라미는 스탬프에서 착안한 도형으로 ‘신뢰’와 ‘데일리’를 뜻합니다. 약초 상점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투명한 원산지와 공급처의 확보가 곧 질이 보장된 상품을 인증하는 도장 모티브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건강이 신뢰가 되고 일상이 건강이 되는 슬로건은 ‘하루에 약초’라는 네이밍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흔히 시장에서 사용하는 검정 비닐 봉지 대신 담긴 물건이 보이는 투명 비닐을 포장재로 사용해 홍보 효과도 놓치지 않습니다. 마트에서 다른 고객의 카트 속에 담긴 제품을 보고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투명 비닐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꼼꼼한 원산지 표기와 사용방법, 그리고 약초의 짧은 효능을 패키지에 적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제품 기획과 디자인에 더불어 공간 리뉴얼에 중점을 둔 부분은 공간 활용이었습니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빽빽이 쌓여있는 약초와 상점 앞에 세워 둔 간의 매대 위 약초들은 점주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구분 없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내부가 보이는 투명 유리를 활용한 수납시스템으로 체계화 된 약초 보관함을 만들어 공간을 확보하고 점포 앞 매대는 소매 고객을 위한 제품 진열대로 활용했습니다. 이 진열대는 약초를 우려낸 물을 시음 할 수 있는 시음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 냅니다. 수납 시스템 역시 효능별 색인표에 따른 색으로 분류 방법을 통일해 보관은 물론 물건을 찾기 쉬운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긴 시간 장사를 하는 탓에 편히 쉴 공간만큼은 꼭 필요하다는 점주의 요청은 점포 한 켠 휴식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수납 시스템으로 확보된 공간 덕분입니다.
시장의 번영기와 IMF 경제위기를 거쳐 예술시장과 야시장으로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대인시장의 변화를 몸으로 겪어온 점주에게 상점은 생계를 위한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 둘 상인이 떠나며 내리막길을 걷던 시장의 빈 공간을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실로 사용하며 일어난 변화의 물결은 대인시장을 지켜온 상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꿈꾸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아닐까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야시장의 흥행에도 딱히 고객을 사로잡은 제품과 매력이 없어 야시장에 열리는 밤이면 셔터를 닫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약초 가게 윤남주 아주머니. 18년 전, 붙여진 간판 그대로 지인의 가게를 이어받아 장사를 시작한 아주머니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건 상점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담은 새 상호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리모델링 후 처음 맞은 야시장 날 윤남주 아주머니는 ‘하루에 약초’로 다시 태어난 3평 약초 가게문을 닫지 않고 한바탕 잔치에 동참했습니다. 상인임에도 구경꾼의 입장이었던 야시장에서 아주머니는 처음으로 바쁜 밤을 보냈습니다. 소포장 된 약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차를 시음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상점의 변화를 경험한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약초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인포그래픽과 구매 부담을 낮춘 소포장, 그리고 상점의 아이덴티티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인테리어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약초 가게를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온 18년 약초 가게의 역사에 이어 ‘하루에 약초’가 앞으로 18년은 더 장수할 수 있는 약초 가게로 대인시장을 지켜주기를 희망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