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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테이지] 엘튼 존과의 긴밀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특별한 공간 - 트루바두르 &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2015.11.05


알려진 대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이번 엘튼 존의 내한공연은, 소공연장이 지니고 있는 공간의 특성상 단 500명만 관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500명은, 몇만 명 단위를 수용하는 경기장에서나 관람할 수 있었던 엘튼 존의 라이브를 불과 단 몇 발자국 앞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 소규모의 공연은 엘튼 존에게 있어서도 몇몇 즉석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거의 데뷔 초에나 있을 법할 정도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번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의 내한공연은 규모, 그리고 중요도에 있어서 과거 엘튼 존의 미국 데뷔 무대가 펼쳐진 트루바두르 클럽에서의 공연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미국 싱어송라이터들의 산실: 트루바두르(Troubadour)

 


출처: troubadour.com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끝난 직후, 70년대로 들어서자마자 비틀즈 같은 대형 밴드가 해체하는 등 60년대 록 스타들은 점차 그 자취를 감췄다. 대신 싱어송라이터 무브먼트가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이런 시대 분위기 한 가운데에 덕 웨스턴이 개장한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위치한 클럽 트루바두르는 1968년부터 70년대 후반까지 싱어송라이터 씬을 이끄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 공연장이었다. 주로 포크 뮤지션들이 공연했는데 조니 미첼, 잭슨 브라운, 무엇보다 캐롤 킹과 제임스 테일러 같은 거장들이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년 무렵에는 캐롤 킹과 제임스 타일러가 트루바두르 클럽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 무렵 클럽에 관한 다큐멘터리 또한 제작됐다. 


누군가는 60년대에 체력을 소진한 로큰롤 세대들이 투르바두르의 클럽에서 위안을 얻었다 말하기도 했다. 이는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있어 일종의 안식처와도 같은 공간이었다. 70년대에는 물론, 지금에 와서도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젊고 새로운 싱어송라이터들은 여전히 트루바두르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전미를 놀라게 한 엘튼 존의 트루바두르에서의 첫 미국 데뷔 퍼포먼스



출처: eltonjohn.com



막 두 번째 셀프 타이틀 정규 작을 내놓은 엘튼 존은, 영국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있던 와중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계획한다. 그리고 엘튼 존의 첫 미국 데뷔 쇼가 펼쳐질 장소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클럽 트루바두르가 결정됐다. 다큐멘터리 [트루바두르] 속 엘튼 존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미국을 방문하기 이전 항상 캘리포니아의 비버리 힐스 같은 곳을 상상해왔다고 한다. 


1970년 8월 25일 화요일, 엘튼 존이 처음 트루바두르에서 공연할 무렵, 미국인들은 그가 누군지를 전혀 몰랐다. LA 타임즈의 평론가 로버트 힐번은 이를 두고 '이름 모를 선수가 LA 다저스 스타디움에 오른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엘튼 존의 아이돌이었던 로라 나이로가 2주 전 트루바두르에서 연주한 바로 그 피아노 앞에 앉아 엘튼 존이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음악에 빠져들었다. 


엘튼 존은 트루바두르에서 5일간 공연했다. 퀸시 존스, 레온 러셀 등의 유명인사들이 당시 그의 공연을 지켜봤다. 닐 다이아몬드의 경우 공연 시작 전에 무대 위에서 엘튼 존을 소개하기도 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스티브 마틴 역시 그날 공연장에 있었고 정말로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캐롤 킹 또한 엘튼 존의 곡, 그리고 퍼포먼스에 마음을 빼앗겼다 말했고, 당시 트루바두르의 조명과 음향 담당기사였던 리차드 데이브스도 그 공연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트루바두르에서 활동하던 베이시스트 리랜드 스클라는 엘튼 존이 트루바두르에서 공연하던 바로 그때, 음악 씬이 변화하는 순간이었다고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탁월한 연주, 그리고 명쾌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다.


이 성공적인 첫 미국 데뷔 공연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의 라디오에서도 엘튼 존의 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엘튼 존 자신에게도 트루바두르 공연은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됐지만 소규모 공간이었던 트루바두르 클럽 역시 그의 덕을 보면서 관심을 받았다. 때문에 한때 클럽 외부 벽면에는 엘튼 존의 사진이 크게 진열되어 있기도 했다. 이후 롤링 스톤 매거진은 '로큰롤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콘서트 20' 리스트에 엘튼 존의 이 트루바두르 데뷔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참고로 그는 트루바두르에서의 공연을 마친 후 영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의 공연장 로얄 알버트 홀에서 연주했다. 그러니까 당시 영국에서 5,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엘튼 존을 미국인들은 단 400명 정도를 수용하는 공간에서 관람한 셈이다. 엘튼 존은 해를 거듭해가며 성공했고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트루바두르를 찾았다고 한다.



트루바두르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출처: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트루바두르 클럽에서 엘튼 존의 미국 데뷔 공연이 열린 지 45년이 지난 현재, 엘튼 존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형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의 내한 공연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400석 규모의 트루바두르 보다 100석 정도가 많은 5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는 엘튼 존에게 있어서도 근 얼마 동안은 유례가 없는 규모의 공연장이다. 엘튼 존이라는 거대한 네임 밸류로 미루어 봤을 때 그의 소규모 공연이란 실현 불가능한 꿈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는 트루바두르에 우뚝 선 23세의 엘튼 존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시대의 문화적 토대를 마련해낸 싱어송라이터 엘튼 존 특유의 따뜻한 소리,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는 큰 규모의 대형 공연장보다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최적화를 이뤄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번 내한에서는 다양한 시기의 히트 곡들이 연주될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초기 그의 곡이 연주될 무렵에는 정말로 트루바두르 당시의 분위기를 상기시켜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투어 멤버 중 드러머 나이젤 올슨의 경우 엘튼 존과 함께 트루바두르 데뷔 공연 현장에서 연주했던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여전히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엘튼 존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간으로서의 깊이를 더해나가고 있다. 이는 점차 완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좋은 노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온전히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새삼 우리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의 공연을 통해 생생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노래가 지닌 본연의 분위기 그 이상을 이 특별한 공간에서 감지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한공연 춘추전국시대인 현재, 이번 공연은 올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서 꾸준히 언급될 것이다. 과거 롤링 스톤 매거진이 로큰롤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공연으로 손꼽았던 엘튼 존의 소규모 트루바두르 라이브를 비로소 우리는 최대 근사치 값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됐다. 정말로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Writer. 한상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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