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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테이지] 현대카드 Curated 엘튼 존 - 20세기가 낳은 팝의 거장이 선보이는 가장 특별한 공연

2015.10.14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본능적으로 먼저 캐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멜로디다. 이는 차트 성적에서도 증명된다.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곡들을 쭉 감상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선율이 돋보이는 곡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등식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빼어난 멜로디=히트보증수표”라고 말이다. 



히트곡 제조기로서의 품격


엘튼 존(Elton John)은 위 등식이 ‘참’임을 지난 수십 년간의 활동을 통해 증명해온 위대한 싱어송라이터다. 일단 해외, 그 중에서도 빌보드에서 차트 히트곡의 기준은 TOP 40이다. 40위권에 들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히트를 분류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엘튼 존은 지금까지 과연 몇 개의 TOP 40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을까. 정답은, 놀라지 마시라. 총 58개다. 1971년 <Your Song>을 8위에 올려놓은 이후로 그는 가히 범접 불가능한, 히트곡 제조기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 





어디 이뿐인가. 그는 이 TOP 40 히트곡을 25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보유했던 바 있다. 25년간 매년 히트곡을 쏘아 올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TOP 40가 이 정도니, TOP 10은 오죽할까. 10위 안에 진입한 싱글만 총 27곡이고, 그 중에서 1위는 9개나 된다. 


전 세계 2억 5천 만장이라는 경이로운 음반판매고를 기록한 그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싱어송라이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20세기가 낳은 팝의 거장’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러니까, 엘튼 존은 경이로운 멜로디스트다. 그런데 일단 그의 천부적인 선율감을 언급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의 평생 파트너였던 작사가 버니 토핀(Bernie Taupin)과의 파트너십이다.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과 했던 인터뷰에서 엘튼 존은 버니 토핀과 함께 했던 작업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던 바 있다.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표현들, 즉 사랑, 고통, 분노 등을 난 멜로디를 통해 표출하죠. 그래서 나를 위해 가사를 써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버니 토핀이 없었다면, 여행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과연, 둘이 함께 빚어낸 곡들은 마치 마법 같은 매혹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뭐랄까. 아름다운 선율과 시적인 노랫말이 정점에서 만난 듯한 곡들이 퍼레이드처럼 계속된 것이었다.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이 일궈낸 앙상블은 가히 당대에 적수가 없었다. 아니, 비단 당대뿐만이 아니었다. 발표하는 싱글마다 인기를 모았고, 결국에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 지금 세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엘튼 존의 마법 같은 명곡


엘튼 존의 가장 핵심적인 곡들 중, 먼저 언급해야 할 곡은 당연히 <Your Song>이다. 이 곡은 엘튼 존 전설의 출발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대중의 주목을 받아 이후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줬다는 역사적인 의의 때문일까. 그의 공연 레퍼토리에 절대 빠지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 


<Goodbye Yellow Brick Road>도 빼놓을 수 없다. 엘튼 존 최고의 걸작으로 거론되는 [Goodbye Yellow Brick Road](1973)의 타이틀로 발표되자마자 평단으로부터 “섬세하면서도 황홀하다”라는 격찬을 받았던 곡이다. 같은 앨범에 실린 <Bennie and the Jets>는 또 어떤가. 이 곡에서 우리는 팝과 록을 이상적으로 공존시킬 줄 아는 엘튼 존의 놀라운 재능을 만날 수 있다. 터치는 분명히 록적인데, 전체적인 질감은 팝적인 곡이라고 해야 할까. 이 외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의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곡이자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하기 위해 과거의 원곡을 다시 녹음해 공개한 <Candle in the Wind 1997>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이라는 지리적 맥락을 고려해보면, 위에 써놓은 곡들이 인기 넘버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엘튼 존의 곡은 역시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다. 무엇보다 각종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같은 컴필레이션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심지어 이 곡은 오리지널뿐만 아닌 영국의 보이 밴드 블루(Blue)와 함께 한 커버 버전을 통해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후자가 조금 더 리듬이 빠르고, 그래서 전형적인 백인표 발라드인 원곡보다 알앤비적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언급하고 싶은 엘튼 존의 명곡들은 부지기수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흘렀던 <Tiny Dancer>, 여가수 키키 디(Kiki Dee)와 함께 부른 <Don’t Go Breaking My Heart>, 그리고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수록곡이었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과 <Circle of Life> 등이 전해줬던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긴, 10위 안에 입성한 곡만 27개니, 이걸 다 글에 담으려는 건 과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느끼는 천재의 멜로디


1969년 [Empty Sky]로 데뷔한 이래, 80여 개국에서의 3,500회 이상의 공연 기록을 보유한 엘튼 존은 워낙에 대형 아티스트인지라 데뷔 초를 제외하고는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잠실 주경기장에서 있었던 지난 2004년의 내한 공연을 복기해보면, 커다란 스케일로 진행된다고 해서 그 감동의 여파가 작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실제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2012년에 열렸던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 이후 “정말 좋았다.”는 청취자들의 후기가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소극장에서의 라이브라는 점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소극장 공연은 많은 관객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단점 대신 아티스트와의 친밀도를 지근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즉, 엘튼 존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환상적인 멜로디를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TOP 10위곡만 쭉 불러도 총 27곡인데, 이 중에서 그가 과연 어떤 곡을 선택해 들려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극장 공연이니만큼 관객과의 친밀도 및 호흡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세트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국에는 이른바 천재적인 멜로디 메이커의 계보가 존재한다. 올해 첫 내한 공연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폴 매카트니가 알파라면, 엘튼 존은 단언컨대 오메가와도 같은 존재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펼쳐질, 단 500명만을 위한 특별한 소극장 공연이 이를 다시금 증명해줄 것이다. 



 

Writer.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SNS 냉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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