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언더스테이지] 20세기를 대표하는 멜로디의 장인, 엘튼 존의 시대를 초월하는 명곡들

2015.10.29


비틀즈의 존 레논은 엘튼 존의 첫 히트 곡 <Your Song>을 들은 직후 '비틀즈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것'이라며 극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존 레논의 시각에서 '새로운 것'이었던 엘튼 존의 노래들은 세월이 흐른 현재,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고전이 됐다. 이처럼 영국을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멜로디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한 엘튼 존을 전세계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2004년 3만여 관중들과 섞여 잠실 주경기장에서 엘튼 존의 첫 내한공연을 봤던 이들이라면 단 500명만이 수용 가능한 공간에서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할 것만 같은 그의 주옥 같은 레퍼토리들은 이번 소규모 내한공연을 통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비틀즈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음악 <Your Song>



출처: onedio.com


감동적이고 로맨틱한 엘튼 존의 첫 히트 곡 <Your Song>은 발매 당시 빌보드 탑10 안에 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모자란 처지에 움츠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멜로 드라마 같은 내용의 이 곡은 세월이 흘러 [브레이킹 더 웨이브], [물랑 루즈] 같은 영화에 삽입되며 젊은 층에게도 어필해냈다.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해 온 엘튼 존이었지만 <Your Song>으로 인해 서정적인 곡을 부르는 이미지로 굳혀져 갔다. 하지만 엘튼 존 본인은 이에 개의치 않았는데, <Your Song>은 질리지 않기 때문에 라이브에서 거른 적이 없는 유일한 곡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Your Song>의 가사는 엘튼 존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오고 있는 작사가 버니 토핀에 의해 작성됐는데, 참고로 버니 토핀이 가사를 넘긴 후 엘튼 존이 30분 만에 곡을 완성해냈다는 사실 또한 유명하다. <Your Song>은 싱글 [Take Me to the Pilot]의 B사이드 트랙으로 애초에 앨범에서 밀었던 곡도 아니었다. 이렇게 홀대 받던 곡은 이후 2004년 롤링 스톤이 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 중 136위를 차지해낸다.


<Your Song>은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재탄생되기도 했다. 로드 스튜어트, 레이디 가가 등이 불렀고 무엇보다 엘리 굴딩이 커버한 버전이 UK 싱글 차트 2위에 랭크 됐다. 엘리 굴딩은 이후 버킹엄 궁에서 열린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그리고 노벨상 시상식에서도 <Your Song>을 부르게 된다. 이 가난한 사랑 노래가 가장 큰 규모의 행사에서 불리고 있는 것은 무척 아이러니한 일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불렀던 간에 이 진솔한 사랑의 노래 속에는 여전히 젊고 순수한 엘튼 존이 존재했다.



엘튼 존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고독한 남자의 노래 <Rocket Man>



출처: hyunjiwoon.tistory.com


엘튼 존이 <Your Song>을 히트시키며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면,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노래하는 <Rocket Man>는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엘튼 존을 대표하는 노래로 볼 수 있다. 1974년 엘튼 존이 직접 설립한 자신의 음반사 이름 역시 '로켓(Rocket)'이었고, 현재 제작 중인 엘튼 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의 제목 역시 [Rocket Man]이기도 하다. 참고로 [매드 맥스]로 유명한 배우 톰 하디가 엘튼 존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Rocket Man>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불같은 강속구로 유명한 메이저리그의 대투수 로저 클레멘스의 별명 역시 '로켓맨'이었다. 또한 90년대 걸작 액션 영화 [더 록]에서도 재미있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FBI 폭탄 전문가이자 비틀즈 애호가로 등장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악당과 대결할 무렵 엘튼 존의 <Rocket Man>을 좋아하냐고 묻고, 그 노래를 비웃는 악당에게 결국 로켓을 발사해 제거하는 장면은 꽤나 흥미롭다.


<Rocket Man>은 부유감 있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묵묵히 고독을 견뎌내는 엘튼 존의 목소리가 흘러간다. 이는 모두가 아는 단순한 SF 스타일의 가사가 아닌, 고립된 엘튼 존 자신을 위한 노래라는 생각도 든다. 그의 다른 히트 곡들이 그렇듯 지금에 와서 들어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없는, '영원한 팝'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명곡이다.



[오즈의 마법사] 속 노란 벽돌 길에서 따온 <Goodbye Yellow Brick Road>



출처: ⓒ UNIVERSAL MUSIC


<Goodbye Yellow Brick Road>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에메랄드 시티로 통하는 길을 모티브로 한 노래이다. 인상적인 피아노 전주,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부드러운 보컬은 치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비틀즈 해체 이후 음악적으로 큰 스타를 잃었던 영국은 엘튼 존의 선전을 통해 새로운 팝 스타의 탄생을 직감하게 된다. 엘튼 존이 야심 차게 발표한 더블 LP [Goodbye Yellow Brick Road]의 타이틀 곡으로 앨범에는 쟁쟁한 히트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특히 이 타이틀 곡은 그야말로 엘튼 존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알려진 대로 '노란 벽돌 길'은 LGBT의 아이콘이기도 한 명작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중 주인공 도로시가 희망을 이루기 위한 목적지인 에메랄드 시티로 통하는 길에서 따온 것이다. 엘튼 존의 곡은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젊은이가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금 시골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노란 벽돌 길'은 황금으로 포장된 연예계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가사에도 몇몇 추악한 쇼 비즈니스에 관한 풍자들이 얼추 담겨있기도 하다. '노란 벽돌 길'은 그에게 있어 새로운 출발점이자 다시 되돌아가야만 하는 종착지이기도 하다.



두 여인을 추모하는 엘튼 존의 가슴 아픈 헌사 <Candle In The Wind>



출처: telegraph


1997년 전 영국을 비탄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장례식에서 엘튼 존은 1973년 공개된 <Candle In The Wind>를 부른다. 1973년 당시에는 역시 갑자기 사망한 마릴린 먼로에게 바치는 추모곡이었지만 1997년도에 공개된 곡의 경우 약간의 개사작업을 거쳐 <Candle In The Wind 1997>이라는 타이틀로 새롭게 발표했다. 오리지널 곡이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상황을 그렸다면 97년도 버전은 비바람에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 고결한 촛불의 의미를 담아내려는 듯한 개사가 엿보였다. 애도의 감정을 담은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당시 슬픔에 빠진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역할을 했다.


장례식 이후 공개된 싱글 앨범은 그야말로 전세계를 뒤집어 놓았다. 영국에서는 첫날 65만 8천 장, 발매 1주 만에 150만 장을, 그리고 6주 만에 54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예약 매수가 870만 장이었고 첫 출하 때는 800만 장이 풀렸다. 당시 CD의 생산능력이 발주 수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발매 음반사가 한때 주문 접수를 중단해야만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는 무려 14주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해냈다. 결국 이는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싱글로서 우뚝 서게 된다. 이 노래를 통해 엘튼 존은 그래미에서도 최우수 남성 팝 보컬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다. 정확한 매수가 집계되지 않고 있는 빙 크로스비의 고전 'White Christmas'를 제외하면 이는 단일 싱글 매출로는 세계 최고의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상태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록들과는 별개로 무엇보다 곡은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모두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가사, 그리고 멜로디를 담아내고 있었다. 



엘튼 존에게 첫 번째 아카데미 상을 안겨준 [라이온 킹]의 주제곡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출처: doublebreviews.tumblr.com


엘튼 존은 영화와 뮤지컬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 [라이온 킹]의 주제곡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엘튼 존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상을 안겨준 노래였다. 아프리카 특유의 웅장함, 그리고 위대한 사랑을 경건하게 노래하는 엘튼 존의 발성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1971년 영화 [Friends]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하면서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엘튼 존은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서 막 벗어난 1990년대 초반 무렵 다시금 영화음악에 도전한다. 결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통해 그는 그래미는 물론 아카데미 상 마저 수상하기에 이른다. 엘튼 존의 영원한 작사 파트너 버니 토핀 대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을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작업해온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곡을 완성했다.


엘튼 존이 직접 부른 버전과는 별도로 원래 만화 속에서는 티몬과 품바 듀오가 부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엘튼 존이 이 곡이 코믹하게 다뤄지는 것을 꺼렸던 지라 결국 제 3자가 부르는 것으로 처리되고 마지막 부분만 티몬과 품바가 마무리 짓는 형태로 곡을 끝맺었다. 엘튼 존 역시 이 노래에 대해 '디즈니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러브 송'이라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표했다.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유독 사랑 받아온 <Benny & The Jets>



출처: ultimateclassicrock.com


단조롭지만 절도 있는 리듬으로 듣는 이들의 몸을 움직여내는 <Benny & The Jets>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자리는 물론,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엘튼 존의 곡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소울 차트에 등극했던 곡이다. 이는 가상의 밴드 '베니 앤 더 젯츠'를 따라다니는 팬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곡으로 작사가 버니 토핀은 1970년대 음악산업을 풍자한 내용의 노래라 말했다. 'Walls of Sound' 같은 가사는 확실히 필 스펙터를 떠올릴 만도 하다. 영화 [마이걸 2]에서는 주인공 꼬마들이 어른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밤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에 흐르기도 했다.


엘튼 존의 곡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독 흑인 뮤지션들에게 사랑 받고 또한 불려졌다. 매리 제이 블라이지의 경우 자신의 곡 'Deep Inside'에 이 곡의 피아노 파트를 샘플링하려 했는데 결국 엘튼 존이 직접 참여해 피아노를 연주해줬고, 아샨티의 'Good Good'에도 곡이 샘플링됐다. R&B 스타 미겔과 [더 보이스]의 출연자 T.J. 윌킨스 역시 각각 이 곡을 커버했다. 무엇보다 래퍼인 비즈 마키 또한 종종 이 곡을 라이브에서 불렀는데 비즈 마키의 라이브 버전은 여러분들이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한 백인 뮤지션에게는 가수의 길을 선택하도록 영감을 준 곡이었다.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는 이 노래를 듣고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으며, 이후 가수로서 엘튼 존과 함께 ‘the Freddie Mercury Tribute Concert’ 무대에 서기도 했다.




 

Writer. 한상철
음악평론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