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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현장스케치 -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와 국내 디자이너들의 영감의 교류 현장

2015.10.16




지난 10월 8일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 이하 파올라)와 국내 디자이너들이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을 주제로 여러 담론과 의견을 나눈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11월 8일까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Designing with Data>를 공동 기획한 MoMA의 시니어 큐레이터와, 현장에서 직접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만남이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국내 최초 인포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묘영, 정다은 공동 대표와 인포그래픽과 컨설팅 전문회사인 뉴로어소시에이츠의 김윤이 대표, 203 인포그래픽 연구소의 장성환 대표, 랜덤웍스의 민세희 대표, 윤여경 교수, 이지원 교수, 옵티컬 레이스의 김형재, 박재현 디자이너 등 참석자는 총 12명. 국내에서 인포그래픽을 다루는 대표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눈에 보이게끔 만들어내는 시각화 작업의 힘, 곧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다시금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파올라는 큐레이터로서 <Designing with Data>에서 소개하는 MoMA의 소장 작품 15점에 대한 소개를 마친 뒤 과거와 현재, 미래 역시 아우르는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1854년 콜레라가 런던에 창궐했을 당시 사망자들이 발생한 지역을 점으로 표시하며 시발점을 찾아내 전염병을 잦아들게 한 것은 데이터 시각화의 본질적인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나폴레옹 군대가 모스크바에 진격했을 당시, 전투의 승패와 날씨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적십자 창립의 효과가 나타난 크림 전쟁의 사망자 수 다이어그램 등을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사안을 쉽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파올라는 이와 같은 데이터 시각화의 기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2차원적인 평면을 넘어서 3차원적으로 부피감 있게, 그리고 사람들이 좀 더 다루고 있는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음을 말했다. 우리의 삶을 둘러싼 총체적인 상황과 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컴퓨터를 비롯한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의 시각화가 보다 우아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컴퓨터를 상대로 체스게임을 할 때 ‘컴퓨터의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경우 데이터 시각화는 그 어떤 설명 대신 사고하는 행위 자체를 시각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통해 ‘하나의 수를 두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옵션들이 펼쳐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주제와 형식은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디자이너 조쉬 오웬(Josh Owen)은 2004년 여러 가지 인터넷 활동을 분석해 기업의 이사회 중역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으며 정부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연결 고리를 추적해 디자인했다. 누구나 알고 있을법할, 짐작 가능한 내용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실체를 시각화했다는 것, 가시적인 결과물로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같은 예로 2001년 이후, 여러 테러 국가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거나 난민들의 이동을 보여주는 데이터 역시 시각화를 통해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안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디지털 시각화 디자인의 힘이다. 한편 파올라는 단순히 객관적인 현상, 과학적인 현상을 시각화하는 것뿐 아니라 매년 자신의 삶을 애뉴얼 리포트로 작성하는 인포메이션 디자이너 니콜라스 펠튼(Nicholas Felton)처럼 한 사람의 인생도 시각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2005년 ‘필링(Feeling)’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추출, 여러 시간 때에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 추적하고 시각화시킨 ‘위 필 파인(We Feel Fine)’ 프로젝트와 데이팅 사이트를 분석한 작업물 역시 그녀가 생각하는 흥미로운 작업의 예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도 소개한 작품 <피그 05049>를 통해 데이터의 시각화가 꼭 디지털이 아닌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사전처럼 색인이 있는, 전통적인 레이아웃의 책”이지만 인터넷과 정보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돼지가 도축이 되고 난 뒤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해석의 포인트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자극적이고 어지럽게, 마치 포르노그라피를 만들 듯 시각화하면 안 된다”라는 당부로 파올라의 발표는 끝났다. 그리고 이후에는 참석자 모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파올라는 인포그래픽과 디지털 시각화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인포그래픽은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 여러 가지 기호와 아이콘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그래픽 작품”으로 또 데이터 시각화는 말 그대로 “어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음을 밝혔다. 덧붙여 “무엇이든 데이터가 될 수 있지만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있어야 하며 특정한 형태가 반복되는 스트레오 타입이 아닌 새로운 시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의 의뢰 작업부터 자립적인 콘텐츠 생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모인 만큼 인포그래픽의 정의부터 현상과 문제점,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은 무궁무진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았던 손주영  학예연구관의 말대로 “20세기가 사진 비주얼 리터러시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데이터 비주얼 리터러시 시대"일 것. 그만큼 많은 담론이 이루어지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과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에 대한 파올라와 디자이너들의 담론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의 정의와 현상, 한계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론을 나눈 파올라와 국내 디자이너들. 이들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솔직한 의견을 들어본다. 


질문

데이터 시각화와 인포그래픽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데이터 시각화를 정의하면?

Paola: 내 나름의 해석으로 구분하자면 인포그래픽을 좀 더 광범위한 의미로(사인, 아이콘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용하며, 데이터 시각화는 말 그대로 특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업으로 구분한다.
이지원: 정보 디자인은 문자든 도형이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고, 데이터 시각화는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뉘앙스와 흐름을 파악/전달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즉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업이다.


질문

오늘날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이 지닌 의미와 중요성은?

윤여경: 데이터 시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떻게 이 사태(현상)를 이해하는가’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광대한 데이터로 인해 우리의 인식 구조가 폭발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데이터 시각화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소통의 구조와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의 도구를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질문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 작업에 있어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디자이너의 도덕성 유지에 대한 생각은?

민세희: 데이터 시각화 작업의 특성상, 기반하는 데이터에 결과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들은 머리 속에 이미 원하는 그림을 갖고 있어, 실제의 데이터와 상충하기도 한다. 정보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디자이너로서의 Morality(도덕성)를 지키면서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는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장성환: 상업적 목적을 가진 데이터 시각화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작업의 상당부분이 결정된다. 디자이너로서 미적 감각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외부적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작업으로 국한되며, Paola의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대부분이 독립 작업임을 볼 수 있다. 즉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업적 목적의 작업과 작품성 있는 작업은 별개로 진행되게 된다.
Paola: 나는 상업적/비상업적을 구분하지는 않고 오직 작품의 퀄리티를 보아 왔다. 지금까지는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이 질문이 모마의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큐레이터로서 정보의 객관성 측면에 있어 데이터 시각화 작품을 바라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를 신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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