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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눈 앞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환상특급, 새로운 우주의 체험! 네오 싸이키델리아

2013.09.30


1960년대, 서방국가들을 뒤흔들어냈던 움직임인 '싸이키델릭'은 현재 다시금 대물림되고 있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 우주시대가 개막됐을 그 무렵, 개발이 한창이던 향정신성 의약품들, 다양한 영적, 종교적 이야기가 가득한 인도, 자메이카를 비롯한 비서구권 문화들은 싸이키델릭이라는 음악적 표현으로 거듭났다. 현실을 초월하는 어떤 환각효과를 음악적으로 차용해낸 싸이키델릭 무브먼트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으로 세대를 전염시켜갔다. 비트 제네레이션 소설가들을 비롯 티모시 리어리 같은 학자들은 LSD를 통한 의식의 확장, 영적 계발을 옹호했으며 뮤지션들 또한 당당하게 약물을 이용한 경험을 자신의 음악에 투영해내게 된다.

 

 

 

싸이키델릭 록 밴드 Tame Impala (상), (하)

 

 

이후 싸이키델릭은 포크, 록, 팝 등과 결합해내면서 새로운 장르들로 가지치기해나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금 이 ‘중독물질’은 새로운 세대들에게 각광받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1980년대 초 영국 포스트-펑크 밴드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었으며, 밀레니엄을 맞이한 21세기 초에 다시금 고개를 들게 된다.

 

하지만 이 리바이벌 무브먼트는 오리지널 싸이키델릭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었다. 과거 환각에 취한 낙천적인 히피들의 사상을, 새로운 시대의 아이들은 나이브하고 내향적이면서 또한 예술 지향적으로 풀어갔다. Spiritualized(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90년대 싸이키델릭 걸작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의 의약품 디자인처럼 구성된 앨범 커버에서 엿볼 수 있듯 과거의 흥청망청 한 히피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듯 보였다. 물론 오리지널과 리바이벌은 ‘현실도피’라는 공통점이 존재하긴 했다.

 

* 싸이키델릭 록의 정의

 

싸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은 록 음악의 한 종류이다. 애시드 록, 드러그 록 또는 그냥 사이키델릭이라고도 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치 마약을 한 상태에서 연주한 것 같은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1960년대 중반 영국과 미국에서 비틀즈, 버즈, 야드버즈 등의 음악가들을 시작으로 그레이트풀 데드, 제퍼슨 에어플레인, 지미 헨드릭스, 크림, 도어즈, 핑크 플로이드 같은 포크 록과 블루스 록 밴드들 사이에서 하나의 장르로 부상하였다. 사랑의 여름(반전과 평화와 사랑을 부르짖은 미국 히피 운동),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더불어 1967년과 1969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하였다.

 

싸이키델릭 록은 사이키델릭 팝과 사이키델릭 소울의 생성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초기 블루스, 포크 음악에 기반한 록 음악으로부터 프로그레시브 록, 글램 록, 하드 록으로의 전환을 가져왔고 그 결과 헤비메탈 등의 하위 장르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네오 싸이키델리아의 다양한 형태들로 다시 나타났다. (위키피디아 발췌)

 

'싸이키델릭'이란 사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곡에서 몇몇 고유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예시를 적어본다.

 

- 이국적인 악기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인도 현악기 시타르와 타악기 타블라가 주로 사용됨.

- 곡의 구성과 조성, 그리고 박자의 변화가 복잡하며, 역으로 한가지 프레이즈(Phrase, 자연스러운 한 악절의 멜로디라인)가 지나치게 지속되기도 함.

- 가사의 내용 또한 복잡하며 문학을 바탕으로 하기도 함. - 장시간의 악기 솔로나 잼 세션이 진행됨.

- 전기기타가 등장할 때는 하울링이나 피드백 효과, 그리고 퍼즈, 와우 페달과 플렌저 등의 이펙팅이 더러 사용됨.

- 오르간, 하프시코드, 멜로트론 등의 건반이 강조되며 현대에는 신시사이저나 컴퓨터로 주조해낸 반복되는 리듬 패턴이 사용되기도 함.

- 역 재생, 좌우 패닝, 딜레이 타임이 긴 루핑 등 화려한 효과와 소리의 잔향을 강조함.

 

 

아름다운 그리고 견고한 시대착오, Tame Impala

 

 

Tame Impala

 

 

테임 임팔라는 현 네오-싸이키델릭 무브먼트 중 단연 선두에 존재하는 밴드다. 호주 퍼스 출신의 4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MGMT의 오프닝을 서게 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이끌어낸다. 밴드는 60년대 후반의 '환각상태'에 기인한 그루브와 음주를 권하는 듯 아찔한 기타 노이즈 사이로 시각적인 신시사이저, 그리고 샘플링과 드럼 머신을 배치시켜냈다. 거기에 슈게이즈를 방불케 하는 인디 록 같은 것을 삽입해내기도 하면서 뻔한 표현이지만 복고풍 무드에 현대적 예술의 공존을 달성해내는 경이를 이뤄간다.

 

멤버 개개의 독창성을 확립해나가는 동시에 싸이키델릭한 환영들 또한 완전하게 구성시켜냈다. 어딘가 슬프고 아름다운 세계관 같은 것은 존 레논과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무엇보다 케빈 파커의 목소리에는 존 레논을 방불케 하는 슬픈 아름다움 같은 것이 존재했다. Cut Copy(컷 카피)의 앨범들, 그리고 Avalanches(아발란치스)의 걸작 “Since I Left You”를 발매한 호주를 대표하는 양질의 레이블 모듈라에서 테임 임팔라는 2008년 6월 셀프 타이틀 첫 싱글을 발표한다. 시대착오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의 노래들은 이상하게 차트를 점령해나갔다.

 

 

 

 

그리고 2010년에 발표한 “Innerspeaker”는 비로소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압도적인 재능은 이미 이때부터 완성되어 있었다. 환각적인 하드록이라는 기본 노선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곡에 음영이 짙어졌고 깊이 또한 더해졌다. Todd Rundgren(토드 룬드그렌) 등에게서 수혈 받은 '팝의 유전자' 또한 존재했으며 디스코를 수용하기 이전의 Bee Gees(비지스)와도 닮아 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리켄베커 기타에 비올라 베이스의 구성은 확실히 비틀즈의 그것이었으며 “Rubber Soul”과 “Revolver” 사이의 비틀즈 또한 쉽게 연상해낼 수 있었다.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수록곡들이 아름다운 통일감을 유지해가고 있는 것 또한 비틀즈와의 유사점이라 할만했다.

 

영국 블랙베리 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무거운 비트의 ‘Elephant’를 수록한 두 번째 정규작 “Lonerism”을 통해 밴드는 더욱 그 이름을 떨쳐나갔다. 전작에 이어 앨범의 믹스는 유독 싸이키델릭에 일가견이 있는 프로듀서 데이브 프리드만(Mercury Rev, Flaming Lips)에 의해 진행됐다.

 

 

 

 

어쨌든 테임 임팔라는 단순히 60년대의 싸이키델릭을 추구하거나 복원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고전적인 환각을 2000년대의 공기에 보기 좋게 매치 시켜내는 데에 성공했다. 또한 그 안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평단 역시 호의적이었는데 호주의 WAMI 어워즈, ARIA 어워즈, APRA 어워즈 등에서 수상했으며 호주 롤링스톤 지에서는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기까지 한다. 그들이 따랐던 옛 선인들 마저 취하게끔 만드는 테임 임팔라의 작업물을 두고 우리는 싸이키델릭의 성공적인 리부트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지앵, 싸이키델릭을 만나다 Melody's Echo Chamber

 

테임 임팔라의 중심축 케빈 파커의 여자 친구로 알려진 프랑스의 새로운 디바 멜로디스 에코 챔버의 셀프 타이틀 앨범. 짐작대로 케빈 파커가 직접 앨범을 프로듀스했다. 국내에도 소개된 나르콜랩틱 댄서의 한 축인 멜로디 반 캐퍼스의 솔로 프로젝트인 멜로디스 에코 챔버는 클래식, 샹송, 그리고 재즈가 싸이키델릭을 뿌리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갔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파리지앵 특유의 선율적인 멜로디,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팝송으로 채워져 있었다. 케빈 파커 특유의 따뜻한 맛이 있는 정교한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가 아찔하게 온화한 공간감을 형성해내곤 했다. 80년대 풍의 꿈결같은 신시사이저 또한 트렌디하게 엮어낸 것 또한 인상적이다. ‘Bisou Magique’ 같은 트랙의 경우 세르쥬 갱스브루의 세계관을 재연한듯한 우아하고 요염한 무드 또한 감지됐다. 프랑스 특유의 달콤한 멜로디, 그리고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동시에 사랑한다면 상냥한 듯 취하는 그녀의 앨범을 듣고 사랑에 빠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초현실적인 행복감과 공격성의 조우, Pond

 

테임 임팔라를 탈퇴한 닉 올브룩이 결성한 밴드 폰드는 현재 테임 임팔라와 동시에 세 명의 라이브 멤버를 공유하며 활동해나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싸이키델릭’에 집중하고 있으며 격렬한 가운데 행복감으로 넘치는 멜로디를 거칠게 뿜어내면서 또 다른 방식의 최면상태를 유지시켜냈다. 2013년에 발표된 앨범 “Hobo Rocket”은 환상적인 플랜저 효과와 무거운 프로그래시브 록 특유의 코드, 스토너 록의 무게감, 그리고 블루스 리프와 슈게이징의 공기감 또한 느끼게끔 완성시켜 놓았다. 이 왜곡된 소리들은 본인이 의식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듣는 이들로 하여금 꽤나 기분 좋은 레코드로 완성되어 있었다. 역시 본인은 의식하고 싶지 않겠지만 테임 임팔라 팬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한 장이 될 것이다. 매 순간이 밝게 빛나는 환각의 불꽃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젊고 검은, 그리고 기이한 싸이키델리아 Toro Y Moi

 

한동안 열풍이었던 '칠웨이브', 그리고 '글로-파이'는 분명 사이키델릭에 일부 빚지고 있는 장르였다. 국내에도 내한했던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청년 채즈 번딕의 1인 프로젝트 토로 이 모이는 리버브를 사용한 부유감을 바탕으로 환상적이면서도 쿨하고 느긋한 스윙감을 지닌 곡들을 완성시켜갔다. 이런 요소들과는 대조적으로 노이지한 신시사이저 또한 도입해내면서도 참신하면서도 기분 좋은 사운드를 치밀하게 완성시켜갔다. 올해 발표된 “Anything In Return”은 훨씬 댄스뮤직에 가까운 사운드로 구성됐는데 허비 행콕의 걸작 “Head Hunters”가 완성된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확실히 의도가 엿보인다. 전작들보다는 현대적인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앨범 전반에 감도는 환각적인 무드는 좋은 의미로 적당하다 할만했다. 댄서블한 트랙들도 다수 있지만 이것은 느긋하게 쉬고 있을 때 감상해도 안성맞춤이다. 땅에 다리가 붙어있지 않은 것 같은 불안정한 쾌락의 그루브다.

 

 

 

 

낡은 방식, 새로운 조합 Foxygen

 

영국의 음악지 NME가 주목하는 미국의 듀오 폭시즌은 올 초 “We Are the 21st Century Ambassadors of Peace and Magic”이라는 데뷔작을 내놓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토대로 하는 것 역시 60년대의 환각상태였는데 밴드는 싸이키델릭 포크와 하드 록을 비롯한 엄청난 정보량을 터무니없이 자유로운 맥락에 끼워 맞춰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결국엔 팝으로 귀결지어 놓았는데 각 시대의 다른 특징들을 연결해놓는 매무새 또한 기가 막혔다. 사운드, 그리고 기타 프레이즈는 킹크스나 도어스 같은 60년대 말/70년대 초의 영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회고적인 분위기의 재생산 같은 뻔한 앨범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합성해내는 감각이 탁월했고 멋진 센스를 관철해내고 있는 이 팝송은 의외로 냉소적인 구석 또한 존재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창의적인 싸이키델릭 유망주가 만들어내는 환각적인 배치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인양 숨쉬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외로움 속에서 느끼는 해방감, 그리고 희망 Youth Lagoon

 

아이다호 출신의 트레버 파워스의 로-파이/네오 사이키델릭 솔로 프로젝트가 바로 유쓰 라군이다. 모든 악기와 효과, 그리고 보컬까지 담당한 이 다재 다능한 젊은이는 “The Year Of Hibernation”를 통해 발군의 개성과 성과를 입증해낸다. 멜로디 하나하나가 훌륭하게 마감되어 있었고 어떤 부드러운 햇살에 가까운 따뜻한 소리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우리는 이 햇빛 속에서 행복하게 헤매는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발매된 두 번째 정규작 “Wondrous Bughouse” 역시 무심결에 흥얼거릴 것 같은 사랑스러운 멜로디 뒤로 맹렬한 소음, 그리고 리버브가 한가득 울려 퍼진다. 묵묵히 골방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소박한 청년이 주조해내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백일몽이 계속된다.

 

 



 



 

Writer. 한 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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