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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차별화된 이들만의 독창성으로 진화해나가는 Arcade Fire

2013.12.20

 

Arcade Fire

 


Reflektor로 현실의 단면을 반사하다


“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건 그냥 리플렉터였을 뿐이야. 난 내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찾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역시 아니었어. 난 당신이 환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역시 리플렉터였을 뿐이지.”

 

“Reflektor”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리플렉터’, 즉 ‘반사체’란 오늘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장애물에 대한 은유이자 상징이다. 그것은 우리가 늘 사용하는 컴퓨터일 수도 있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나 SNS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일 수도 있을 것이며, 새로운 기술이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가 연주하고 부르는 이 노래의 후반부에서는 ‘우리가 서로 친구인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다른 곳에서 (혹은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 대목이 나온다. 기술이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Arcade Fire

 

 

 

 

물론, 이 곡을 만든 주인공 아케이드 파이어는 그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혹은 해석을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고, 개인 안에 고립되어 가는 현대 예술, 혹은 음악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이들은 ‘리플렉터’라는 단어를 통해 동시대의 풍경이나 경향을 은유적으로, 또는 철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리플렉터”의 컨셉은 앨범 안에도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빛을 반사하는 소재의 앨범 패키지, 그리고 소리를 거꾸로 감아 놓은 히든 트랙 등이 (앨범이 끝난 이후에 히든 트랙이 나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케이드 파이어는 곡이 시작하기 전, 즉 0번에 곡을 숨겨 놓았다. 앨범이 끝난 이후에는 또 다른 히든 트랙 이 진행된다) 그것이다. 앨범을 구매한 사람들은 이 흥미로운 요소들을 통해 음악 이전에 앨범을 관통하는 소재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싱글 중심으로 돌아가는 디지털 음원의 시대에 살다 보니, 러닝 타임이 긴 앨범에 대해서는 대부분 예외적으로 받아들인다. 지루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밴드의 리더 윈 버틀러는 그들의 새로운 앨범을 위해 50~60곡 정도가 되는 곡을 만든 바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로댕의 조각이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듯 앨범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으며, 길어진 러닝 타임은 그만큼 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해 온 과정을 그대로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들의 전작들만큼이나 가사가 중요한 앨범이지만, 새 앨범이 갖고 있는 새로움이나 그에 대한 확신(자신감)은 음악의 범주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레게나 팝/댄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그만큼 춤을 출 수 있는 순간도 늘어났다. LCD 사운드 시스템의 제임스 머피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소식에서 전작과 조금은 다른 앨범이 될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록의 비중이 많이 감소한 앨범이다. 하지만 새로운 흐름이나 조류에 자신들이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의 스타일 안으로 그것들을 흡수하면서 전진해 온 아케이드 파이어였기에 큰 이질감은 없다. 즉, 이번 앨범에 잠시 참여한 데이빗 보위의 음악이라든지, 뉴 오더나 큐어, 토킹 헤즈의 음악들, 그리고 아이티에서 경험하게 된 새로운 요소 등 기존에 존재하는 음악적 요소에 대한 ‘리플렉션’은 짧은 순간 확인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오리지널의 음악들이 앨범 안에 담겨 있다. 이것은 분명히 어떤 앨범 대부분의 순간에서 과거의 특정 장르나 특정 음악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위 ‘레트로’풍의 앨범들하고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이들만의 독창성이다. 
 

 

 

 

돌이켜 보면,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이 밴드가 보여주는 오리지널리티는 데뷔 시절부터 또렷했었다. 데뷔 앨범 “Funeral”은 멤버들이 경험한 가족의 죽음과 상실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저 경험을 나열하거나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에 매몰된 작품이 아니었다. 앨범은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갖게 되는 막연한 공포감이나 순수함이 사회적 시스템이나 영향력 하에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표현하기도 하며, 수록곡 'Wake Up'에서처럼 냉정한 시스템 안에서의 성장과 믿음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이 진지한 내용의 음악을 U2는 자신들의 투어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했고, 한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은 선수들이 입장할 때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다. 자기 성찰적인 주제에서 관객들을 즉각적으로 열광시킬 수 있는 음악적인 테마까지 뽑아낼 수 있는 신인 밴드를 수많은 사람들이 환영하는 것은 당연했다. 신인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일견 가스펠의 후렴부 같기도 한 'Wake Up'의 코러스에 모두가 흥분해 있을 때에도 밴드는 차분하게 연주를 이어간다. 그렇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노래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에서 수많은 감정들을 끄집어 내는 가사를 쓴다. 훗날 윈 버틀러의 아내가 된 밴드 멤버 레진은 어렸을 적 뒷자리에 앉았을 때의 편안함과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자신이 운전을 배워야 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며 성장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담담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In The Backseat”) 사람들은 그래서 이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었다.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가사와 하나의 대서사시 같은 음악, 공연에서 최고의 진가가 발휘되는 밴드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철학적 레퍼토리이기도 하겠지만 아케이드 파이어는 동시대적인 소재와 형태로 그 고민을 함께 나눴다. 꿈이나 성장, 때로는 믿음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두번째 앨범 “Neon Bible”은 전작의 개인적인 서사와 사고를 좀 더 넓은 세계로 확장시킨 작품이었다. 
  

 

 

 
앨범을 시작하는 'Black Mirror'는 앞서 언급한 최신작 “Reflektor”가 상징하고 있는 대상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사물로, 예컨대 ‘바보상자’인 텔레비전에 대한 비유처럼 다가온다. 윈 버틀러는 어둠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신에게 자신이 ‘안티 크리스트’인지를 묻는다. 아케이드 파이어가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듣고, 그것을 불확실한 시대에서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지를 묻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음악 안으로 몰입하게 되고, “Neon Bible”이라는 컨셉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파이프 오르간 같은 악기와 일반 록 밴드에서 보기 힘든 수많은 악기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집중력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자연스럽게 아케이드 파이어의 공연 규모는 더욱 커졌고, 이들의 무대에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점점 대형 밴드가 되어 가고 있었다.

Arcade Fire



LP 레코드 그루브로 사운드를 만들어 낸 다음 그것을 재생해 녹음한 음원을 디지털 파일로 서비스한, 노스탤지어에 관한 세 번째 앨범 “The Suburbs”의 성공은 아케이드 파이어를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여하게 하는 놀라운 결과까지 일궈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사운드를 담은, 윈 버틀러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디페쉬 모드와 닐 영이 만난 것 같은 사운드’의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앨범 발매 직후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게끔 유튜브로 라이브 공연을 중계했고, 더욱 빠른 속도로 앨범이 팔려 나갔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밴드의 주축인 윈과 레진이 출산으로 인한 휴가를 갖는 동안 밴드는 제법 오랜 기간 공연을 하지 못 했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앨범도 뛰어나지만 공연에서 최고의 진가가 발휘되는 밴드다. 이들이 개인적이고도 진지한 얘기를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탁월한 라이브 실력이 빠른 시간 안에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새 앨범 “Reflektor”를 발표한 이들은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당장은 한국에서 라이브를 보기 어렵겠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이들의 라이브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주어질 것이다. 가장 가깝게는 내년 4월에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 현장 중계를 통해서 만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Writer. 김영혁

 

회사원 자격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다. 레코드를 좋아해서 레코드페어를 시작했고,

공연을 좋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나 여전히 중심은 음악이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지만 유일한 저서는 부업인 까페창업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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